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라이트닷넷
[초점]일본 기술종속 탈피...ATM국산화 프로젝트 어디까지 왔나
디지털데일리
발행일 2006-01-16 18:50:59
2차년도 3개월 연장···2007년 중반기 상용제품 출시
지난 2003년 여름, 국내 금융자동화기기(ATM) 업계는 힘들지만 당찬 도전에 나선다. 이른바 업계를 술렁이게 했던 ‘환류식 지폐 입출금장치의 독자 개발’사업, 즉 ATM 국산화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환류식 지폐 입출금장치’란 현금지급기 내에 지폐가 일정의 흐름을 타고 ▲위폐검증 ▲반송 ▲2매 검지 ▲지폐인식 ▲일시보류 등 프로세스를 수분안에 처리하는 하드웨어적인 시스템을 말한다. 최근 관련업계는 신권 발행과 더불어 순수 국산 ‘환류식 지폐 입출금 장치’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언제까지 일본업체들 좋은일만"...ATM 국산화배경 일반인들이 무인점포에서 사용하는 금융자동화기기는 크게 두가지 형태다. 현금만 지급되는 현금지급기(CD)와 현금및 수표의 입급과 현금의 출금이 가능한 ATM(현금자동입출금기)이다. 이중 CD기는 이미 오래전에 국산화가 됐고, 노틸러스 효성이나 청호컴넷은 해외수출도 넓혀가고 있다. 반면 ATM은 사정이 다르다. 핵심부품인 '환류식 지폐 입출금장치', 업계에서는 흔히 'BRM(Bill Recycling Machine) 모듈'이라고 하는 이 장치에 대한 독자적인 기술력을 현재 국내 업체들은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마치 비행기의 엔진과도 같이 'BRM 모듈'은 ATM의 핵심중의 핵심 부품. 국내 업체들은 100% 일본에서 이를 수입해 ATM 조립및 제작과정을 거친다. BRM모듈이 전체 ATM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60%가 넘는다. 따라서 엄밀하게 말하면 'ATM 국산화' 프로젝트란 바로 'BRM 모듈' 국산화 프로젝트로 정의된다. 물론 노틸러스 효성이 3년전에 국내 업체로서는 처음으로 '수직형 BRM 모듈'을 독자적으로 개발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 '수직형 BRM'은 현재 일본에서 수입하는 '수평형 BRM 모듈'에 비해 현금 입출금 프로세서가 단순하고, 기기내에 최대 현금 보관장수가 수평형에 비해 적어 국내 은행권 ATM을 대체하기에는 아직 경제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국내 ATM업계는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는 '수평형 BRM모듈' 을 대체하기 위해 지난 2003년 산업자원부 국책 과제로 선정, 87억원을 정부로 부터 지원받고 업체별로 지원금을 갹출해 올해로 3년째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지원금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아쉬운 대목이다. 만약 BRM 모듈의 국산화에 성공할 경우, 연간 약 1500억원 규모의 수입대체 효과는 물론 저렴한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중국 및 동남아시장에 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환류식 지폐 입출금장치 개발’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이 사업은 지난 2003년 산업자원부와 한국전자부품연구원 주도로 국내 ATM 3사(청호, 효성, LG)와 한틀시스템, 기산전자 등 관계기업, 연세대, 성균관대 등 학계가 참여하고 있다. 일정으로 보면, 이달까지 2차연도 개발 사업이 완료돼 내달부터 3차연도(2006년2월~2007년 1월) 개발에 착수해야 한다. 그러나 각 업체별로 나눠서 개발한 요소기술 조합과정에서 일부 불완전한 부분이 발견, 약 2~3개월 미뤄졌다. 2차연도 개발 사업의 연장 원인은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금융자동화기기업체중 한 업체가 역할을 맡고 있는 지폐 ‘입출금부’가 제대로 구동되지 않아 늦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지폐 입출금부는 입금 지폐의 투입 및 출금지폐의 전달기능으로 현금지급기 앞면에서 고객이 지폐를 입금 및 출금하는 핵심기능이다. 이번 사업에 참여중인 업계에서는 그러나 이번 입출금 모듈의 불완전한 가동은 기술적 보완을 통해 해결이 가능하고, 이에 따라 오는 2월이면 ‘표준기기(프로토기기)’ 제작을 완료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서 말하는 ‘표준기기’는 각 부분, 즉 ▲위폐검증 ▲반송 ▲2매 검지 ▲지폐인식 ▲일시보류 등의 기능 검증용이다. 청호컴넷 기술연구소 김철규 상무는 “오는 2월 이전 테스트에 필요한 표준모델 기기가 제작될 것으로 보인다”며 “2월 한달간 테스트를 완료하고 4월말까지 오류수정, 보고서 작성을 거치면 3차연도 사업에 착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차연도 사업이 완료되면 오는 2007년 4월까지 ‘파일럿 ATM기기(전체기능 구현 신뢰성 평가용)’ 개발, 인증 및 신뢰성 평가, 지적소유권 확보 등 과정을 거쳐 순수 국산 금융자동화기기가 탄생하게 된다. ◆
환류식 지폐 입출금장치 정의와 기술 ‘BRM'은 ▲입출금부 ▲반송부 ▲2매 검지부 ▲지페 인식모듈 ▲일시 보류부 ▲지폐 환류부 ▲지폐 보충부 ▲지폐 회수부 등 총 8개 장치로 구분된다. BRM의 핵심기술도 분리, 환류, 집적, 반송, 인식 기술로 나눠 각 업체와 대학에서 공동 개발중이다. 이번 국산화 사업에서는 지폐 구동장치는 LG엔시스, 노틸러스효성, 청호컴넷, 한틀시스템, 전자부품연구연이 맡았고, 지폐인식 모듈은 한국조폐공사, 기산전자가 맡아 사업을 수행 중이다. 이 BRM의 국산화의 어려움은 ‘현금’을 운용하는 장비이기 때문에 정밀한 시스템이 요구되는 점이고, 최소 200~300억원이 투자되는 이번 사업의 시장성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초당 10장이상 현금이 입출금 되도록 형상예측이나 반송모터, 게이트 동작 제어기술 들 핵심 기술이 필요하고, 총 1만 2000여장을 동시에 수납하도록 마찰계수 등 계산하는 물리학적인 요소가 필요하다. 또 연간 2000~2500억원대 국내 ATM 시장에서 4개사가 500여억원씩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고 가정하면, 200~300억원의 투자를 선뜻 진행하기는 어렵다는 시장의 환경적인 요소가 국산화를 늦춘 결과다. <김동기 기자>kdk@ddaily.co.kr
Copyright ⓒ 디지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