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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때리면 해결되는 이상한 통신요금 정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통신시장에서 정부의 구태의연한 정책과 의사결정이 반복되고 있다.

지배적 사업자를 때려서 요금을 내리게 하고, 후발 사업자들은 슬금슬금 눈치만 보다가 결국엔 마지못해 따라가는 비이성적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보통 2~3위 등 후발사업자가 공격적으로 요금을 인하하는 등 경쟁을 적극적으로 주도하고 있지만 유독 우리나라 통신시장만 반대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지배적 사업자 손목만 비틀면 해결되는 요금정책=이달 초 SK텔레콤은 기본료 1000원 인하, 무료 문자 50건 제공, 모듈형 요금제 도입, 선불요금 인하, 결합상품 혜택 확대 등 연간 7480억원 규모의 요금인하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반면, KT와 LG유플러스는 통신요금 인하 방안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방통위는 KT와 LG유플러스도 결국은 SK텔레콤 수준에서 통신비를 인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지난해 SK텔레콤이 초당 요금제를 도입할 때와 다르지 않다. SKT가 지난해 3월부터 1초당 요금제를 시행하자 KT와 LG유플러스는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다 결국 9개월 뒤인 12월에 도입한 바 있다. 발신번호표시(CID) 무료화 역시 SKT가 가장 먼저 도입하고, KT와 LG유플러스는 방송통신위원회와 시민단체의 요구에 못 이겨 버티다 버티다가 무료화 하기도 했다.

후발 사업자들의 안전운행으로 요금경쟁이 일어나지 않자 결국은 요금 인가사업자인 SK텔레콤의 압박을 통해 후발사업자의 동조를 이끌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상한 정책에 시장점유율은 고착화=이처럼 선발사업자가 요금을 인하하고 후발 사업자는 버틸 수 있을 만큼 버티다가 결국은 동조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KT는 15일 SKT가 방통위에 보조금 관련 위법행위로 신고하자 "다각적인 방법을 검토 중이며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26일 이석채 KT 회장은 합병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SKT가 기본료를 내린다고 우리까지 내려야 하느냐"며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지만 정부와 소비자, 정치권의 압박에 결국은 SKT에 준하는 요금인하를 단행하는 모양새다. LG유플러스 역시 마찬가지다.  

이처럼 선발 사업자 주도로 요금인하 정책이 이뤄지는 것은 SKT나 후발사업자 모두에게 득보다 실이 많을 뿐이다. 후발사업자 입장에서는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특화전략을 세울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특히, SKT의 경우 기껏 요금인하를 주도했지만 보이지 않는 점유율 제한의 벽 때문에 사업을 더 키울 수도 없다. SKT는 과거 신세기 이동통신을 인수한 이후 실질적으로 점유율을 50.5% 이상 올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배적 사업자의 손목을 비틀어 요금을 내려 후발 사업자들을 동조하게 하고, 지배적 사업자의 점유율은 여전히 제한하는 관행이 경쟁보다는 지배적 사업자 압박을 통한 요금인하 구조와 5:3:2라는 시장점유율 고착화 현상을 만든 셈이다.

후발주자 혁신은 어디에?=이 같은 통신시장의 이상한 경쟁구조 때문에 시장에 3개 사업자가 있어도 국내에서는 요금, 서비스 경쟁보다는 보조금, 공짜 단말기를 통한 가입자 유치경쟁만 이어지고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의 경우 만년 3위 사업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통신요금 인하경쟁을 주도했다. 월 기본료 980엔만 내면 오전 1시부터 오후 9시까지 가입자간 무료 통화를 제공한 '화이트플랜'이나 번호이동 고객을 대상으로 한 기본료 5개월 무료 상품 제공에 아이폰 도입 등을 앞세워 일본 이동통신 시장을 뒤집어놨다.

하지만 국내 이통사들의 매출, 이익 감소 우려와는 달리 소프트뱅크는 2010년 회계연도에 창사 이래 최고인 1897억엔의 순익을 기록했다. 매출측면에서는 여전히 3위지만 영업이익에서는 이미 2위자리를 차지했으며 1위를 노리고 있다.

국내에서도 KT가 아이폰을 독점 출시하고, LG유플러스가 파격적인 인터넷요금제를 선보이기도 했지만 단발에 끝났다. 그리고는 다시 소심해지는 우리의 후발사업자들이다.

말로만 혁신, 탈통신을 외칠 뿐 과거부터 이어져온 통신사들의 가입자 빼앗기식의 마케팅 전략과 이를 방조하고 키워온 정부 정책이 국민 불신만 키워가고 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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