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은 2010년에 이어 스마트(Smart) 열풍이 더욱 세차게 몰아친 한 해로 요약할 수 있다. 놀라운 기능의 스마트폰들이 올해에도 경쟁적으로 쏟아졌고, 태블릿PC로 할 수 있는 일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사람들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좀 더 편리한 삶과 조우했다. 지난해가 스마트 시대를 여는 한 해였다면 올해는‘스마트’라는 단어가 산업은 물론 우리 삶의 구석 구석에 조금씩 자리잡기 시작한 '스마트 성장기'라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국내에선 극심한 물가상승으로 서민들의 삶이 어느해 보다 팍팍했고, 또한 유럽발 금융위기 등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이 어느해 보다 고조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통신분야에서의 눈부신 기술 혁신은 시장을 견인하는 촉매제가 됐다.
2년만에 스마트폰 가입자는 2000만을 돌파했고, 이제는 3G를 넘어 LTE로 빠르게 이동하는 등 스마트폰 충격을 넘어 스마트 강국으로 도약하는 한 해였다.
이와함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전 세계와 손쉽게 소통할 수 있는 시대에서 국내와 해외의 이슈는 별개의 것이 아니었다.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는 국내 휴대폰 제조업체의 전략에도 영향을 미쳤고, 스티브 잡스의 사망은 향후 새로운 경쟁변화를 예고하는 사건이었다.
올해 주요 이슈 였던 애플과 삼성전자를 비롯한 안드로이드 진영간 특허전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고 IT서비스 업계를 강타한 공공SI 사업 제한 정책은 2012년 산업의 지형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IT 강국 이미지와는 맞지 않은 대형 보안사고가 잇달아 나타나며 스마트 시대에 새로운 숙제를 던지기도 했다.
또한 한나라당 국회의원 보좌관이 저지른 '선관위 DDoS' 공격은 민주주의 근간을 뿌리채 뒤흔든 국기문란 사건으로 규정되는 역사적인 오점으로 남게 됐다.
<디지털데일리>는 올 한해 IT 각 분야별로 국내와 해외에서의 주요 IT뉴스 10개를 선정했다.
◆애플 CEO, 스티브 잡스 사망=스마트폰 시대를 활짝 연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가 10월 6일 향년 56세로 세상을 떠났다. IT업계 혁신의 아이콘으로 평가받는 스티브 잡스는 누구보다 화려했지만 굴곡진 삶으로 세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등을 잇달아 성공시키며 전 세계인을 열광시켰으며 반대로 경쟁사들에게는 가장 위협적인 존재인 애플의 중심에는 항상 스티브 잡스가 서있었다.
지나치게 독선적인 성격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지만 완벽한 성공을 추구했던 잡스는 IT시장의 영원한 천재이자 혁신의 아이콘으로 영원히 남게됐다.
물론 그의 죽음은 오래전부터 예견됐다. 아이폰을 앞세워 전세계 휴대폰 시장을 강타한 애플 돌풍의 최정점에서 맞이한 그의 죽음은 사람들에게 더욱 극적인 잔영을 남겼다.
애플과 특허 경쟁을 벌였던 삼성전자는 그의 죽음을 애도했고, 이재용 부사장은 그의 비공개 장례식에 초청을 받았다. 이 때문에 한 때 삼성과 애플간의 화해가 이뤄지지는 것이 아니냐는 시장의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아직 그런 징후는 없어보인다.
◆삼성전자-애플 특허전=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전은 정보기술(IT) 업계 경쟁이 전방위로 확대됐음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올해는 제품 및 판매 경쟁을 넘어 상대방의 발목을 잡기 위해 특허가 주요한 공격 수단으로 부각됐다. 특히 모바일에서 급성장안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진영을 공격하기 위한 특허소송이 빈발했다.
안드로이드 진영의 대표는 삼성전자를 비롯 구글, HTC 등이다. 이들을 놓고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오라클 등이 공세를 취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지난 4월 애플의 미국 법원 제소로 특허전을 시작해 공수를 바꿔가며 전 세계로 전선을 넓혔다. 양측은 모두 치명타를 입히는데 실패해 장기전에 접어들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세계 1위 등극=세계 휴대폰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군계일학’이었다.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하며 부진에 빠진 기존 업체들과 달리 삼성전자는 올 한해 스마트폰 판매 1억대가 유력하다.
