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지난 4분기 미국 최대 통신사 간 희비가 엇갈렸다. T모바일(T-Mobile)의 매출은 가입자 증가에 힘입어 전년보다 약 7% 늘어난 반면, 같은기간 AT&T와 버라이즌(Verizon)은 매출 증가율 1%대라는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다만, 3사가 직면한 과제는 같았다. 이번 실적 발표에선 3사 모두 인공지능(AI)을 본궤도에 올려 체질개선을 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본업인 유·무선사업이 시장 포화로 수익성 한계에 직면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올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이민정책은 이미 성장이 정체된 통신시장을 더 옥죌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각) 실적을 발표한 T모바일의 매출은 218억7200만달러였다. 이는 전년보다 6.8% 늘어난 규모로, 같은기간 AT&T와 버라이즌이 1%대 매출 증가율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압도적인 수치다. 지난해 4분기 AT&T의 매출은 1% 증가한 323억 달러, 버라이즈은 1.7% 늘어난 357억달러로 집계됐다.
T모바일의 매출이 급증한 배경엔 후불요금제 가입자가 있었다. T모바일의 후불요금제 가입자는 지난해 4분기에만 90만3000명 증가한 가운데, 후불 서비스 매출도 133억8000만달러에서 135억달러로 8.3% 증가했다. 같은기간 AT&T와 버라인즈의 가입자는 각각 48만2000명, 56만8000명 늘었다.
이 가운데 지난 4분기 통신3사가 내세운 키워드는 모두 ‘AI’였다. 기존 유무선 매출의 감소를 상쇄할 수 있는 새로운 수익원으로 AI를 지목했다.
지금까지 통신사에게 AI란 그 자체로 수익을 낼 순 없는, 운용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수단에 가까웠다. 실제 이들은 AI 사업을 위한 투자금 확보를 명목으로 지난 몇 년간 과감한 구조조정에 나섰다. AT&T는 지난 5년동안 23만명에서 14만1000명으로 총 8만9000명을, 버라이즌은 3만2600명의 직원을 줄였다.
다만, 올해부턴 AI서비스의 수익화에 나선다는 의지를 밝혔다.
여기엔 AI를 둘러싼 환경적 변화도 한몫했다. 허상에 가깝게 여겨졌던 통신사의 AI 관련 사업들이 재주목받게 됐다. 중국 AI 스타트업인 딥시크가 클라우드 인프라를 사용하지 않은 성공적인 AI모델을 선보인 덕이었다. 지금까지 AI 인프라의 주요 가치동인이 그래픽처리장치(GPU)와 클라우드로 여겨졌다면, 딥시크를 계기로 AI 인프라 효율화를 돕는 통신사의 기술들 역시 주목받게 된 것이다.
이 가운데, 버라이즌은 이번 실적 발표에서 AI 시장을 정면으로 겨냥한 새로운 네트워킹 제품군 ‘AI 커넥트’(AI Connect)을 소개했다.
‘AI 커넥트’는 AI 워크로드를 구현하는 통합솔루션 제품으로, 크게 ‘엣지AI’(EdgeAI)와 ‘서비스형 GPU’(GPUaaS·GPU-as-a-Service)로 구성됐다. 버라이즌이 보유한 데이터센터와 광섬유 인프라를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버라이즌은 2030년 워크로드의 60~70%가 실시간 추론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엣지’(네트워크종단)에서의 AI 운영 필요성을 강조했다.
온디바이스AI의 하나인 엣지AI는 중앙서버를 거치지 않고 디바이스 자체에서 데이터를 처리하고 독립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AI로, 기존 클라우드 기반 AI가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못했던 영역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기존 우리에게 익숙한 ‘클라우드 기반 AI’는 챗GPT 등 고성능 대화형 AI 서비스에 특화됐지만, 다량의 데이터를 처리하다보니 서비스 속도 지연 등 효율성은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었다.
T모바일은 올해 AI 기업을 중심으로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반 ‘T-Priority’ 상품의 가입자를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네트워크 슬라이싱은 하나의 물리적 네트워크를 통해 품질 조건에 따라 다수의 가상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기술이다.
T-Priority은 이러한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을 활용해 서비스품질(QoS)을 차등화한 상품으로, 추가 비용을 낸 B2B(기업) 가입자에 한해 트래픽 혼잡 상황에서도 5G 서비스품질을 보전한다.네트워크 슬라이싱은 5G 단독모드(SA·Stand Alone)를 표준으로 하는데, T모바일이 미국 전역에서 상용 5G SA 네트워크를 갖춘 유일한 통신사라 가능한 상품이다.
성과도 이미 입증됐다. T모바일은 최근 로스앤젤레스(LA) 화재 지역 일대 소방관 350명을 대상으로 T-Priority 서비스를 선보였는데, 이후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검토되고 있다고 이번 실적 발표에서 밝혔다.
T모바일은 기존 가입자 구성이 선불 중심이었다면, T-Priority로 연내 최대 600만 명의 후불가입자를 추가 확보할 것으로 봤다.
마이크 시버트 T모바일 최고경영자(CEO)는 "T모바일은 극심한 혼잡 속에서도 (소방관들에) 일반 소비자에게 할당하는 것보다 5배 이상의 네트워크 리소스를 할당할 수 있었다"라며 "AI는 특히, T모바일이 5G 네트워크를 과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네트워크 슬라이싱은 서비스 비용을 지불하는 고객으로부터 직접적인 수익 창출 기회를 만들 뿐만 아니라, (해당 상품을 이용하기 위해) 통신사를 T모바일로 이동하는 고객들을 통해 점유율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덧붙였다.
가트너의 애널리스트 웨일스 드 그리말도(Welsh de Grimaldo)는 "AI가 빠르게 성장한다고 해서 그들(통신사)의 노력이 성공할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라면서도 "아직은 (시장이) 초기 단계로, AI 생태계의 핵심 플레이어로 참여하지 않으면 성장을 주도하는 방법을 배울 수 없다. 통신사도 배우기 위해 그리고 선도하는 것을 목표로 (시장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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