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중국발 '딥시크 쇼크'에 따른 파장이 만만치 않다. 미국은 중국을 강력한 AI 패권경쟁 상대로 공식화했으며 이는 향후 양국 AI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또한 오픈소스로 공개된 딥시크의 AI 모델 역시 빠른 속도로 확산되면서 국내외 AI 산업 동향은 딥시크 등장 전과 후에 큰 차이가 생기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 Genspark AI로 생성한 이미지
美 AI 추격자에서 '공식 라이벌'된 중국 ... 트럼프 "경종 울릴 때"
중국의 AI 개발기업 딥시크가 지난 1월20일 공개한 추론형 AI 모델 'R1'은 오픈AI나 구글, 메타 등 미국을 상징하는 기업들의 AI 기술력와 유사한 성능, 상대적으로 적은 개발 비용과 낮은 사용료, 여기에 오픈소스 정책까지 택하며 세계적인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 가운데 딥시크의 AI 모델 개발비 축소 의혹, 오픈AI GPT 모델의 학습 데이터 카피 의혹 등이 따르지만 현재까지 승기는 중국이 잡은 모양새다. 모두 의혹의 사실 여부와 별개로 상당한 수준의 '중국 AI' 마케팅 효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특히 '증류(distillation, 고성능 모델의 데이터와 연산 노하우의 액기스를 경량화된 모델에 학습시키는 방법)' 기법을 이용한 GPT 모델 학습 데이터 추출은 사실로 확인될 경우, 앞으로도 제3자가 얼마든지 유사한 접근법을 취할 수 있다는 선례와 가능성을 남겼다. 또한 어떤 방법을 사용했든 딥시크 R1의 성능이 미국의 주요 AI 모델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았다는 점이 증명되어 미국 정부와 기업들의 긴장도는 더욱 높아지게 됐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딥시크를 직접 언급하며 "미국 AI 산업에 경종을 울릴 때"라고 평가했다. 이어 지난 10일 미·일 정상회담에서도 "딥시크가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면서"도 "좋은 AI를 저렴하게 쓸 수 있다면 매우 긍정적인 발전"이란 평가를 내놨다.
美 대중국 AI 견제 소용 없었나
중국의 AI 경쟁력은 그동안 미국보다 많은 AI 인력과 특허의 수, 공개된 중국 AI 모델들의 성능이 꽤 좋다는 전문가들의 전언 속에서 주로 평가되어 왔다. 하지만 동시에 미국이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가속기(GPU) 중국 수출을 금지하는 규제로 상징되는 대중국 견제 전략으로 인해 미국을 쉽게 앞서지 못할 것이란 인식이 함께하기도 했다.
그러나 딥시크 쇼크로 이런 믿음에 금이 생겼다. 딥시크가 중국 내 수입이 허용된 엔비디아의 저성능 AI 가속기인 'H800', 'H20' 등의 모델로도 괄목할 만한 성능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점도 "딥시크는 사실 H100과 같은 엔비디아의 고성능 GPU도 다수 보유하고 있을 것"이란 테슬라 일론 머스크 CEO를 비롯한 몇몇 인물의 반박이 따르고 있다. 다만 이 주장이 사실이라도 문제다. 오히려 미국 수출 규제에 구멍이 있었다는 의심과도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딥시크는 이번 모델 개발 및 추론 학습에 엔비디아 GPU 외에도 자국 기업인 화웨이의 AI 반도체(어센드 910C)도 다수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의 강력했던 대중국 GPU 수출 규제가 생각보다 큰 실효성을 거두지 못한 셈이다.
깃허브에 공개된 딥시크 오픈소스 모델 페이지 中
결과적으로 딥시크는 오픈AI조차 위협 가능한 수준의 AI 개발에 성공했다. 게다가 이 모델을 누구나 사용 및 개조 가능한 오픈소스로 공개한 여파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설날 직후부터 뤼튼테크놀로지스, 이스트소프트, 딥노이드 등 다수의 기업이 딥시크 오픈소스 모델 활용 서비스를 잇따라 공개하고 있다. 미국의 엔비디아조차 지난 4일 자사 시스템을 이용해 딥시크 R1 모델을 테스트할 수 있는 서비스를 공개했으며, 이튿날 스노우플레이크도 자사 생성형 AI 도구 '코덱스 AI'에서 R1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들 기업은 모두 "R1 모델을 분리된 클라우드 환경에 설치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므로 개인정보 유출 없이 안전하게 쓸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마디로 기업 입장에서 R1은 개인정보 이슈만 해결하면 천문학적인 개발비용 투입 없이도 오픈AI 급의 검증된 고성능 모델을 무료로 도입해 서비스할 수 있다는 점이 거부하기 힘든 매력 포인트다. 이와 관련해 한 AI 스타트업 관계자도 "(딥시크 AI 모델 도입에 대해) 우선 시장의 반응을 살피며 가능성을 모색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R1 탑재 서비스가 실사용자들의 큰 반발 없이 수용될 경우 더 많은 서비스로 확대 도입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포함되어 있었다.
