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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뷰] '스터디그룹', 조직화된 폭력의 그림자 벗어날까

'콘텐츠뷰'는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콘텐츠를 매우 주관적인 시각으로 분석합니다. 기사에 스포일러나 지나치게 과한 정보(TMI)가 포함될 수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편집자 주>

티빙 오리지널 '스터디그룹' 중 한 장면. [ⓒ 스터디그룹 영상 갈무리]
티빙 오리지널 '스터디그룹' 중 한 장면. [ⓒ 스터디그룹 영상 갈무리]


[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학원물 만화의 스토리는 소년의 성장기에서 비롯된다. 주인공이 강자를 제압하며 만들어가는 '언더독의 반란'은 일종의 카타르시스와 함께 대리 만족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1992년 주간 <아이큐 점프> 연재됐던 박산하 작가의 '진짜 사나이'나 이명진 작가의 '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저녁' 등의 만화로 출발한 한국 학원물의 계보는 임재원 작가의 '짱'으로 이어지며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게 된다.

웹툰으로 플랫폼이 넘어간 이후에도 학원물은 끊임없이 서열화된 조직 안에서 성장하는 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쎈놈, 외모지상주의, 싸움독학, 약한 영웅, 독고 등의 웹툰은 대표적인 소년만화로 자리잡으며 팬덤층을 형성해나갔다.

다만 일부 만화 제작사들이 대형 웹툰 플랫폼을 장악하다시피 하며 유사 장르의 웹툰이 우후죽순 쏟아져 나왔고, 특정 작품을 표절하는 사례도 빈번치 않게 발생하는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하기에 이른다.

여기에 조직화된 폭력이 미화될 우려의 시선도 커져가는 실정이다. 따돌림을 당했던 주인공이 특정 사건을 계기로 각성한 후 은둔 고수에게 싸움을 배우고 복수에 성공한다거나, 서열 교체로 인한 조직화의 과정은 강자가 약자를 짓밟는 '힘의 논리'를 정당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년만화에 등장하는 주인공과 그의 친구들 역시 상대의 시선에서 볼 땐 조직화된 폭력 집단인 셈이다. 악인을 응징하고 새로운 정의를 실현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면서도 이를 위해 '폭력'이 수반되는 것을 당연시 하는 풍토가 짙게 깔려 있다.

2019년 1월 연재를 시작한 네이버웹툰 '스터디그룹'은 이런 전형적인 클리셰를 오묘하게 비껴간다. 공부를 잘 하고 싶지만 애석하게도 싸움 실력에만 재능이 몰빵된 고등학생 '윤가민'이 특성화 고등학교인 '유성공고'에 진학하며 스터디그룹을 만든다는 설정은 학원물의 중심 소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공부'를 살포시 얹어놓는다.

가민은 공부를 하기 위해 꾸준히 체력을 길러온 인물인 만큼 싸움·운동 능력으로는 누구에도 뒤지지 않지만, 공부 머리는 최악인 상황에서 세현을 알게 되며 같이 공부하기를 권유한다. 이 지점에서 스터디그룹은 '싸움을 통해 성장하는 어리숙한 소년들의 성장기'와 결이 다른 이야기 전개를 선택한다.

물론 이는 공부를 잘 하기 위해 어릴 때부터 꾸준히 체력을 길렀다는 설정 하에 가민이 처음부터 소위 일진들을 때려 눕힐 수 있는 '먼치킨(넘보기 힘든 강력한 캐릭터를 지칭하는 단어)'으로 등장하기에 가능한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터디그룹은 4년제 대학 진학을 꿈꾸는 가민과 그를 돕는 친구 세현이나 교생 이한경 등의 고군분투를 담아내며 색다른 학원액션 장르를 만들어낸다.

영상화된 스터디그룹도 원작의 스토리라인을 이어간다. 웹툰에 갇혀 있던 그림이 영상화되면서 컴퓨터그래픽(CG)을 만나 더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면서도, 공부를 위해 스터디그룹원을 모집하는 '가민(황민현 분)'의 고군분투기가 녹아들어 싸움으로 점철된 학원액션물과는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또한 원작이 와이랩 유니버스 중 하나인 '블루스트링'에 속해 있는 작품이다보니 '한림체육관' 등 타 웹툰과의 스토리 연계도 기대해볼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다만, 아쉬운 지점도 분명하다. 스터디그룹은 공부를 더 잘 하기 위해 가민이 그룹원을 모은다는 스토리를 갖추고 있지만 서열화된 조직적 폭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필요한 때에만 싸움을 한다는 설정이지만, 가민 역시 폭력으로 위기를 해결하는 설정이 이어지는 만큼 학원 폭력을 미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벗어나긴 어려워 보인다. 특히 스터디그룹의 설정상 시간이 지날 수록 학원액션 비중이 늘어나기 때문에 폭력의 노출 강도도 자극적이고 강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학교라는 조직 안에서 자행되는 약육강식의 논리는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본질적인 문제를 폭력으로 접근해서 해결한다는 것은 일종의 '판타지'에 불과하다. 티빙에서 공개된 웹툰 원작 드라마 '스터디그룹'이 안고 가야할 현실적 모순은 힘의 논리에 찌든 현 세태에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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