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삼성전자가 HBM3E 16단(16H)의 상용화 수요가 없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하면서 업계에 미묘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CES 2025에서 HBM3E 16단을 전면에 내세운 SK하이닉스의 행보와 대비, 시장 내 핵심 플레이어의 전략 차이가 부각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 2024년 4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HBM3E 16단의 경우 고객사의 상용화 수요는 없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16단 스택(Stack) 기술 검증을 위해 샘플을 제작해 주요 고객사에 전달했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1C 나노 기반의 HBM4 개발도 기존 일정대로 진행 중이며, 2025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며 "HBM4 및 HBM4E 기반의 커스텀 HBM 프로젝트들도 기존 계획에 맞춰 고객사들과 기술적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반도체 업계 내에서 적지 않은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SK하이닉스가 CES 2025에서 HBM3E 16단을 전면에 내세우며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펼친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발언은 시장 수요에 대한 정반대의 입장을 나타낸 것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HBM4와 HBM4E로의 전환을 강조하면서 HBM3E 16단의 상용화 가능성을 낮게 평가한 것은, SK하이닉스의 전략과 차별화를 꾀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SK AI 서밋'에서 HBM3E 16단을 최초로 공개하고, 이번 CES 2025에서도 이를 핵심 제품으로 내세웠다. 이는 HBM3E 16단이 향후 AI 서버 및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한 것. 하지만 삼성전자가 '상용화 수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SK하이닉스의 전략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HBM3E 16단은 12단, 16단의 HBM4로 넘어가기 전의 과도기적 제품이다. 메타와 구글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AI 칩을 개발하며 HBM4 커스텀 제품을 요청하고 있는 가운데, 현재 HBM3E 16단이 이러한 니즈를 충족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점은 무시할 수 없다. 삼성전자는 HBM3E 16단보다, 하이브리드 본딩을 도입, 생산하는 HBM4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적 선택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업계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입장과는 달리 HBM3E 16단에 대한 수요는 충분히 존재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어 주목된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16단에 대한 니즈는 분명히 존재하며, 하이엔드 시장에서의 HBM3E 수요는 오히려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딥시크(DeepSeek)가 H800을 사용해 AI 칩을 구현한 것은 사실이지만, 결국 AI 시장은 양극화로 흐를 것이며, HBM을 더욱 고성능으로 사용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CES 2025에서 SK하이닉스가 HBM3E 16단을 전시한 것은 이러한 하이엔드 시장을 겨냥한 전략의 일환으로 봤다. 그는 "HBM3E 16단이 구글이나 메타와 같은 고객사들에 의해 커스터마이징될 가능성이 크며, 범용 제품이 아니라 특화된 AI 워크로드를 위한 맞춤형 솔루션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러한 견해 차는 기술적 구현 방식에서도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도 있다. HBM3E 생산에 있어, SK하이닉스는 MR-MUF(Molded Underfill) 기술을 적용한 반면, 삼성전자는 TC-NCF(Thermos-Compression Non-Conductive Film)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업계에선 MR-MUF 방식은 HBM3E에서 16단을 더욱 수월하게 쌓을 수 있는 기술로 평가, 수율 안정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반면, TC-NCF 방식은 특정 공정에서 문제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어, 삼성전자가 HBM3E 16단의 상용화에 보수적인 입장을 취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HBM 생산 방식이 달라 16단을 적용하는 데 있어서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 때문에 12단 이후 바로 HBM4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Copyright ⓒ 디지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딥시크 금지령' 업계 전반 확산…LGU+ "개인PC서도 자제"
2025-02-05 17:32:39[DD퇴근길] 中 딥시크 위협 느꼈나…'네이버 아버지' 이해진, 경영 복귀
2025-02-05 17:15:25홍대 떠나는 SKT 'T팩토리', 굿바이 전시 가보니…"4년 여정 한 눈에" [르포]
2025-02-05 16:03:28민주당 정보통신특위 6일 첫발…"정보통신 새 판 짜자"
2025-02-05 15:13:28'중증외상센터', 글로벌 TV쇼 1위…넷플릭스, 연타석 홈런
2025-02-05 09:57:44"제2의 오징어게임 나오나"…문체부, 6000억원 규모 K 콘텐츠 펀드 조성
2025-02-05 17:48:10[DD퇴근길] 中 딥시크 위협 느꼈나…'네이버 아버지' 이해진, 경영 복귀
2025-02-05 17:15:25넵튠, 상장 후 역대 최대 영업익 달성… 모바일 게임·에드테크 사업 확장
2025-02-05 16:44:34구글, 4분기 매출 예상치 하회했지만… "데이터센터 구축에 109조원 투입"
2025-02-05 15:20: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