삼성전자는 작년 연간 스마트폰 판매량 순위 공동 4위에서 올 1분기 단독 4위, 2분기 2위를 거쳐 3분기 1위에 올랐다. 4분기도 1위가 확실시 된다. 삼성전자의 3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3.4%다. 전체 휴대폰 시장에서도 삼성전자는 올해 처음으로 연간 3억대 판매를 돌파할 전망이다. 세계 1위 노키아와 격차가 좁혀지는 추세여서 내년 하반기에는 1위 자리를 놓고 다툴 것으로 보인다.
◆LTE 시대 개막=4세대(4G) 이동통신 롱텀에볼루션(LTE) 시대가 개막했다. LTE는 최대 다운로드 75Mbps로 유선 인터넷급 속도를 제공하는 꿈의 이동통신이다. 국내 이동통신은 지난 1984년 아날로그 방식으로 시작해 1996년 2세대(2G)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2006년 3세대(3G) 광대역코드분할다중접속(WCDMA)을 거쳐 2011년 7월 4G LTE 시대를 열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첫 테이프를 끊었다. LTE 가입자는 지난 10월 LTE 스마트폰 출시를 계기로 급증해 연말까지 12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한편 KT는 내년 1월 LTE 서비스를 개시한다.
◆대형 IT서비스 업체, 공공SI 사업 제한=2011년 IT서비스업계 최대의 화두는 지식경제부가 지난 10월 발표한 ‘공생발전형 SW 생태계 구축전략’이다. 이번에 발표한 전략을 통해 정부는 대기업계열 IT서비스기업의 신규 공공사업 참여를 2013년부터 전면 제한하기로 했다.
또 2012년부터는 기존의 IT프로젝트의 대기업참여 하한제 적용 액수를 매출 8000억원 이상의 대기업은 80억원 이하, 8000억원 미만 기업은 40억원 이하의 사업에 참여할 수 없도록 고시를 개정해 반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외부 사업 중 공공사업의 비중이 높은 대형 및 중견 IT서비스업체들은 내년도 사업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또 법무팀과 기획부서를 중심으로 정부의 정책에 따른 영향 분석 및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정부의 이번 정책은 IT서비스업계의 지형도를 바꿔놓을 만큼 파괴력이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IT서비스업계의 반발이 예상되고 있지만 정부의 정책 집행 의지가 단호해 대부분 IT서비스업체들은 사업계획에 이를 어떻게 반영할지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10년만에 새 주인 찾은 하이닉스=유동성 위기로 지난 2001년 10월 채권단 공동 관리를 받게 된 하이닉스반도체가 10년 만에 SK텔레콤이라는 든든한 새 주인을 맞이하게 됐다.
하이닉스는 오너십 부재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간 발 빠른 기술 개발과 대량 양산 체제를 구축하며 삼성전자에 이은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2위 업체로 견실하게 성장했다. 전문가들은 그간 하이닉스 고성장에 발목을 잡았던 오너십 부재가 해소됐다며 SK의 자금 수혈로 공격적인 시설 및 연구개발 투자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K도 이 같은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22일 하이닉스 이천 공장에 방문, “하이닉스를 반드시 성공시켜 향후 그룹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발전시켜 나가는데 매진하겠다”며 “회장이 직접 챙기겠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선 반도체 사업을 향한 SK의 이 같은 강력한 의지가 삼성전자와의 관계 정립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1위 업체이자 SK텔레콤의 휴대폰 부문 최대 협력사다.
◆글로벌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의 급부상=올해는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센터가 활발하게 구현된 시기였다. 특히 애플은 지난 6월 자사의 개인용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이클라우드’를 위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대형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건립했으며, 페이스북과 구글 등 인터넷 기업들도 자사의 데이터센터를 클라우드 기반으로 확장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도 KT와 삼성SDS, 더존비즈온, LG CNS, NHN 등이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센터 구축에 나섰다. KT의 경우, 올초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을 위해 충남 목천에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건립한데 이어 최근에는 일본 소프트뱅크텔레콤과 합작사를 설립, 경남 김해에 일본 기업을 위한 글로벌데이터센터를 론칭했다.
