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23일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한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다. 비자금 특검 수사로 지난 2008년 4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이 회장은 지난해 3월 24일 삼성전자 회장으로 전격 복귀했다.
이 회장은 복귀 직후 신수종 사업에 23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미래경영 청사진을 제시했고 정기 인사에선 ‘젊은 삼성’을 키워드로 내세우며 창조적 조직 만들기에 앞장섰다. 또 대기업이 일류가 되려면 중소업체가 먼저 일류가 되어야 한다며 상생협력을 재차 강조했다. 이건희 회장 복귀 이후 지난 일년간 삼성전자는 무엇이 어떻게 변했나.
◆과감한 스피드 오너 경영
이건희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한 이유는 바로 ‘위기’였다. 지난해 초 도요타 리콜 사태로 산업계 파장이 컸고, 창조적·파괴적 혁신을 앞세운 애플발 폭풍으로 삼성 사장단이 느끼는 불안감과 위기감은 결코 작지 않았다. 사장단의 요청으로 경영에 복귀한 이 회장은 “지금이 진짜 위기다. 10년 안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이 사라질 것이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앞만 보고 가자”며 자칫 자만심을 가질 수 있었던 삼성전자 임직원들에게 채찍질을 했다.
삼성전자는 남들이 머뭇거릴 때 과감하게 치고 나가는 ‘공격경영’으로 성장해왔다. 그 중심에는 이건희 회장의 결단이 있었고, 경영 복귀 이후 이 같은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이 회장은 그간 투자가 다소 주춤했던 메모리 반도체와 LCD·AMOLED 등 주요 부품 사업의 시장지배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지난해 시설투자에 18조원을 쏟아 붓겠다는 발표를 했다. 미래 사업에도 주목했다. 복귀 직후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LED ▲바이오 제약 ▲의료기기 등 친환경과 건강증진 사업을 신수종 사업으로 육성키로 하고 2020년까지 총 23조원을 투자하겠다는 통큰 발표가 이어졌다.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9월 독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언론에서 기업들의 투자 부진을 많이 지적했는데 요즘은 없다”며 “이는 회장님이 복귀하면서 가져온 긍정적 효과로 본다”고 말했다. 최 부회장은 “사업 프로젝트마다 적게는 몇 천억에서 큰 건 몇조씩 들어간다”며 “말이 쉬워서 20조원이지 이런 대형 투자를 결심하고 규모와 시기를 정하는 것은 기업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며 전문경영인이 보지 못하는 큰 결정을 회장님이 하고 계신다”고 말했다.
◆젊은 삼성·상생 협력 주요 키워드
조직도 젊어졌다. 변화의 속도가 빠른 현 시대에 일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영을 책임지는 주요 인사와 직원들이 창의적이고 혁신적 사고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 이 회장의 의지였다. 이에 맞춰 지난해 사장단 이하 주요 임원 인사는 젊고 혁신적 인물의 중용이 이뤄졌다. 스피드한 대응을 위해 컨트롤타워 조직인 미래전략실도 새롭게 신설됐다. 미래전략실은 각 계열사간 시너지를 높이고 계열사가 하는 일을 지원하고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협력사와 상생 협력에 대해서는 특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이 회장은 복귀 이후 “협력업체는 삼성 공동체의 일원이며 경쟁력의 바탕이기 때문에 협력업체가 더 강해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며 경영진에 상생 경영을 재차 주문했다. 삼성전자는 1차뿐 아니라 2·3차 협력사의 수익성을 제고하겠다는 신 상생협력 시대를 선언하고 다양한 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최근 경영 복귀 1년 소감을 묻는 질문에 “생각할 시간이 없다. 현재 맡은 것을 빨리 정상궤도에 올리고, 뛰고, 제대로 된 물건을 세계 시장에 내서 그걸 1등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다시금 1등론을 꺼내들었다. 초일류 삼성을 향한 발걸음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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