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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우리는 '사만다'를 받아들일 준비가 됐을까 [취재수첩]

영화 '그녀(her)' 주인공 테오도르가 AI 운영체제 '사만다'를 설치 중인 모습 [ⓒ 네이버 영화]
영화 '그녀(her)' 주인공 테오도르가 AI 운영체제 '사만다'를 설치 중인 모습 [ⓒ 네이버 영화]

[디지털데일리 이나연기자] "사만다는 운영체제야."

지난 2013년 개봉된 공상과학(SF) 로맨스 영화 '그녀(her)'의 주인공 테오도르는 2대2 더블 데이트를 제안한 친구에게 이렇게 답한다. 아내와 별거 중이던 테오도르는 인공지능(AI) 운영체제 '사만다'와 대화를 거듭할수록 사랑을 느끼며 연인처럼 대한다.

작중 배경은 현재인 2025년이다. 이 작품이 개봉됐을 당시만 해도 AI와 사랑에 빠지는 것은 다소 과한 설정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오픈AI '챗GPT'를 활용한 지브리 풍 이미지가 전 세계를 강타한 것만 봐도 AI 서비스 대중화는 시작된 지 오래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1일(현지시간) TED 대담에서 "전 세계 인구의 10% 정도가 우리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 인구를 약 80억명으로 가정할 때 챗GPT 이용자 규모는 8억명에 이르는 셈이다.

국내 AI 플랫폼들도 AI와 더 친숙하게 교류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뤼튼테크놀로지스는 이달 초 기자간담회에서 신규 서비스인 'AI 서포터'를 공개하며 "영화 her 사만다나 아이언맨 자비스처럼 사용자가 AI에게 애착을 느낄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고 강조했다.

우리 일상에 AI가 더 깊이 침투할수록 AI 윤리 중요성은 더 커질 전망이다. 현재도 생성형 AI를 학습하는데 들어가는 데이터와 이를 활용한 결과물에 대한 저작권 문제, 과거 '이루다 사태'로 볼 수 있는 AI 대화 악용과 개인정보 유출 논란 등 수많은 난제가 쌓여있다.

AI가 가져올 혁신 이면에는 일자리 대체를 비롯한 다양한 부작용이 뻔히 예상된다. 그러나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 각국에서도 당장은 뾰족한 수가 없는 상태다. 눈부신 속도로 발전하는 기술에 비해 법적·사회적 논의는 여전히 더디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애초부터 잘잘못을 명확히 가리고 규제 대상을 확정하기가 어렵다. 챗GPT 발 애니메이션 화풍 이미지 열풍으로 저작권 논쟁이 다시 불붙었지만, 일본 스튜디오 지브리나 미국 월트 디즈니 모두 이렇다 할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두 손 두 발 다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안(추경)에서 AI 분야에 1조8000억원을 추가 투입할 것을 예고하고 조기 대선 주요 의제 역시 AI가 된 이상, 우리는 더 적극적으로 AI 윤리를 실현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지난달 한국에서 개봉한 SF 로맨스 호러 스릴러 영화 '컴패니언(동반자)'은 실제 연인과도 같은 AI 반려 로봇을 다뤘다. her에 등장한 사만다가 직접 보고 만질 수 없던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간 형태다.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사용자만을 평생 사랑하도록 명령한 AI 로봇을 범죄에 오남용했다. 그 결과는 모두의 파국으로 이어진다.

영화 her가 개봉 직후에 비현실적인 상상력이라는 반응이 나왔듯 컴패니언도 지금은 너무 멀리 간 이야기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her가 2025년 현재 사회를 일부 예견한 것처럼 이 또한 마냥 불가능하지만은 않은 일이 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이제부터라도 활발한 공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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