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금융권 스마트 브랜치 전략 / 현황과 전망①
스마트 브랜치(Smart Branch)전략이 금융권의 새로운 IT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 점포 전략에 IT를 통한 편의성과 모빌리티를 강화함으로써 서비스 혁신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막상 금융회사가 스마트 브랜치 전략을 구현하는데는 많은 어려움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똑똑한 점포'는 외형만 바꾼다고 달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디지털데일리는 스마트 브랜치 전략이 가지는 어려움,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기위한 몇가지 해법 등을 2회에 걸쳐 제시한다.<편집자>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동네마다 있는 은행 점포. 이곳은 단순히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물리적 공간에 머물지 않는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적 아이콘중 하나다.
은행 점포의 분위기는 예전에 비해 정감은 떨어졌지만 훨씬 더 화사해졌다. 고객들도 단순한 업무는 창구직원의 도움을 받지 않고 금융자동화기기를 통해 스스로 알아서 척척 처리한다.
그렇다면 오프라인 점포의 시대는 갔을까.
그러나 이는 착시다.
대면거래를 차지하는 20% 안팎에서 은행들은 실질적인 비즈니스 기회의 창출해 내고 있다. 오히려 금융권은 80%를 비대면 거래를 떨궈내고 이제서야 상위 20%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가 됐다고 생각한다. PB(프라이빗뱅킹)센터가 대표적이다. 따라서 오프라인 점포가 가지는 전략적 가치는 여전히 충분하다고 느낀다.
지난 10년간 인터넷뱅킹을 위시한 디지털 뱅킹 채널이 숨가쁘게 발전해왔다. 그러나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을 뿐 이와 동시에 '오프라인 점포 전략도 그만큼이나 발전돼 왔다.
일반 점포의 기존 레이아웃을 저비용 고효율 구조로 혁신하거나 철저한 수익중심의 PB센터 전략을 경쟁적으로 강화시키거나.
최근에는 특정 고객군을 타깃으로 IT인프라를 활용한 '스마트 브랜치'전략까지 꺼내들었다.
'기존 프라인 점포 전략에 IT를 접목시킴으로써 새로운 치를 창출한다'. 즉. 스마트 브랜치(Smart Branch)전략은 기존의 점포 서비스를 보다 IT친화적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스마트 브랜치를 위해서는 디지털 전광판의 설치, 화상회의시스템의 적용 등 1개 점포당 수억원씩 적지않은 리모델링 비용이 투입된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투자대비효과(ROI)가 보장되는지는 의문"이라는 게 금융권 점포전략 담당자들의 지적이다.
일단은 일부 은행들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 차별화, '스마트 뱅크'라는 이미지 선점 효과가 궁극적인 목적으로 보인다.
◆스마트 브랜치, 경쟁은 시작되고...
현재 은행권에서 스마트 브랜치 전략에서 먼저 발빠른 행보를 보인 은행은 다소 엉뚱하게도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 등 외국계 은행이다.
그런데 이는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기도 하다. 시중 은행에 비해 점포수가 크게 열세인 이 두 은행은 오프라인 외형에서의 열세를 넘어서기위해선 ROI(투자대비효과)와는 큰 관계없이 공격적인 스마트 브랜치 전략을 꺼내들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비용문제때문에 스마트 브랜치 전략을 크게 확장시키지는 못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물론 스마트 브랜치 전략은 일반 점포전략과는 다르다. 시내 상업지역및 주요 거점에 설치하기때문에 양적으로 많지는 않다.
한편 앞서 외환은행도 SK텔레콤과 지난해 4월 스마트 브랜치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SC제일은행, 한국시티은행과는 약간 다른 차원이다. SK텔레콤의 점포에서도 뱅킹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한 '브랜치 공유'의 개념이 더 강했다.
물론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후 1년여가 지나도록 외환은행과 SK텔레콤은 스마트 브랜치를 구체화시킨 모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 역시 막대한 비용문제때문으로 알려졌다.
◆스마트 브랜치엔 특별한 서비스가 있을까?
지난해 4분기 서울 역삼동에 스마트 브랜치를 오픈한 SC제일은행은 상당한 눈요깃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화려한 점포의 레이아웃과 함께 지능형 순번표시 시스템(IQS)과 화상 상담 시스템 등을 갖췄다.
지능형 순번시스템은 전자태그를 이용해 번호표를 발행하는 것으로 전자태그를 소지한 고객이 지점의 출입문을 통과하는 순간 방문 사실이 지점장과 고객 담당 매니저에게 전달돼 고객은 기다리지 않고 은행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영업점과 본점을 화상으로 연결해 지점을 방문한 고객들이 투자 및 세무 관련 상담을 본점의 투자전문가들로부터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최근 서울 목동에 스마트 브랜치를 오픈한 한국씨티은행은 마이크로 타일이라는 디스플레이월을 설치함으로써 주목을 끌었다. LCD판을 이어붙인 패널을 통해 금융상품을 제공하는 한편 고객이 모바일, 인터넷 등을 활용해 셀프 서비스를 통한 금융거래를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제공했다.
◆"스마트 브랜치, 차별화 요소가 없다"...혹평
그러나 엄밀히 보면, 이같은 이같은 스마트 브랜치 전략은 다른 시중은행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내일이라도 당장 따라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일각에선 "IT가 아니라 인테리어일 뿐"이라는 혹평을 내놓기도 한다.
실제로 IT기술적인 측면에서만 놓고 보면 크게 차별화된 기술이 아니다. 스스로는 새로운 유형의 혁신적인 금융서비스, 나아가 PB(프라이빗뱅킹)서비스라고 추켜세우지만 사실 돈만 있으면 상호저축은행도 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나마 나름대로 평가를 해준다면, 기존 국내 금융권의 점포 서비스 수준을 이번 스마트 브랜치의 출현으로 한단계 상향평준화 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점이다.
결국 스마트 브랜치 전략은 국민, 신한, 하나, 우리은행 등 소위 은행권 빅4가 어떻게 움직이느냐로 방향성을 예측할 수 밖에 없다.
아직 이들 은행권 빅4는 스마트 브랜치에 대한 전략을 종합적으로 완성한 단계는 아니다. 물론 내부적으로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지만 외부로 공표할 정도로 매끄러운 수준은 아니라는 게 은행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역시 시중 은행들도 스마트 브랜치의 ROI에 대한 고민은 적지않아 보인다. 자칫 차별화에 실패할 경우 수익없이 비용만 들이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때문이다.
실제로 현재까지 국내에서 제시된 스마트 브랜치 서비스는 기술적 차별화가 크게 없다는 점에서 이러한 우려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박기록 기자> rock@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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