전문가칼럼
[ICT법 바로알기] 특허괴물(Patent Troll)에 관해
디지털데일리
발행일 2013-01-21 16:45:33
[법률사무소 민후 김경환 변호사] 1998년 무명의 미국 IT업체 테크서치가 인텔의 펜티엄프로급 컴퓨터 칩이 자신들의 특허내용인 명령어 축약형 컴퓨팅(RISC) 칩기술을 무단으로 도용했다고 주장하면서 인텔에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겉으로 보기엔 통상적인 특허침해 주장으로 보였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원고인 테크서치는 스스로 위 RISC 칩기술을 개발하거나 이를 이용해 제품을 만든 것은 아니고, 특허소송 목적으로 경영이 악화된 인터내셔널메터시스템즈로부터 위 기술을 사들였기 때문이었다.
이 사건의 테크서치처럼 특허를 활용하지도 않고 활용할 의사도 없으면서 또는 활용된 적이 없는 특허의 보유 기회를 이용해 금전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자들을 특허괴물(patent troll)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한편 NPEs라는 용어도 자주 사용하는데, NPEs(Non Practicing Entities)란 보유한 특허를 활용하면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공급하지 않고, 라이선스 협상 및 소송을 통해 특허권만을 행사하는 자들을 지칭하는데, 개념적으로 특허괴물보다 넓은 개념에 해당한다.
이러한 특허괴물은 최근에 급증하고 있는데, 이러한 특허괴물의 등장 및 급증 원인으로는 ① 80년대부터 시행된 미국의 친특허정책(pro-patent)으로 인해 등록특허 수의 급증, ② 특허소송을 주로 관장하는 미국연방순회항소법원의 특허권자에 유리한 판결 경향의 축적, ③ 미국 특허청 심사 인력 부족으로 인해 특허청구범위가 넓은 부실특허의 양산, ④ 기업자산에서 무형자산의 비중의 상대적 증가 등을 들 수 있다. ⑤ 여러 가지 원인으로 기업의 수익이 한계에 도달할 때, 기업의 경제적 상황이 악화될 때에도 정상적인 형태를 가지던 기업에서 특허괴물과 유사한 운영형태로 전환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특허괴물
우선 인텔렉추얼 벤처스(Intellectual Ventures)를 들 수 있다. 인텔렉추얼 벤처스는 미국기업으로서, 2000년 마이크로소프트(MS)의 나탄 미어볼드(Nathan Myhrvold)와 에드워드 정(Edward Jung)에 의해 공동으로 설립돼, 2008년 초에는 한국에 지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MS, 인텔, 소니, 노키아, 애플, 구글, 이베이 등이 이 펀드의 투자기업들인데, 자사 펀드에 투자한 투자기업들에 법적 위협이 될 수 있는 특허들을 중점적으로 사들임으로써 자사 펀드 투자자들이 특허소송을 당하지 않도록 보호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방어적 목적의 특허수집), 더불어 제품 생산이나 서비스 제공 없는 라이센싱을 통한 수익모델도 추구하기도 했다(공격적 목적의 특허수집).
우리나라 기업에 대해도 공격을 하기도 했는데, 2009년 삼성전자와 LG전자에 휴대폰 관련 특허 10건에 관해 경고장을 보내 수천억원대의 사용료를 받기도 했고, 현재 펀드규모는 50억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인터디지털(Interdigita)은 미국기업으로서, 무선통신 분야에 4000여건 이상의 특허를 보유한 최대 규모의 특허괴물이다. 무선통신과 관련된 특허권을 확보한 이후 광범위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기업들과 협상을 하는 전략을 취하기도 하지만, 특이한 점은 무선통신과 관련된 일련의 기술표준화 작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2005년 삼성전자와의 특허소송에서 승소해 670만달러의 실시료를 지급받았으며, 엘지전자으로부터도 2억8500만달러의 실시료를 지급받고 있다고 한다.
오션 토모(Ocean Tomo) 역시 미국 기업으로서, 2003년 특허·상표·저작권 등의 무형자산을 인수해 이전하고 평가하는 특허 컨설팅업체로 출발했다. 지적재산 투자은행(IB)의 개념을 도입한 것이라 평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금융기관·회계법인·법률사무소 기능을 혼합해 신탁업무뿐만 아니라 지적재산권 일체에 대한 거래업무를 대리하는 등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으며, 역사상 최초로 특허권만을 대상으로 한 경매를 실시하기도 했다.
