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강기훈 기자] 농협금융지주가 모회사인 농협중앙회에 농업지원사업비와 배당금 명목으로 1조5000억원이 넘는 돈을 납부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의 상당수를 헌납한 것이다.
이 같은 관행이 농협금융의 성장성을 저해하고 자산 건전성을 악화시킨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농협중앙회 측은 "농협금융의 설립 목적을 따져봤을 때 전혀 과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KB,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금융지주사들과의 실적 경쟁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오히려 농협측은 "4대 금융지주사들은 외국인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한 해 4조원 넘게 지급하지 않느냐"며 반박하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작년 농협금융이 중앙회에 지급한 농지비는 6111억원으로 집계돼 전년 4927억원과 견줘 24%(1184억원) 증가했다. 2017년 3629억원을 시작으로 2018년 3858억원, 2019년 4136억원, 2020년 4281억원, 2021년 4460억원, 2022년 4505억원으로 매년 농지비가 불어났다.
농지비는 농촌 진흥을 위해 농협금융을 포함한 농협 계열사가 농협중앙회에 '명칭 사용료' 명목으로 내는 돈이다. 현행 농업협동조합법(제159조의 2)에 따라 농협금융은 중앙회에 매년 매출액 혹은 영업수익의 2.5%를 농지비로 납부하고 있다.
농협금융의 자회사인 농협은행 또한 큰 돈을 지출해야 한다. 농협은행이 지난 11일 이사회를 통해 책정한 결산배당은 8900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년 8700억원보다 2.3%(200억원) 증가한 수치다. 배당금은 농협금융을 거쳐 중앙회로 가게 된다.
이로써 농협금융이 중앙회에 최종 납부해야 할 금액은 1조5011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작년 거둔 순이익이 2조4537억원인 것을 비교하면 무려 61.2%에 해당하는 돈이 유출되는 셈이다.
농협금융이 좀처럼 다른 금융지주들과 격차를 좁히지 못하는 원인으로 이처럼 매년 납부해야 하는 농지비와 배당금을 꼽고 있다.
실제로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 중 우리금융이 작년 3조860억원의 순이익일 거두며 4위를 기록했다. 이는 '꼴찌'인 농협금융과도 6323억원 가량 순이익 격차가 난다. 농지비와 배당금만 없었어도 4위 탈환은 시간 문제인 것이다.
게다가 이런 구조가 농협금융의 자산 건전성마저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 또한 나온다.
이와관련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9일 은행장 간담회 직후 가진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농협중앙회 배당금 논란은 거위 알을 먹느냐, 거위 배를 가르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농협금융은 농민을 위한 것이라 배당 자체에 대해 왈가왈부할 사안은 아니다"라면서도 "과도한 배당으로 중장기적 성장 동력이 훼손되거나 수익 건전성이 위험에 빠지게 되면 그건 당국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중앙회의 문제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건전성이 악화된 것은 수치로도 확인이 된다.
농협금융의 작년 말 기준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12.44%로 1년 전 13%와 견줘 0.56%포인트(p) 하락했다.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2%보단 높지만 다른 금융지주들이 13%의 보통주자본비율을 유지하는 것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정기검사 중간 브리핑 때 금감원이 농협금융의 수익성과 건전성이 악화된 부분을 지적했고 금감원장도 직접 이를 밝혔다"며 "분명히 문제가 있다는 것이고, 아예 농지비와 배당금을 없앨 순 없으나 줄이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계속 발목을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관행에 대해 어쩔 수 없다는 반론 또한 존재한다. 농협금융이 2012년 중앙회로부터 신경분리(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됐지만 농촌 진흥을 위해 설립된 점 역시 고려해야 한다는 논리에서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농협금융은 금융사업에 발생한 이익을 농업인 조합원을 위해 환원하고자 설립됐다"며 "농지비나 배당금 과다 논란에 대해서는 지주 차원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또, 나머지 금융지주들이 거액의 배당금을 해외에 유출하는 것과 비교하면 차라리 농협금융의 행보가 더 낫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식 시장에 상장된 4대 금융지주는 작년 주주환원을 위해 배당금 배분과 자사주 매입·소각 형식으로 약 7조6000억원을 쏟아부었다. 4대 금융지주의 평균 외국인 지분율이 55~65%인 것을 감안하면 약 4조원 가량의 돈이 해외로 빠져나갔다.
익명의 한 농협 관계자는 "농협금융의 실적이 배당금과 농지비 때문에 정체되고 있다는 지적을 십분 이해한다"면서도 "농협금융은 상장되지 않았기에 순이익의 일부가 외부로 빠져나가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솔직히 농협 내부에서는 해외로 자금이 유출되느니 차라리 농촌 진흥을 위해 돈이 쓰이는 게 더 낫지 않냐는 의견이 주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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