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문대찬기자] 게임 ‘다크앤다커’ 저작권 침해 여부를 놓고 벌어진 넥슨과 아이언메이스간 소송 첫 증인 심문에서도 양측 입장이 첨예하게 갈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3부(박찬석 부장판사)는 17일 넥슨이 아이언메이스를 상대로 낸 영업비밀침해금지 청구 소송 4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넥슨은 과거 신규 개발 본부(현 민트로켓)에서 ‘프로젝트 P3’ 개발 팀장으로 있던 최씨가 각종 데이터를 개인 서버로 유출하고, 빼돌린 자료를 기반해 아이언메이스에서 다크앤다커를 개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넥슨은 P3 원시 버전 개발에 참여한 개발자 김씨(40)를 증인으로 내세워 다크앤다커와 P3 유사성을 짚었다. 넥슨이 P3 프로젝트에 회의적이었고 최씨 징계 후엔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았다는 아이언메이스 측 주장과 달리, 프로젝트 지속 의지가 강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씨에 따르면 P3 전신이었던 ‘프로젝트 LF’는 사내 테스트 과정에서 시장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당시 신규 개발 본부장이었던 김대훤 부사장이 이용자간 대전(PvP) 요소를 포함한 멀티플레이어 게임으로 확장을 제안한 뒤 P3로 새로이 명명됐다.
김씨는 “LF 완성도는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김 부사장이 멀티플레이와 탈출 요소 등을 넣은 게임을 제안했는데 최씨는 네트워킹 프로그래밍에 자신이 없어서 꺼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초기에 브레인스토밍을 진행했는데 최씨를 비롯해 여러 의견이 나왔다. 땅을 파고 내려간다는 콘셉트도 나오긴 했는데 매력적인 얘기는 도출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프로젝트가 부유하던 와중, 당시 개인적으로 개발한 게임이 P3 멤버들에게 호응을 얻었고 이를 바탕으로 P3의 원시 버전을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에 따르면 원시 버전에는 다크앤다커 핵심 요소인 어두운 던전, 횃불, 몬스터와 전투, 탈출 요소, PvP 멀티 플레이, 마법 및 원거리 무기 사용, 상자 열기 등 요소가 구현됐다.
김씨는 이후 P3는 알파맵과 베타맵, 감마맵 단계까지 개발이 원활하게 진행됐으나 최씨가 팀원들에게 퇴사를 종용하는 등 분위기가 어수선했고, 급기야 개발 데이터를 외부 개인 서버로 유출한 사실로 해고되면서 프로젝트가 멈췄다고 부연했다.
그는 “P3 팀원들에게 외부 투자에 대해 언급하면서 퇴사하고 전직하자고 했다. 최씨에게 직접 보여달라고 요청해 엑셀 형태로 된 지분 목록 등도 직접 확인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씨가 퇴사 당시 P3와 유사한 장르 게임을 만들겠다고 했다. 프로젝트가 드롭이 된다면 구매해서 회사를 나가겠다고도 했는데 이정도로 유사할지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회사 자료 등을 이용해 게임을 만들면 달라보이려고 노력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동일한 에셋을 사용해서 비슷한 게임을 만드는 것을 보고 사회 정의를 조롱하는 듯 했다”고 강조했다.
넥슨이 프로젝트를 이어갈 의지가 없었다는 아이언메이스 측 주장엔 고개를 저었다. 김 부사장이 김씨에게 디렉터직을 제안하기도 하는 등 지속 의지가 강했다는 것이다. 또 ‘데이브더다이버’처럼 중단된 프로젝트가 재개돼 출시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적잖다고 부연했다.
김씨는 “내부에선 P3 평가가 좋았다. 넥슨 서브브랜드(민트로켓)으로 출시될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며 “디렉터직을 제안 받았지만 팀원으로 실무하는 것이 적성에 맞아 거절했다. 내가 맡지 않더라도 다른 디렉터를 선임해서라도 빠르게 진행한다고 했다”고 회고했다.
넥슨 측은 또 최씨가 2020년 말 팀원들에게 외부 서버를 더 이상 활용하지 말라는 회사 지침을 공지했다는 것을 언급하면서, 정작 최씨는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변호인은 “P3는 충분한 시장성이 없었을 때도 충분한 인풋을 주면서 만들어진 게임이다. 회사 노하우를 기반한 원시 버전을 시작으로 알파맵 버전까지 확대된 것처럼 P3 프로젝트 개발 과정을 본 사람들이 외부에서 똑같은 게임을 만드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반면 아이언메이스는 당시 프로젝트에 사운드 디자이너로 참여한 현 아이언메이스 직원 윤(35)씨의 입을 빌려 P3엔 다크앤다커 핵심 요소가 구현되지 않았으며, 디렉터를 새로 선임한 뒤엔 P3가 사실상 전혀 다른 방향성의 게임으로 개발될 계획이었다고 맞섰다.
윤씨는 “김 부사장이 게임 콘셉트와 이름을 바꾸고 새로운 디렉터를 데려오겠다고 했다. 새 디렉터가 면담 하면서 멕시코 카르텔 배경의 FPS(1인칭 슈팅 게임) 장르로 게임을 개발하겠다고 했다. 인원을 선별하는 면접과 같아서 불쾌해하는 사람도 많았다”고 주장했다.
또 “베타맵 버전 기준으로 P3는 배틀로얄 장르였다. 순간이동 기능이 있는 포탈은 있었지만 탈출 기능은 없었고 관련 논의도 없었다”며 “감마맵은 익스트랙션 슈터가 아니었다”고 했다.
윤씨는 아이언메이스의 외부 투자 여부에 대해서는 “직원들이 지분을 구매했을 뿐이다. 박씨가 가족들에게 돈을 빌려 충당하기도 했고 월급이 밀리기도 했다”고 부인했다.
다만 윤씨는 원시 버전의 존재나 넥슨이 김씨에 디렉터직을 제안한 사실은 몰랐다고 주장했다. P3 개발 당시 최씨가 건넨 다운로드 링크가 외부 개인 서버인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사운드 디자이너가 세부 기획 요소까지 관여하느냐는 넥슨 측 질문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아이언메이스 측은 보편적인 유사성만 가지고 P3와 다크앤다커 연결 고리를 강조하는 것은 억지라는 주장을 이어갔다. 변호인은 “원고의 많은 주장들이 증거로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 몇 가지 보편적인 아이디어도 사용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게임을 개발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 널리 공유된 아이디어로 발전한 넥슨이 사다리를 걷어차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재판부는 선고기일을 내년 2월13일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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