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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 전성기 시절 마이크로소프트의 운영체제 전략은 PC용 윈도 커널을 다양한 디바이스로 확장하는 것이었습니다. 휴대폰 운영체제인 ‘윈도 모바일’이나 PDA 등에 사용됐던 ‘윈도 CE’, 각종 산업용 전자장치에 들어가는 ‘윈도 임베디드’ 등은 PC용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일부의 기능을 빼거나 특화 시켜 만든 운영체제였습니다. 일종의 ‘원소스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 전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전략은 윈도 생태계 구성원들에게 여러 장점을 제공했습니다. PC용 애플리케이션은 대부분 이들 변종(?) 운영체제에서도 구동된다는 장점이 있었고, 윈도 개발자는 별도의 기술을 배우지 않고도 다양한 단말기용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단일한 사용자 경험은 흥미를 떨어뜨리는 요소가 되기도 했습니다
MS의 이런 전략은 아이폰의 등장 이후 스마트폰 시대에 돌입하면서 무너졌습니다. PC용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탄생한 윈도 모바일이나 윈도 CE로는 아이폰과 안드로이드가 주는 멀티터치 기반의 사용자경험을 제공하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PC에서 보던 화면과 유사한 UI의 모바일 디바이스를 원치 않게 됐습니다.
결국 MS는 PC용 윈도를 여러 단말기로 확장해 나가는 전략을 포기했습니다. 대신 모바일 분야에서는 새로운 운영체제를 개발키로 했습니다. 그렇게 등장한 것이 윈도폰7입니다. 윈도폰7는 ‘윈도7’이나 ‘윈도 모바일’, ‘윈도CE’ 등에서 발전된 운영체제가 아닙니다. 아예 처음부터 새롭게 개발된 운영체제입니다. 때문에 이전에 사용하던 애플리케이션들은 윈도폰7에서는 구동되지 않습니다. 사용자경험도 전혀 달라졌습니다. 윈도폰7에는 메트로스타일라는 새로운 유저인터페이스(UI)가 도입됐습니다. 윈도폰7은 MS 운영체제 형제들 사이에서는 ‘이단아’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MS가 잇따라 선보인 ‘서피스’와 ‘윈도폰8’을 보면, 과거의 전략을 다시 따르기로 한 듯 보입니다. 올해 말 출시 예정인 PC용 운영체제인 윈도8을 중심으로 운영체제 형제단을 다시 구성하려는 의지가 엿보입니다. ‘윈도’를 변형해 각종 단말기에 적용하려던 전략이 다시 살아난 것입니다.
이 전략의 중심에는 윈도8이 있습니다. 윈도8은 지난 5월 RP(Release Preview) 버전이 선보였으며, 순조롭게 정식 출시 일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가을에는 윈도8을 탑재할 PC가 출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MS는 지난 16일 놀라운 발표를 했습니다. ‘서피스’라 불리는 태블릿 단말기를 직접 공급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그 동안 하드웨어 파트너들과의 제휴를 통해 소프트웨어만을 제공하던 MS의 원칙이 깨진 것이며, 애플이나 구글의 전략을 MS가 차용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서피스는 2가지 버전으로 출시될 예정인데, ‘윈도RT(ARM 칩을 위한 윈도8)’과 ‘윈도8 프로’가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피스 발표 이틀 후 열린 윈도폰 서밋에서는 차기 스마트폰 운영체제인 윈도폰8에 대한 발표가 있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윈도폰8이 윈도8의 커널을 기본으로 개발됐다는 점입니다.
결국 윈도8과 서피스, 윈도폰8이 모두 한 뿌리에서 개발된 것입니다. 서피스나 윈도폰8은 ‘윈도8’의 부분집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윈도8을 위해 개발된 애플리케이션은 해상도만 조정해도 윈도폰8이나 서피스에서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윈도8 커널과 런타임을 사용하기 때문에 윈도폰8에서는 HTML5, C#, VB#(닷넷 프레임워크), C, C++ 등의 언어를 모두 사용할 수 있으며, 네이티브 코드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게임 등을 이용되는 3D 엔진도 윈도폰8에서 구동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통합 전략은 기존 윈도폰7과의 호환성에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윈도폰8이 윈도8에서 발전했기 때문에 윈도폰7과 호환될지 의문스럽기 때문입니다.
아마 MS는 윈도폰7에서 개발된 애플리케이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윈도폰8에서도 구동할 수 있도록 호환성을 확보할 것입니다. 윈도 모바일과 윈도폰7의 비호환성 때문에 엄청난 고생을 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윈도폰7은 MS가 완전히 새롭게 개발한 운영체제이기 때문에 애플리케이션들도 모두 새로 개발돼야 했습니다. 하지만 개발자 및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MS의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았습니다. 결국 윈도폰7은 애플리케이션 부족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킬러 애플리케이션으로 자리잡은 카카오톡도 이달에야 선보였습니다. 이 절차를 다시 밟지 않으려면 MS는 윈도폰7의 애플리케이션이 윈도폰8에서 구동되도록 다양한 조치를 취할 것입니다. 다만 문제는 ‘윈도폰8 애플리케이션이 윈도폰7에서 구동될 것이냐’입니다. 이는 아마도 담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일련의 움직임을 보면 MS는 윈도8을 모든 운영체제 전략의 중심으로 세우려는 것 같습니다. 이런 움직임이 계속 된다면 앞으로 은행 ATM 머신이나 백화점의 POS 등에 들어가 있는 ‘윈도 임베디드’ 운영체제도 아마 윈도8 기반으로 개발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심재석기자 블로그=소프트웨어&이노베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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