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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 시스템 인정 받은 엔씨, ‘리니지라이크’ 경고등 켜졌다

리니지M [ⓒ엔씨소프트]
리니지M [ⓒ엔씨소프트]

[디지털데일리 문대찬기자] IP(지식재산)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관련한 법적 다툼이 이어지는 가운데, 게임업계 판도를 바꿀 수도 있는 판례가 나와 주목된다. 재판부가 엔씨소프트(이하 엔씨)의 ‘리니지’ 시스템을 성과물로서 보호 가치가 있다고 인정하면서, 업계에 만연했던 ‘리니지라이크’식 게임이 자취를 감출 가능성이 생겼다.

지난 27일 서울고법 민사 5-1부(송혜정 김대현 강성훈 부장판사)는 엔씨가 웹젠을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침해 중지 등 청구 소송 2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엔씨는 앞서 2020년 웹젠이 출시한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R2M’이 ‘리니지M(2017)’의 콘텐츠와 시스템을 모방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 엔씨의 손을 들어준 재판부는 2심에서도 리니지M의 저작권 자체는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구성 요소의 선택과 배열·조합이 게임 전반에서 차지하는 비중, 실질적 유사성, 게임 시스템의 명성과 고객 흡인력 등을 고려해, 해당 구조를 엔씨가 축적한 경쟁력 있는 성과물로 판단했다. 웹젠은 이를 모방해 부당한 이익을 취한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피고(웹젠)는 R2M을 일반 이용자들에게 사용하게 하거나 이를 선전, 광고, 복제, 배포, 전송해서는 안 된다”며 엔씨에 배상금 169억1820만9288원을 지급하라고 밝혔다. 이는 국내 게임업계에서 진행된 저작권 관련 법적 분쟁 역사상 가장 큰 액수의 배상액이다.

그간 게임 산업에서는 저작권이나 부정경쟁행위에 대한 판례가 많지 않아, 게임 내 성과물의 가치를 법적으로 어떻게 평가할지 기준이 모호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을 통해 리니지 시스템이 일정 부분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는 점이 인정되면서, 향후 유사한 분쟁의 판단 기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웹젠은 대법원 상고와 함께 서비스 중단 판결에 대한 강제집행정지 신청을 준비 중이지만, 판시가 번복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법원이 발간한 ‘2024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지식재산소송 상고심에서 기존 판단이 뒤집힌 사례는 7%에 불과하다.

2023년 서비스를 시작한 아키에이지워.[ⓒ카카오게임즈]
2023년 서비스를 시작한 아키에이지워.[ⓒ카카오게임즈]

수백억 원대 배상액 규모에 더해 서비스 중단 명령까지 내려진 만큼, 업계에 만연했던 ‘리니지라이크’ 게임 개발 흐름에도 적잖은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리니지라이크란 엔씨 대표작 리니지 시리즈의 시스템과 설계 전반에서 유사성을 가지는 게임들을 일컫는다.

엔씨는 현재 카카오게임즈와 레드랩게임즈를 상대로도 저작권 침해 소송을 진행 중이다. 앞서 ‘아키에이지워’를 둘러싼 카카오게임즈와의 1심에서는 패소했으나, 엔씨가 이번 판결을 발판 삼아 항소 전략을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시 1심 재판부는 ‘리니지2M’ 시스템 또한 선행 게임들과 유사하다며 공공영역에 속한다고 판시했다.

당장은 내달 18일 예정된 레드랩게임즈 ‘롬’ 관련 1심 2차 변론기일에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엔씨는 레드랩게임즈가 개발하고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 중인 ‘롬: 리멤버 오브 마제스티’를 놓고 지난 1월부터 소송을 이어오고 있다. 롬이 게임 구성 요소의 선택과 배열, 조합 뿐만 아니라 게임 콘셉트, 주요 콘텐츠, 아트, UI(사용자 인터페이스), 연출 등에서 리니지W의 시스템을 무단 도용했다는 게 엔씨 측 주장이다.

이철우 게임전문 변호사는 “저작권법상 보호 받을 창작물로 인정 받은 것은 아니지만 리니지의 시스템적인 부분이나 구상, 기획이 부정경쟁방지법상 보호돼야하는 타인의 성과라는 판례가 나왔기 때문에 무분별한 게임 베끼기에 대한 제재가 앞으로 더 확산되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아키에이지워 소송에선 리니지라이크가 하나의 장르적 특성으로 인정받은 상반된 판례가 나온 만큼 아키에이지워 항소심에서의 판단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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