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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빅딜' 신호탄…삼성, 8년만 조단위 M&A

삼성전자, 2조4000억원에 유럽 공조 기업 '플랙트' 인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옥송이 기자] 8년간 멈춰있던 삼성전자의 대형 인수·합병(M&A)이 물꼬를 텄다. 이달 7일 하만을 통해 미국 마시모 오디오 사업부를 인수한 데 이어, 유럽 최대 공조 업체인 독일 플랙트그룹을 조단위에 인수하기로 하면서다.

14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영국계 사모펀드 트라이튼(Triton)이 보유한 플랙트 지분 100%를 15억 유로(약 2조40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전자가 조단위의 M&A를 성사시킨 건 지난 2017년 하만 인수 후 처음이다.

하만은 이재용 회장의 첫 대형 M&A로, 약 9조원에 인수했다. 인수 후 실적 부진을 겪기도 했으나, 전장·오디외 사업이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캐시카우로 입지를 달리하게 됐다. 올해 1분기 하만의 매출은 3조4000억원, 영업이익 3000억원을 달성하며 전년 동기 대비 성장세를 기록했다.

성공적인 하만 사례에 비추어 볼 때 삼성의 대형 M&A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됐으나, 막상 삼성전자의 대형 M&A는 하만 이후 진전이 없었다. 이재용 삼성 회장이 사법리스크에 휘말린 것이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다.

총수의 발목이 묶이면서, 중대한 의사결정에 속도를 내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 회장이 사법리스크가 지속되는 기간 조단위 M&A는 전무했다. 이에 주주들의 속도 타들어갔다. 매년 주주총회마다 M&A 계획은 단골 질문이 됐을 정도다.

다만,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 인수를추진하며 M&A 재개에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3년 국내 로봇 전문 기업인 레인보우로보틱스를 868억원에 지분 14.7%를 확보했고, 지난해 지분을 늘리며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후 잠잠했던 삼성전자의 M&A 행보는 최근 부쩍 바빠졌다. 하만을 통해 미국 마시모의 오디오 사업부를 3억3000만달러(5000억원)에 인수한 직후 이날 발표된 플랙트그룹 인수까지 이달만 M&A가 두 건이나 된다.

삼성전자는 플랙트그룹 인수를 통해 글로벌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냉난방공조 사업에 진출한다. 공조사업은 다양한 시설에 최적의 공기를 공급하기 위해 온습도를 제어하는 것으로, 지구온난화, 친환경 에너지 규제 등으로 글로벌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공항, 쇼핑몰, 공장 등 대형 시설을 대상으로 하는 중앙공조 시장은 2024년 610억 달러에서 2030년 990억 달러로 연평균 8%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냉난방공조 가운데서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냉각 분야에 초점 맞출 전망이다. 데이터센터 부문은 2030년까지 441억 달러 규모로 연평균 18%의 높은 성장률로 공조 시장을 견인하고 있으나, 글로벌 공급 경험, 최적의 설계와 솔루션 제시 역량을 갖춰야하는 등 진입장벽이 높은 산업이다.

삼성은 플랙트의 특장점인 데이터센터 솔루션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플랙트는 액체냉각 방식 중 하나인 CDU(Coolant Distribution Unit)에서 업계 최고 수준 냉각 용량과 냉각효율 제품군을 확보한 기업이다.

노태문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직무대행 사장은 "삼성전자는 AI, 데이터센터 등에 수요가 큰 중앙공조 전문업체 플랙트를 인수하며 글로벌 종합공조 업체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며 "앞으로 고성장이 예상되는 공조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지속 육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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