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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폰경쟁력강화방안]① 통신사 대항마로 키운다는데…딜레마 빠진 알뜰폰정책

알뜰폰 정책 본질 놓쳐…“통신사 의존도 오히려 높아질것”

[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지난해 9월부터 연기를 거듭해온 ‘알뜰폰 경쟁력 강화 방안’이 공개됐다. 지난 15일 발표된 방안에는 도매대가 인하와 데이터 대량 구매 시 할인혜택 확대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정작 사업자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수익배분형(RS·Revenue Share) 도매대가 인하 등 사업자들이 진짜 바라던 부분들이 제외되면서 벼랑 끝에 놓인 중소 알뜰폰 사업자의 상황과는 괴리가 있다는 평가다. 상대적으로 규모있는 사업자의 의견도 다르지 않다. 대형 사업자 중에서도 정책의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사업자는 극소수라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학계에선 알뜰폰의 정책 목표를 상실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통신사의 대항마를 키운다는 목표가 무색하게 정책이 도매대가 인하라는 통신사의 선의에 기대고 있어, 알뜰폰의 독립적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경쟁력 확보, 배부른 소리”올해 알뜰폰 줄도산 위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추진하는 알뜰폰 경쟁력 강화 방안은 크게 두가지를 골자로 한다. ‘독립계 알뜰폰사의 요금 및 서비스 경쟁력 강화’와 ‘이용자 신뢰 확보 역량 강화’다. 알뜰폰을 대항마로 키워 기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3사 체제로 고착화된 통신시장의 판도를 흔들겠다는 취지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도매대가 인하를 약속했다. 종량형(RM·Retail Minus) 요금제에서 데이터 도매대가를 현재 1MB(메가바이트)당 1.29원에서 0.82원까지 36% 낮췄고, 대량으로 구매 시 25%(SKT 기준)의 추가 할인 혜택을 주도록 했다. 혜택을 모두 받는 경우 최대 52% 할인된 가격에 데이터를 받아올 수 있는 것이다.

정부는 도매대가 인하가 본격 적용되는 경우, 이용자의 평균 데이터 사용량인 20~30GB(기가바이트) 구간대 자체 5G 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도규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관은 “알뜰폰의 경우 20여개 상품이 있는데, 2만원 초중반대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라며 “도매대가에서 36%를 인하한 것을 감안하면 1만원대 5G 요금제가 나올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라고 밝혔다.

알뜰폰(MVNO) 사업자 여유알뜰모바일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영업을 종료한다고 지난 2일 밝혔다.
알뜰폰(MVNO) 사업자 여유알뜰모바일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영업을 종료한다고 지난 2일 밝혔다.

문제는 자체 5G 요금제 하나로 판을 뒤집기 어렵다는 것이다. 더욱이 당장 올해부터 단통법 폐지·도매대가 사전규제 폐지 등 알뜰폰을 둘러싼 시장 환경이 급변하면서 사업자 부담이 급증한 상황이다.

