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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 휘둘린 통신요금 인하 역사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3사가 경쟁하고 있지만 사실, 통신요금 인하는 경쟁보다는 정치적 이슈에 의해 결정돼왔다.

SK텔레콤은 96년 2월 고가의 설비비를 폐지하는 대신 20만원에 달하는 보증금과 7만원의 가입비를 신설했다. 또한 SK텔레콤은 당시 기본료를 2만7천원에서 2만2천원으로 인하했다.

이 때의 요금인하 역시 4월11일에 열리는 15대 총선이 배후로 작용했다. 같은 해 12월 SK텔레콤은 요금제 전면 개편에 따라 기본료를 다시 기본료를 1천원 인하하고 통화료도 조정했다.

97년 9월에는 기본료가 2만1천원에서 1만8천원으로, 통화료 역시 조정됐다. 당시에는 PCS 사업자의 시장 진입과 12월 대선이 요금인하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2000년대 들어서도 통신요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요소는 정치적 이슈와 여러 시민단체들의 요금인하 요구였다. 2000년 4월에 이뤄진 가입비와 기본료, 통화료 인하 역시 소비자와 업계, 정부가 줄다리기를 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특히 당시 시민단체 연합인 ‘이동전화 요금 인하 소비자 행동 네트워크’가 여론을 주도했다.

당시 SK텔레콤은 가입비와 기본료는 각각 2만원, 2천원 인하한 5만원과 1만6천원으로 인하했으며 통화료 역시 10초당 26원에서 22원으로 내렸다. 시장 지배사업자인 SK텔레콤의 요금 인하로 PCS 3사와 신세기통신 역시 기본요금과 통화료를 인하할 수 밖에 없었다.

2001년에는 재경부가 앞장서 요금인하를 주도했다. 당시 재경부는 신규투자가 산적해있는 것은 물론, 누적적자가 해소되지 않은 업계의 현실에도 불구, 전화요금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여론을 감안해 요금인하를 추진했다.

결국, 이듬해 1월 정통부와 민주당간의 당정협의 결과, SK텔레콤은 평균 8.3%의 요금 인하를 단행했으며 KTF와 LG텔레콤 역시 기본료 인하 및 무료통화를 제공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에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명박 정권은 요금 20% 인하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당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쌍방향 요금제, 누진제 등 설익은 정책들을 거론하며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후 통신업계는 정부의 압력으로 문자메시지요금 인하, 초당과금제 도입 등을 단행하기도 했다. 이에 최시중 방통위 위원장은 “통신요금 20% 인하 공약은 달성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심상치 않은 물가 덕에 통신비는 다시 한 번 정치권의 도마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주영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정부가 마련한 통신비 인하방안이 부실하다며 연일 방통위를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통신업계는 물론, 방통위 내부에서조차 선심성 통신요금 인하방안은 쉽지 않다는 분위기다. 통신요금 인하 역사에서 보듯, 내년 총선, 대선에도 또다시 통신요금 인하 요구가 나올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인 만큼 정치권의 통신요금 인하 요구에 곤욕스러운 표정이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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