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오병훈기자] AI 디지털교과서(AIDT, 이하 AI 교과서) 도입 방식을 둘러싸고 야당과 정부가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AI 교과서 제작을 맡은 출판·개발사들은 정부에 대한 행정소송을 시사하는 등 강력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AI 교과서를 ‘교육자료’로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거부권)로 ‘교과서’ 지위를 유지하되, AI 교과서의 전면 도입을 1년 유예하고, 각 학교가 자율적으로 선택·활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업계는 이처럼 정부의 일관되지 않은 정책이 결과적으로 다수 출판 기업들의 금전적 피해는 물론, 학생들의 교육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가 제시한 ‘전면 도입 1년 유예’ 카드에 대해서도 행정·민사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13일 AI 교과서 출판·개발한 천재교과서, 천재교육, 와이비엠, 구름, 아이헤이트플라잉버그스, 에누마코리아 등 업체들은 10시 이룸센터 누리홀에서 ‘AI 교과서의 교과서 지위 유지 촉구를 위한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업들은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2년 간 소통 부족 문제가 불러온 AI 교과서 혼돈
AI 교과서는 정부가 지난 2023년부터 시작한 교육부 주관 사업으로, AI 교과서를 활용해 창의 교육 체계를 구축하고, 사교육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교육 형평성 등 문제를 완화하고자 고안됐다. 학교 현장에서 교사 주도 아래 AI 기술이 적용된 교과서를 도입하고, 학생들 1:1 맞춤 학습을 진행해 교육질을 제고하겠다는 취지다.
AI 교과서는 통상적으로 학생의 학습 데이터와 교사의 교육 데이터, 교과서 출판 데이터 등을 종합해 각 학생에게 알맞은 수준의 교육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의미한다. 교과서 주출원사에서는 AI가 적용될 교육 콘텐츠를 제작하고, 부출원사에서는 효율적인 교육이 가능한 AI 기술을 개발하는 등 분업이 이뤄졌다.
교육부는 각 출판·개발 기업이 제출한 AI 교과서 검정을 실시, 지난해 11월 총 76종 AI 교과서 검정을 마쳤다. 당초 예정대로라면, 올해 1학기부터 초등학교 3~4학년과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AI 교과서를 도입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정부 정책 추진 과정에서 학부모와 교원들을 중심으로 AI 교과서 부작용 우려 목소리가 커졌다. AI 교과서가 학생들 문해력을 저하시키고, 디지털 중독 문제 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취지다. 교원 및 학부모·시민단체에서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나서자 야당에서는 지난해 이들 입장을 수렴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 본회의 의결시켰다.
초·중등교육법에서는 AI 교과서를 ‘교과서’ 지위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하고 있다. 교육자료는 교과서와 달리 각 학교장 재량으로 도입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성급하게 도입하기보다는 교육자료로서 교육현장에 선택권을 부여하고 효과를 지켜본 뒤 단계적으로 전면 도입하자는 취지다.
고민정 의원(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6일 개최된 국회 본회의에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제안 설명을 통해 “정부는 AI 교과서 도입을 위해 무리하게 AI 교과서에 지위를 부여한 것”이라며 “교육자료로 활용하면서 지켜보자는 것이지 완전히 거부한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교육부 입장에서는 ‘2025년 전국 학교 대상 전면 도입’을 목표로 추진한 정부 AI 교과서 정책이 유명무실해질 위기에 놓인 셈이다. 정부는 이와 관련, 해당 법이 정부에 이송되는대로 거부권을 행사할 방침이다. AI 교과서의 교과서 지위가 유지돼야 학생 개인정보를 효율적으로 보호 관리 할 수 있으며, 각 학교마다 발생 가능한 교육 격차를 줄이는 취지를 지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0일 정부브리핑을 통해 “AI 교과서가 목적에 맞게 활용되기 위해서는 교과서 지위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교과서 지위가 박탈되면, 균등한 교육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헌법 가치에 명백히 위반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혼란을 둘러싸고 각계는 정부의 미진한 소통 방식을 지적했다. 학부모들이 직접적으로 연관된 정책인데다가, 급진적인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세밀한 설득 작업이 부족했다는 평가다. 특히 설득 과정에 반드시 필요한 명확한 선례 및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실제로 AI 교과서를 도입한 국가는 손에 꼽힐 정도로 적은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는 ‘세계 최초’ 등 타이틀을 내세우며 AI 교과서 도입 정책을 홍보하고 나선 바 있다.
업계 “국회서 재의결되면 헌법소원, 도입 1년 유예 땐 행정·민사 소송 불사”
업계에서는 정부의 일관되지 않은 정책 추진 과정을 문제 삼았다. 당초 교육부는 2025년 1학기 도입을 목표로 정책을 추진했으나, 최근 1년 유예 및 자율 활용 등 정책으로 말을 바꾸는 것은 정부가 형성한 신뢰를 저버리는 행태라는 비판이다.
