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규리기자] 정국 혼란 공백을 틈타 식품업계가 줄줄이 가격 인상에 나섰다. 지난해까지 정부의 물가 안정 압박에 잠자코 있던 기업들이 대통령 파면과 조기 대선 정국이라는 '무주공산'의 시기를 틈타 가격 인상 움직임에 시동을 걸었다.
가장 먼저 흔들린 건 라면이다. 오뚜기는 주요 라면 16개 품목의 출고가를 평균 7.5% 인상한다. 진라면은 무려 10.3% 뛰어 800원 문턱에 바짝 다가섰고, 짜슐랭 역시 8.2% 올랐다. 농심도 지난달 신라면·짜파게티·너구리 등 17개 브랜드 가격을 평균 7.2% 인상하며 서민 음식의 자격이 흔들리고 있다. 팔도비빔면, 비락식혜 등을 제조하는 팔도도 가격을 최대 8% 대까지 인상한다.
주류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오비맥주는 1년 6개월 만에 카스·한맥의 출고가를 평균 2.9% 올린다. 하이트진로는 와인·샴페인 200여종의 가격을 평균 1.9% 인상했고, 롯데아사히는 아사히 맥주 가격을 최대 20%까지 끌어올렸다. 여기에 매일유업은 컵커피·치즈류 51종의 가격을 평균 8.9% 인상하고, 프랜차이즈 커피와 햄버거 브랜드들 역시 잇따라 가격을 조정했다.
만두, 과자, 아이스크림, 빵 등 '간식의 물가'도 예외는 아니었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만두 20여종과 스팸 가격을 올렸, 동원F&B도 냉동만두 제품을 인상했다. 빼빼로·빠삐코·더위사냥 같은 익숙한 이름들도 가격표를 바꿨다. 빙그레는 자회사까지 동원해 아이스크림 가격을 일제히 200원씩 올렸고, 롯데웰푸드와 뚜레쥬르 역시 과자·제과류 가격을 잇달아 조정했다.
카페 프랜차이즈도 인상 대열에 섰다. 스타벅스를 시작으로 폴바셋, 할리스, 투썸플레이스가 가격을 올렸고, 저가 브랜드로 불리는 컴포즈커피·더벤티·메가MGC커피까지 인상 흐름에 올라탔다.
기업들은 어김없이 '고환율'과 '원재료값 상승'을 내세우며 줄줄이 가격 올리기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정부의 요청으로 가격 인상 시기를 놓쳤던 만큼, 지금이 오히려 적기라고 보는 분위기"라며 "정치적 혼란이 계속되면 추가 인상도 불가피하다"고 귀띔했다.
또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이 모든 움직임이 사실상 국가 기능이 멈춘 상태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비상 체제에 들어간 정국은 물가 정책의 컨트롤타워를 사실상 마비시켰다. 그런데도 정부 관계자들은 이를 방치한 채 별다른 조치 없이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다. 결과적으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 돌아가고 있다.
정치권의 혼란과 정부의 무기력, 그리고 기업들의 무주공산을 틈탄 인상이 맞물리면서 물가 불안은 지속 심화되고 있다. 정책 공백의 책임을 떠넘기는 사이, 가격은 차곡차곡 올라간다. 조기 대선까지 남은 두 달 동안 기업들은 정치 일정을 살피며 또 한 번 가격표를 손 볼 타이밍을 저울질할 것이다. 불안정한 정국 속에서 또다시 오를지 모를 가격에 지갑을 열며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가격 인상의 근거가 모호해질수록, 국민들은 침묵을 강요당한다. '원가 상승'이라는 익숙한 명분 뒤엔 정치적 혼란을 기회로 삼은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 일부 기업은 불확실성을 명분 삼아 눈치 보기식 인상에 나서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간다. 정책 신호는 불분명하고, 감시의 눈은 흐릿하다. 이런 시기일수록 기업의 책임 있는 판단과 정부의 명확한 기준이 절실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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