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세계 최대 클라우드서비스제공사(CSP) 아마존웹서비스(AWS)가 클라우드 서비스 셰어링 정책 변경을 예고하면서, AWS 서비스 재판매를 주력 비즈니스로 하는 클라우드 관리서비스(MSP) 업체들의 수익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AWS는 자사 클라우드 인프라서비스(IaaS) ‘아마존 EC2’에 대한 약정할인 정책에 부여했던 ‘셰어링(Sharing)’ 옵션을 폐지하기로 했다.
AWS는 예약인스턴스(RIs, Reserved Instances)와 세이빙스플랜(SPs, Savings Plans) 등 1년 또는 3년의 기간 약정을 맺는 대신 AWS 서비스 이용 가격을 할인해주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데, 셰어링 옵션은 이러한 약정할인을 이용해 구매한 AWS 서비스를 다른 고객사에 ‘공유’할 수 있는 옵션을 말한다.
그동안 MSP 업체들은 우선 AWS 서비스를 약정할인으로 저렴하게 구매한 후, 이를 다른 고객사에 셰어링하는 방법으로 일종의 재판매(Reselling)를 해 왔다. 쉽게 비유하면 도매가로 상품을 매입해 소매가로 시장에 판매하는 식이다. MSP 입장에선 약정 부담을 지는 대신 수익을 높일 수 있고, 고객사 입장에선 할인율은 좀 떨어질 수 있되 약정 부담을 질 필요가 없는 이해관계가 충족된다.
AWS는 그러나 이 같은 셰어링 옵션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표면적 이유는 “단일 최종 고객의 AWS 사용을 지원하는 파트너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약관을 수정한다”는 것인데, 업계 일각에선 그간의 셰어링 정책을 이용해 이미 장기 고객을 충분히 확보한 AWS가 더 이상 MSP에 유리한 정책을 유지할 필요가 없어졌다고도 해석한다.
AWS가 밝힌 셰어링 금지 시점은 오는 2025년 6월1일부터다. AWS는 이러한 정책 변경 사실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진 않았지만, 이미 이달 중순부터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MSP 파트너들에 이를 통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 같은 변화로 인해, AWS을 주력 파트너로 하는 MSP 업체들은 그야말로 날벼락을 맞게 됐다. 그동안 셰어링 옵션을 활용해 고객사를 확보하고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사업전략이 아예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AWS가 제공하는 재판매 수수료만 받을 수 있는 셈이라, AWS에 대한 수익 의존도가 더욱 커지게 되는 상황이다.
이는 고객사 입장에서도 선택지가 줄어드는 문제다. 그동안 MSP는 셰어링을 통해 확보한 할인폭 안에서 고객사에 추가 할인을 제공하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고객사도 AWS의 가격 정책에 의해서만 할인이 가능하고 약정기간과 할인폭을 협상하기가 어려워진다는 전언이다. 특히 고객이 AWS와 직접 계약을 맺는 경우가 적은 국내 시장에선 더 그렇다.
해외에선 MSP에 대한 AWS의 견제가 본격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MSP 업체 밴티지의 창업자인 벤 셰흐터 최고경영자(CEO)는 자사 블로그에서 이 문제를 두고 “리셀러(MSP)들은 AWS가 점점 더 불편해 할 정도의 엄청난 영향력을 쌓고 있다”며 “그것이 높은 할인을 요구하거나 다른 CSP와 협상할 수 있는 정도라면, AWS는 이러한 기술적 가능성을 제거함으로써 리스크를 없애고 결과적으로 긍정적인 재정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이러한 정책 변경은 글로벌 시장은 물론 AWS 영향력이 유달리 높은 국내 클라우드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최대 AWS MSP인 메가존클라우드와 베스핀글로벌 등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미 CSP 의존적인 수익구조로 인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이들 기업은 내년 또는 내후년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어 비용 압박도 큰 상황이다.
국내 클라우드사 한 관계자는 “AWS에선 MSP가 컨설팅 비용으로 이윤을 남기면 된다고 하지만, 전체 비용 중 컨설팅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이 적은 한국 시장 특성상 MSP의 수익 모델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며 “한국에서는 단순 리셀링을 하는 MSP가 많아, 해당 정책 변경으로 인한 임팩트가 해외보다 더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클라우드 업계 한 관계자는 “이전에는 MSP들이 RI 및 SP 방식을 통해 선투자를 했을 때, 단기적인 어려움은 있어도 장기적으로 수익 개선 기대가 있었으나 이게 꺾여버린 상황”이라며 “추가적인 수익 없이 MSP 위험만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사업 규모를 확장하거나 추가 투자를 감행할 MSP가 과연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현재 중개 수수료도 낮은 상황에서 수수료만으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로 전환된다면, MSP의 부담은 지속적으로 가중될 것”이라며 “AWS가 전세계에 고객과 파트너사들을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인 만큼, 파트너사와 상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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