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에 으레 나오는 단골소재가 있습니다. 바로 웹보드게임의 ‘사행성’ 문제죠. 올해 국감에서도 여지없이 웹보드게임을 운영하는 주요 게임사들이 난타의 대상이 됐습니다.
올해는 포커의 ‘쿼터베팅’이 주요 지적사항으로 떠올랐습니다. 정부는 풀베팅이 없어진 대신 쿼터베팅을 만들어 업계가 사행성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그러나 웬걸요.
국감에서 2008년에 없어진 쓰리쿼터베팅(판돈의 3/4 금액을 베팅하는 서비스) 지적사항으로 들고 나왔습니다. 쿼터베팅(1/4)을 쓰리쿼터베팅(3/4)으로 오인한 것이죠.
이에 웹보드게임 업체들은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습니다. 잘못된 정보가 기사로 양산되고 또 이슈화가 되는 바람에 그동안 업계의 자정노력이 물거품이 됐다는 겁니다. 없어진 쓰리쿼터베팅을 기사로 양산한 기자도 책임을 통감합니다.
게임물등급위원회는 조사결과가 잘못됐다고 시인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늦었습니다. 게임업계가 뒤통수 맞은 격이 됐습니다. 웹보드게임의 매출이 절대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한게임의 경우는 더욱 그렇습니다.
웹보드게임은 소재 자체가 사행성의 여지를 품고 있습니다. 금전욕을 자극하는 카드게임과 사행성은 칼로 물 베기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 없습니다. 이에 업계도 사행성을 줄이기 위한 자정작업을 지속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한게임의 경우 230여명 이상의 인력과 연간 100억원 규모 비용 투입해 클린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는 게임머니 움직임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과 신고접수를 위한 목적입니다.
이 밖에 한게임은 고액베팅방은 채팅창을 삭제하고 나머지 게임방에도 게임머니 매매관련 단어는 필터링을 적용한 바 있습니다. 또한 온라인 고객센터 내 ‘이용자 보호 프로그램’ 사이트를 오픈하고, 본인의 게임 이용 습관을 점검할 수 있는 ‘게임 부적응 척도’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넷마블 역시 클린센터 및 신고 포상제도 운영, 사업모델의 제한적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피망은 카드류 이용시간을 하루 10시간 미만으로 제한하고, 고스톱은 1일 1인당 300판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또 환전거래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비밀방 기능을 삭제하는 등의 직접적인 조치를 취했습니다. 이 같은 웹보드게임의 운영제한은 게임포털이 모두 적용하고 있는 사항입니다.
하지만 게임물등급위원회는 아직도 업계의 자정노력이 부족하다는 입장입니다. 게임위 측은 “1만원 이하로 팔게 돼 있는 아바타를 묶음방식으로 파는 것은 권고사항을 무력화하는 것”이라며 “사행성 자정을 한다지만 게임이벤트는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게임업계가 자정을 열심히 해도 이 같은 지적을 피해가기는 어렵습니다. 보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지요. 이벤트가 사행성으로 직접 연결되는지는 섣불리 판단하기 힘듭니다. 업체는 사행성과 연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에 이벤트를 실시했을 겁니다. 하지만 게임위 입장에서는 미덥지 않은 것이죠.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웹보드게임 업체들이 노력하는 것을 느끼는 부분은 있다”며 “이러한 노력을 지속해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에게도 가시적인 성과물을 내놓는다면 상황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겠나”라며 말했습니다.
이번 국감으로 정부와 웹보드게임 업체들은 분위기가 서먹해졌습니다. 수익사업을 해야 하는 업체에게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강요만 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도 합니다. 잘하고 있어도 웹보드게임에 발목 잡혀 제 목소리를 내기도 힘든 상황입니다.
어찌됐건 정부와 사회가 진정성을 느끼는 그날까지 업계의 자정노력은 계속됩니다. 업계도 의지가 굳습니다. 업계와 게임위 양 측의 고충을 알고 있는 기자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겠습니다.
[이대호 기자블로그=게임 그리고 소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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