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정부가 나선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가 전날 열린 9차 회의에서도 공회전을 거듭하게 됐다. 과거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이달 중으로 상생 협의를 마무리 짓겠다는 자신감을 보였었지만 사실상 실패한 셈이다. 특히 가장 중요한 문제로 대두됐던 수수료 등 입점업체 부담 완화 방안 조율이 지속적으로 난항에 부딪쳤다.
배달플랫폼사 입장과 각 입점업체 의견 조율이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날 회의에서 공익위원 중재안까지 등장하면서 마라톤 회의를 이어갔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업계에서는 결국 중재안까지 나온 만큼 추후 마련될 상생안의 진짜 의미는 퇴색된 것이 아니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전일(30일)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이하 상생협의체) 9차 회의에서 시장 점유율 1위인 배달의민족(배민)은 앞선 6차 회의에서 제시했던 차등 수수료 안에서 입점업체 요구를 일부 반영해 수정한 상생안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 배민은 매출 하위 20%에 공공배달앱 수준의 중개 수수료율 2%를 부과하고, 매출 상위 60∼80%에는 4.9∼6.8%를 부과하는 차등 수수료안을 내놨었다. 상위 60% 점주에게는 기존과 같은 9.8%의 중개 수수료율을 적용한다는 게 골자였는데, 이날 상위 50% 점주까지에게만 9.8% 수수료를 걷겠다고 한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입점업체 반대에 부딪쳤다. 이에 이날 공익위원들은 중재안으로 배민에 상한 수수료를 최대 7.8%로 기존보다 2%p 내릴 것을 요구하는 한편, 6.8% 이하 차등 수수료 적용 대상을 하위 20~80%으로 확대해달라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배민과 입점업체 모두 상한 수수료 중재안에 가장 큰 이견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쿠팡이츠의 경우, 지난 8차 회의에서처럼 중개 수수료를 9.8%에서 5%로 일괄 인하하는 대신 ‘배달기사 지급비’를 입점업체 업주와 라이더 단체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한 뒤 업주들이 부담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입점업체 단체들은 저번 회의 때와 마찬가지로 이를 ‘조삼모사’라는 이유를 들며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공익위원들은 중개 수수료 5%와 함께, 쿠팡이츠가 전체 배달비의 상당 부분을 부담하라고 제안했다. 쿠팡이츠는 배달비 분담과 관련해 이견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회의에서 그나마 희망적이었던 부분을 찾은 건 입점업체의 배달플랫폼사에 대한 모든 요구사항이 거부된 건 아니란 점이다.
예컨대 소비자 영수증에 입점업체 부담항목(수수료 및 배달료) 표기에 대해서는 입점업체 부담항목을 안내문구로 표기하기로 한 점이나, 입점업체에 대한 배달기사 위치정보 제공에 대한 것은 조율이 어느 정도 이뤄졌다.
또, 배달플랫폼 멤버십 혜택 제공 조건 변경에 대해 배민과 쿠팡이츠 모두 현재 시행 중인 멤버십 혜택 제공 조건 운영 방침을 원칙적으로 중단하기로 한 점도 전향적이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오는 11월4일 이뤄지는 10차 회의의 중요성은 매우 커진 상황이다. 배달앱들이 자율적으로 나서지 않거나 상생 협의에 최종 실패할 경우 정부가 입법을 통한 법적 규제 카드를 만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도 배달플랫폼사들이 성실하게 상생협의체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입법으로 규제를 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는 공정위도 마찬가지다. 앞서 지난 6일,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배달플랫폼 상생협의 논의 관련 “상생 방안이 사회적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입법을 통한 제도개선 등 추가적인 방안도 강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 역시 9차 회의까지, 즉 상생협의체 회의가 열렸던 3개월 동안 뒷짐을 지고 있었던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온 만큼 마지막 회의에서도 상생 협의가 결렬될 경우 입법을 통한 규제를 강하게 밀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공익위원들의 중재안이 9차 회의에서 나온 이상 상생안(이 마련되는 진짜) 의미는 이제 줄어들었다고 보여진다”며 “오는 10차 회의에선 공익위원 중재안을 기준으로 양측이 상생안을 협의하는 과정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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