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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제일FDS 매각 급물살, 업계파장은

은행 IT자회사 매각 신호탄인가

제일은행 경영진이 제일FDS 매각을 공식화하면서 은행 IT자회사 매각이 또다시 국내 IT업계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국내 시중은행및 금융지주사 산하의 IT자회사는 국민은행 국민데이타시스템즈, 우리금융지주의 우리금융정보시스템, 신한금융지주의 신한데이타시스템, 하나은행의 하나아이엔에스, 기업은행 IB케이텍, 제일은행 제일FDS 등이 있다. 이들 IT자회사중 은행 및 그룹지주사를 대상으로 한 토탈 IT아웃소싱은 우리금융정보시스템만 수행중이다. 최근 하나금융그룹이 지주사 산하의 독자적인 IT자회사 설립안을 철회하고 기존 하나아이엔에스를 그룹 IT아웃소싱 자회사로 격상키로 확정한 바 있다. 현재 대부분 시중은행 IT자회사들은 일부 개발업무만 맡아서 하는 상황이고, 토탈 IT아웃소싱에는 근접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역할면에서 제일FDS 역시 여타 시중은행의 IT자회사들과 비슷하다. 따라서 제일FDS의 매각은 국내 시중은행들의 IT자회사 운영전략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미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은행 IT자회사 매각, 소문무성 국내 시중은행들의 IT자회사 매각은 비단 이번 제일FDS만이 아니다. 작년초 김정태 행장시절 국민은행은 외부 자본을 끌어들여 국민데이타시스템의 지분을 일부 매각하려고 시도한 바 있다. 당시 국민은행은 카드사 인수 및 카드 부실 문제로 자기자본 비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상황이었고, 이런 상황에서 국민데이타 등 IT자회사 지분 일부를 외부에 매각, 구조개편이라는 모양새를 찾기에 급급했다. 특히 당시에는 국민은행이 3000억원대로 추산되는 차세대시스템 구축이라는 뚜렷한 목표를 갖고 있었고, 이에 따라 국내외 주요 SI업체들이 차세대프로젝트를 노리고 내부적으로 실사를 극비리에 행하는 등 상당히 구체적인 움직임이 있었다. 실제로 삼성SDS, 한국IBM 등 몇몇 SI업체는 국민은행측과 이같은 안을 갖고 물밑협상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6월부터 전 김정태 행장이 분식회계를 했다는 이유로 금융당국과 갈등을 빚었고 은행장직에서 물러나면서 국민데이타시스템 지분매각은 없었던 일이 돼 버렸다. 이어 지난해 상반기 이와 비슷한 소문이 우리금융지주사 일각에서 흘러나오기도 했다. 황영기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우리금융정보시스템 매각을 준비중이라는 소문과 함께 모 다국적 IT회사와 총론에는 합의가 됐다는 것이다. 9월 차세대시스템 가동을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정보시스템 모두 이같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지금도 이 시나리오는 유효한 가능성이 있는 사안으로 꼽히고 있다. 왜냐하면 황영기 체제 출범 2년째에 접어든 올 해 우리금융지주사가 예금보험공사에 구조개편의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우리금융정보시스템 매각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것. 또한 우리금융정보시스템의 적정 자본금이 최소한 2000억~2500억원 수준이어야 하는데, 이를 우리금융지주사 차원에서 자체증자할 경우 예보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등 부담이 많기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경영권만 유지하는 상황에서 외부 IT업체로 부터 지분참여를 유도해야 되는 상황이라는 것도 매각설이 나오는 이유중에 하나다. 실제로 연간 2700여억원에 달하는 IT예산을 사용 중인 우리금융정보시스템 매각은 막대한 매각대금 수입 뿐만 아니라 지주사 구조개편, IT운영효율화 측면에서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다만, 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 9월 차세대시스템 가동이후 올 해 표삼수 대표이사를 교체했고, 이어 올 7월부터는 IT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기위한 'IT계약 방식'을 획기적으로 변경한 IT아웃소싱 개선안을 국내 은행권에서느 처음으로 도입하는 등 1차적인 구조개편을 시도한 상태다. 우리은행을 중심으로 ITO(IT아웃소싱) 개선안을 추진 중인 우리금융정보시스템은 지주회사의 IT자회사에 대한 대금 지급 청구 방식을 대폭 개편하고 있는데, 성공 여부에 따라 지분매각 시나리오의 방향성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제일FDS 매각은 SCB 머니게임? 제일FDS의 매각은 국내 시중은행들이 IT자회사 매각을 촉발할 수 있기 때문에 파급효과가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문제는 앞서 설명한대로 제일FDS가 인력 및 개발업무 일부를 아웃소싱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선뜻 매수주체를 구할 수 있느냐의 여부이다. 물론 제일은행측이 제일FDS를 매각할 경우, 기존 제일FDS의 IT아웃소싱 물량외에 현재 은행이 가지고 있는 자체 IT부문까지 떼어주는 '미끼'를 제시하게된다면 상황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제일은행의 연간 IT 투자액은 약 1200억원선이지만 앞으로 소매금융을 강화해야하는 측면에서 IT투자비용이 경쟁 은행들 수준인 2000억원대로 늘려야하는 상황이다. 제일FDS의 매각 시나리오는 향후 국내 은행계 IT자회사 매각의 전체적인 방향성과 맥을 같이 하고 있어 주요 관심의 대목이 된다. 현재 국내 은행계 IT 자회사에 관심이 있는 업체는 삼성SDS, 한국IBM 정도이다. 다만 두 회사 모두 선뜻 은행 IT자회사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못하고 있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내재돼 있다. 은행의 IT아웃소싱 물량이 별것 없더라도 IT자회사의 인수는 금융IT사업의 시너지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촉매제의 역할을 할 수 있기때문에 인수할 가치가 있지만, 그 이면에는 은행과의 IT주도권 문제가 여전히 걸려있기 때문이다. 즉 시중은행 IT자회사가 매물로서의 가치보다 향후 발생할 IT 투자가치가 보장돼야 하는데 은행에서 이 부분을 보장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IT자회사를 매수한 SI업체는 매각한 은행의 IT투자 독점권을 바라지만 은행측에서는 여전히 IT투자의 주도권을 갖고 싶어한다"며 "따라서 일부 SI회사나 다국적 기업에 종속시키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IT 아웃소싱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은행과 IT아소싱업체간 암묵적인 신뢰가 확보되지 못한다면 은행 IT자회사의 매각은 의외로 지지부진해질 수 있다. 따라서 어떤 측면에서는 "제일FDS 매각은 스탠다드차터드 은행의 머니게임으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스탠다드차터드 이전의 제일은행 대주주였던 뉴브릿지캐피탈은 앞서 지난 2001년 중반 미국EDS측과 제일은행 IT부문 매각협상을 극비리에 진행했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엄청난 노조의 반발로 매각은 좌절됐었다. 당시 뉴브릿지캐피탈측은 제일은행의 매각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위해 먼저 IT부문을 은행에서 떨어내겠다는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최근 스탠더드차터드의 입장은 단순히 과거 뉴브릿지캐탈과 같은 형태의 '머니게임' 성격은 아닌것으로 보인다. 일단은 IT아웃소싱을 통한 IT투자의 효률성 확보에 더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런 과정에서 제일FDS매각 논의가 구체화됐을 것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김동기 기자>kd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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