특히, 올해부터 전 알뜰폰 사업자들에 대해 전파사용료가 부과되는데 현재 알뜰폰의 매출을 감안하면 전파사용료가 수익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 적지 않다. 연내 억단위 투자가 요구되는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체계도 구축해야 한다. 1Mbps(메가비피에스) 데이터 속도제한 상품(QoS) 추가 등의 지원책에 대해 고무적이라 평가하면서도 “너무 늦었다”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다른 지원책도 실효성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 정작 RS 기반 LTE 요금제 등 알뜰폰의 주력 요금제는 인하 대상에서 제외됐다. 업계 일각에선 통신3사가 올 상반기 중 LTE와 5G를 구분하지 않는 통합요금제를 출시할 예정인 가운데, LTE 가입자를 5G로 이동시키기 위해 인하 대상에서 LTE를 제외한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데이터 선구매제도 실효성이 떨어지 마찬가지다. 국민은행(KB리브엠)을 제외하면 중소 업체들은 애초에 데이터를 대량으로 구매할 수 있는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알뜰폰 사업자의 수익모델이 먼저 안정돼야 한다"라며 "요금제도 마음대로 구성할 수 없고, 프로모션도 자유롭게 걸 수 없는 현재의 상황에서 활성화 전략은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도매대가 밀어붙이기는 역효과…알뜰폰 구조적 혁신·국회 협조 필요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이 15일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알뜰폰 경쟁력 강화 방안 및 신규사업자 정책 관련 연구반 논의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이 15일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알뜰폰 경쟁력 강화 방안 및 신규사업자 정책 관련 연구반 논의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학계에서도 자체 요금제 설계가 결국 도매대가 인하라는 통신사의 선의에 기대고 있다는 점에서, 통신사와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라는 알뜰폰 도입의 취지와 모순된다는 지적이다. 알뜰폰 사업자 육성을 위해 마찬가지로 시장 내 한 사업자에 불과한 통신사로 하여금 정부가 도매대가 인하를 밀어붙이는 것이 맞냐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이동통신 사업자에 대해 2만원대 요금제(선택약정할인 적용 기준)을 내고 전환지원금을 지급하도록 압박하는가 하면, 제4이동통신(신규사업자) 출범을 시도한 것은 근본적으로 알뜰폰 생태계를 훼손하는 정책”이라며 “주먹구구식 통신비 정책의 결과로 알뜰폰의 활성화와 배치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통신사와 차별화된 요금제·결합서비스 출시 등 알뜰폰 출시 목적에 부합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정책 시행으로 오히려 통신3사에 대한 알뜰폰의 종속이 심해질 수도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관계자는 “알뜰폰을 통신사의 대항마로 키워 경쟁을 촉진하고 결과적으로 가계통신비를 인하하자는게 정책의 목표였는데, 일부 알뜰폰 사업자를 살리려는 데 급급해 정책의 본질을 잊은 듯 싶다”라며 “(현재로선) 오히려 통신3사의 정책지원금에 의존할 수 밖에 없고, 이 말은 즉 통신3사가 기분 내키는대로 (정책지원금을) 올리거나 내리고 결과적으로 가계통신비가 인상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결국, 통신사가 알뜰폰을 쥐락펴락할 수 없는 구조적 혁신이 선행돼야한다는 지적이다. 대안책으로는 풀(FULL)MVNO의 활성화가 거론된다. 이는 이번 정부의 알뜰폰 경쟁력 강화 방안에도 담긴 내용이다. 정부는 자체 설비를 갖춘 풀MVNO 육성을 위해 설비투자를 위한 정책금융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 의지만으로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자체 설비에 투자할 대규모 자본을 갖춘 사업자가 알뜰폰 시장에 들어와야하는데 국회에서 추진 중인 대기업의 알뜰폰 시장점유율 제한법이 변수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는 이동통신 자회사들의 합산 점유율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계류 중이다. KB리브엠과 같은 금융권 등 대기업을 포함해 60%로 규제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시장 내 대기업군의 경쟁 영역이 아직 남아 있는 상태로, 마진만 가지고 (사업자의 시장 참여 의지가 제한될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겠다”라면서도 “알뜰폰 정책에서의 목표를 시장점유율 규제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점들이 있고, 이런 부분들을 (국회에도) 말씀드렸지만 충분히 반영되진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개정안과 관련한 국회 논의를 존중한다”고 덧붙였다.

업계 일각에선 중소 사업자가 통신3사를 상대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데 공감하면서도, 알뜰폰 사업자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선 소비자를 유인하기 위한 자구책을 세워야 할 때라고 말한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풀MVNO를 만들겠다는 게 아마 (이번 방안의) 최종 목표로 보인다. 알뜰폰 사업자들이 기존처럼 정책에 의존해 생존하려는 의도가 지속된다면 정책 효과는 없을 것"이라며 "알뜰폰 사업자의 경영 혁신과 혁신을 위한 전체 진영 차원에서의 논의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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