아카시아 리서치(Acacia Research) 역시 미국기업이다. 1995년 설립된 회사로서 IT 분야를 물론 BT 분야에도 투자해 140개 이상의 특허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으며, 삼성전자·LG전자는 최근에 쌍방향 TV 등에 관해 특허실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고 한다.
시스벨(Sisvel)은 유럽기업으로서, 필립스·프랑스텔레콤 등으로부터 가전제품에 관한 특허를 모아 특허풀을 형성하고 관리한 다음 재라이선싱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했다. 특히 최근 유럽 MPEG 특허를 근거로 샌디스크가 판매하고 있는 MP3 플레이어에 심대한 타격을 준 바 있다.
◆특허괴물의 활동전략
특허괴물은 활동전략은 특허출원, 특허매입, 특허라이선스, 표준특허 확보 등이 있다.
▲특허출원 : 일부 특허괴물들은 자체 개발를 통한 출원으로써 특허를 확보하기도 한다. 특히 자주 쓰이는 공격방법으로는 잠수함 특허라는 것이 있는데, 장기간 공중에 비공개 상태로 두었다가 그 후 그 특허기술이 특정인에 의해 실시되면 비로소 특허로 등록하고 특허권을 행사하는 방법을 말한다. 일종의 덫을 놓고 기다리는 방법이다.
▲특허매입 : 자체적인 연구개발 이외에 대학 또는 발명자 개인으로부터 가치 있는 특허를 적극 매입함으로써 광범위한 특허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기도 한다. 구축된 포트폴리오는 적극적인 공격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펀드투자자의 보호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하며, 일부 특허괴물은 구축된 포트폴리오를 재판매하기도 한다.
▲특허라이선스 : 특허권자인 기업, 대학, 개인으로부터 라이선스를 받아 권리행사를 하는 방법으로써, 권리행사 이후 발생하는 수익금을 배분하는 약정을 동시에 맺기도 한다. 초기 투입비용이 크지 않아 유리하며, 특히 실제 권리 주체가 특허등록 명의가 아니므로 특허 포트폴리오 구축을 외부에서 파악하기 곤란하다는 장점이 있다.
▲표준특허의 확보 : 표준특허란 표준기술에 관한 특허로써, 회피설계가 쉽지 않고 사용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특허괴물의 전략으로 많이 사용된다. 이러한 점에 착안해 일부 특허괴물은 적극적으로 국제표준화 활동에 참여하기도 한다.
그 밖에도 특허공유, 특허경매, 특허담보, 특허기업의 주식확보 등의 방법도 사용된다.
◆특허괴물로 인한 피해급증
특허괴물로 인해 소송을 당한 회사는 2004년 이후 매년 평균 33%의 비율로 증가하고 있으며, 2011년에는 무려 4500개가 넘는 회사가 소송을 당했다고 한다. 특허괴물이 관여된 소송의 개수가 최근에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으며, 2011년에는 2010년도의 2배인 1143건의 소송이 있었다고 한다. 특허괴물이 제기한 소송의 상대 회사를 소송 개수 순서로 열거해 보면, 휴렛팩커드, 애플, 삼성전자 순서이고, 2011년을 기준으로 보면 삼성전자가 1위에 있다(출처 : https://www.patentfreedom.com/)
특허괴물의 수익을 살펴보면, 인텔렉추얼 벤처스가 3G 관련 특허 분쟁을 통해 국내 대기업으로부터 챙긴 돈은 1조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인터디지털, 램버스 등 다른 특허괴물도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수천억원의 돈을 챙겨갔다. 특히 우리나라의 삼성·LG·팬택은 6년간 특허괴물 인텔렉추얼 벤처스 및 인터디지털에 무려 1조3000억 뜯겼다고 하니, 피해규모가 가히 천문학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특허괴물들로 인한 피해는 중소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한 통계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중소·중견기업의 특허소송의 수는 대기업을 추월하고 있다고 한다.
<법률사무소 민후 김경환 변호사>hi@minwh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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