13일 AI 교과서 출판사들이 개최한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정과 천재교과서 대표는 성명서를 통해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AI 교과서의 법적 지위를 ‘교육 자료’로 격하시켜, 민관 신뢰를 바탕으로 2년에 걸쳐 진행해 온 일련 개발 과정이 모두 무위로 돌아갈 상황에 처해 있다”며 “이는 결국 교사·학생·학부모를 비롯해 교육이라는 커다란 고리로 연결된 교육 주체들을 소외시키는 결과를 낳게 되고, 학교 현장에 큰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재상 천재교과서 상무는 “정부는 처음부터 기업들에 AI 교과서가 전면 도입될 것이란 신뢰를 형성해 왔다”며 “AI 교과서 선정 메뉴얼에서 ‘각 학교는 선택형 교과서와 별도로 AI 교과서 1종씩 선택할 것’이라 명시했다”고 강조했다. 또 “이를 어길 경우 기업들은 고정 비용 보전하지 못해 AI 교과서 운영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정부에서는 1년간 학교가 AI 교과서를 자율 활용하도록 한 뒤 의무도입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재로써 의무도입 담보나 보장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내년에도 동일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초중등교육법이나 이 법으로부터 위임받은 시행령을 보면 교과서를 정부가 언제 도입할지를 정할 수 있는 재량권 있는지 의문스럽다. 법은 교육부에 ‘검정’ ‘공급’ ‘발행’ ‘가격 사정’ 등에 대한 재량권만 유보하고 있고, 도입 시기를 정할 권리는 유보하고 있지 않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AI 교과서 개발을 맡은 기업들은 정부에 대한 각종 법적 조치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이번에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한 초·중등교육법이 국회에서 재의결 통과되면, 헌법소원 절차를 밟겠다는 것이다. 또, 교육부가 지금처럼 1년 도입 유예나 1년 자율 활용 처분을 할 경우에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정부 정책으로 인해 기업들이 손해를 입은 것에 대해서도 민사소송을 검토할 방침이다.
국회에서 끝나지 않은 정쟁…17일 AI 교과서 청문회에 ‘관심 집중’
업계와 정부 간 갈등이 본격화 된 가운데, 국회 내에서 AI 교과서를 두고 여야 간 정쟁도 지속되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오는 17일 AI 교과서 도입 추진 과정을 점검하고, 교육 현장 도입 준비 상황 및 예산 적정성 등을 검증하는 청문회를 연다. 이날 청문회에는 이주호 교육부장관을 비롯한 18명의 증인과, 13명의 참고인 등이 출석해 발언할 예정이다.
이미 지난달 AI 교과서를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 대해 교육위원회를 비롯한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 간의 설전이 이뤄진 바 있으나, 이날 다시 한번 양당 간 치열한 정책 공방전이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 정책을 옹호하는 국민의힘 측에서는 정부 거부권을 지지하면서, AI 교과서 도입 의견에 힘을 실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26일 열린 본회의에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상정할 당시 서지영 의원(국민의힘)은 법안 의결 전 “A I교과서가 교과서 지위를 유지해야 각종 안정적으로 제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개발에 참여한 AI 에듀테크 기업들은 헌법소원심판 등을 예고하는 등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며 입법 반대 의사를 표한 바 있다.
Copyright ⓒ 디지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법원 "KT의 통일TV 계약 해지는 위법"…KT "후속 법 절차 신중 검토"
2025-01-13 17:39:02[DD퇴근길] 다음, 모바일 앱 싹 바뀐다…AI교과서 운명은?
2025-01-13 16:58:49[일문일답] "통합요금제 출시로 LTE 혜택 사라지나"… 정부 답변은 "NO"
2025-01-13 16:00:00SKT, 가산 AIDC 오픈·GPU애저 출시…"AI 인프라 강화"
2025-01-13 10:13:53[콘텐츠뷰] 디즈니+ '트리거', SBS '그알'이 보인다
2025-01-12 16:50:03[OTT레이더] 세상에서 가장 핫한 ‘솔로지옥’ 돌아왔다
2025-01-12 10:42:05[DD퇴근길] 다음, 모바일 앱 싹 바뀐다…AI교과서 운명은?
2025-01-13 16:58:49넥슨, 창립 30주년 기념 기부금 34억원 모금… 어린이 의료지원 사업 활용
2025-01-13 14:41:54AI, 개발 도구에서 혁신으로… CES서 본 ‘게임의 내일’
2025-01-13 11:51:58트럼프·美 싱크탱크도 반대한 ‘틱톡 금지법’, 시행 초읽기
2025-01-13 11:50:32작년 연말 카카오T택시 이용자 역대 최대…탑승 성공률 ‘83.4%’
2025-01-13 09:33: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