이밖에 LG CNS의 부산 데이터센터와 NHN의 춘천 데이터센터도 내년~내후년 완공 예정으로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을 위한 데이터센터를 신축 중이다. 특히 LG CNS의 경우 현재 부산시와 지식경제부가 공동 지정한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내 미음지구의 ‘글로벌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단지’ 내에 신규 데이터센터를 구축 중이다.
◆잇단 대형 보안사고 대란(大亂)=2011년은 ‘대형 보안사고’로 점철된 한 해였다.
정부기관과 금융·포털·게임 산업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 분야에 걸쳐 고도의 사이버공격이 홍수처럼 몰아치면서, 최근 몇 년에 걸쳐 대한민국 사이버보안에 켜졌던 적신호가 한 해 동안 더 짙어졌다.
지난 3월 4일 청와대 등 정부기관과 포털·금융 등 주요 사이트 29곳을 대상으로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을 시작으로 현대캐피탈 고객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농협 전산망이 해킹에 의해 멈춰서 금융서비스 고객들이 며칠 간 불편을 겪는 사상초유의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하반기에도 보안사고는 잇달아 터졌다. 7월 말, SK커뮤니케이션즈가 운영하는 네이트·싸이월드의 고객 3500만명의 사상 최대규모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했고, 4개월 만에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회원 1320만명의 개인정보가 털렸다.
더욱이 지난 10월 26일 재보궐 선거 당일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와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홈페이지가 DDoS 공격을 받는 일도 발생해, 정치권에 큰 파장을 몰고 왔다.
◆게임 셧다운제 시행=올해 게임업계에는 심야시간(0~6시) 16세 미만 청소년들의 인터넷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셧다운제’가 크게 논란이 됐다. 셧다운제는 여성가족부(여성부)가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중독)을 예방하고 수면권을 보장하겠다며 게임업계를 겨냥한 규제책이다. 지난 11월 20일 시행됐다.
셧다운제에 대해 게임업계는 물론 청소년단체, 문화연대, 한국입법학회 등 사회 각계가 반대의견을 표명했다. 청소년의 자기결정권과 부모의 권리를 침범하고 실효성까지 담보되지 않는 법안이라는 것이 이유다. 현재 문화연대와 한국게임산업협회가 셧다운제 헌법소원을 청구한 상태다.
물론, 그동안 게임업계가 영업을 우선시하면서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중독) 예방에 소홀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셧다운제와 같은 무조건적인 규제는 답이 아니라는 것이 사회 각계의 의견이다.
셧다운제는 2년 마다 영향평가를 실시해 적용 대상 게임물을 결정한다. 스마트폰 게임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글로벌 오픈마켓이 열린 상황에서 스마트폰 게임에 셧다운제 적용이 가능할지 업계는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셧다운제 적용 대상 선정 문제와 실효성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구글, 모토로라 인수=올해 8월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 지각변동을 알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한 때 세계 휴대폰 시장을 호령했던 모토로라를 구글이 125억달러에 인수한 것.
구글이 만든 안드로이드 OS가 스마트폰 시장의 대세로 떠오른 상황에서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는 경쟁상대인 애플은 물론, 삼성전자를 비롯한 안드로이드 진영으로부터도 곱지 않은 평가를 받았다.
물론, 애플과 안드로이드 진영간의 특허전쟁에서 일종의 방어전략으로 볼 수도 있었지만 OS를 보유한 구글의 하드웨어 업체 인수는 또다른 애플의 등장을 암시하기에 충분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OS와 생태계는 열린 정책으로 운영한다고 밝혔지만 당장 삼성전자를 비롯한 안드로이드 진영은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구글이 모토로라 인수를 통해 애플과 같은 사업모델을 구축할지, 아니면 안드로이드 진영의 전체 파이를 키워나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구글 입장에서 기존 우군들과 관계를 악화시키지는 않겠지만 모토로라 입장에서는 다시 한 번 도약의 기회를 잡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편집국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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