美 AI 외교·정치적 영향력 강화할 때... 中 신뢰도 회복 시급
미국은 이런 상황이 난감할 수밖에 없다. 중국이 이미 상당한 수준의 자체 AI 기술력과 더불어 강력한 기술 카피 능력까지 겸했다면, 미국 AI 기업들의 신기술 공개는 동시에 중국에 추격 빌미를 제공하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모델이 이번처럼 무료로 풀리는 경우도 문제다. 우선 미국 AI 모델에 대한 제3국의 의존도가 약화할 수 있다. 또한 공개된 딥시크 AI 모델은 상당 부분 중국 공산당의 정치적 성향과 중화사상 개념이 학습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는 각국의 딥시크 모델 기반 AI 서비스에서 암암리에 중국 정부가 지향하는 편향적 사상과 정보가 불특정 다수 사용자에게 확산될 가능성도 남기는 대목이다.
결국 향후 미국의 대중국 AI 정책은 압도적인 기술 격차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과 더불어 중국 AI 모델 확산을 저지하기 위한 정치·외교적 노력까지 더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지난 1월 미국이 180일 이내에 새로운 '인공지능 행동 계획'을 수립하도록 한 행정명령에 사인한 바 있다. 이를 통한 미국의 글로벌 AI 우위 유지 또한 강하게 주문했다. 또 직전 바이든 정부와 달리 AI 안전성 확보 대신 규제 완화에 더욱 무게를 뒀기에 트럼프 정부에서 미국 AI 기업들의 기술 개발 속도는 한층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한결 여유를 찾게 됐다. 미국 수출 규제에 대항한 수년 간의 'AI 굴기'가 딥시크 쇼크로 그 잠재력을 인정받게 된 까닭이다. 그러나 중국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대외적으로 낮은 신뢰도 문제 해결이 그만큼 시급해졌다. 최근 딥시크 AI 모델의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 문제가 대두되자 불과 수일만에 미국, 이탈리아, 호주, 대만, 한국 등 세계 각국 정부와 기관, 기업에서 앞다퉈 '딥시크 온라인 서비스 사용 금지령'을 내렸다. 뤼튼테크놀로지스도 '안전 딥시크' 서비스를 시범 출시하며 "사용자들이 안전하게 해당 모델을 테스트 해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한 점 등에서 현시점 중국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대중적 인식 수준이 잘 드러난다고 볼 수 있다.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이 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 국가인공지능위원회에서 열린'국내 AI 산업 경쟁력 진단 및 점검 회의' 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편 국내에서도 딥시크 쇼크 이후 우리 정부의 AI 정책 및 기업의 대응 전략 수정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한국은 지난해까지 '소버린(주권) AI' 키워드를 내세우며 자체 AI 기술력 확보에 총력을 다했다. 그러나 미국, 중국, 유럽 등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자금력과 인재의 수 등은 극복이 어려운 애로사항으로 지적됐다. 이에 과거 한국이 반도체 시장에서 후발주자로서도 전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제패했듯, 최근에는 AI도 더 늦기 전에 한국이 뒷심을 발휘할 수 있는 특화 영역을 찾아 육성해야 한다는 업계·학계 안팎의 목소리가 커지는 중이다.
정부도 이 문제를 잘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구 제2차관은 지난 6일 '국내 AI 산업 경쟁력 진단 및 점검 회의' 인삿말에서 "30년 전 초고속정보통신망이 개통되고 인터넷 시대가 열린 바 있는데, 요즘 세상은 그 데자뷔를 보는 것 같다"며 "딥시크는 우리 산업계에 방법론적인 부분에 대한 새로운 혁신 화두를 던졌다. 우리 정부도 여러 사항을 면밀히 분석해 산업계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알림 ※
2025년 창간 20주년을 맞은 디지털데일리는 <AX발전포럼>을 출범하고, 각 분야 전문가들과 AI 산업 발전을 위한 심도 깊은 논의를 진행합니다. 최형두·조인철·이해민 의원실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행정안전부,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등 유관부처와 산업계, 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해 현 상황을 진단하고 대응방안을 모색합니다. AX발전포럼 출범식 및 정책토론회는 2월19일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딥시크 쇼크: 2025 한국 골든타임 확보 위한 정책 제언'을 주제로 진행됩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성원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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