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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P, 국내 ERP 입지 약화?…망분리 완화에 금융권 승부수

[ⓒ S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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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금융권 망분리 규제 완화가 국내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장 1위 기업 SAP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전망이다. SAP는 기존 주력 제품인 온프레미스 기반 ERP ‘ECC’ 지원종료를 앞두고 더존비즈온 등 국내 기업과의 점유율 격차가 좁혀지는 상황에서, 금융권 클라우드·SaaS 도입 규제 완화를 새로운 기회로 삼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187건 혁신금융서비스 신청 중 70.6%(132건)가 ‘전자금융·보안’ 분야에 집중됐다. 이는 금융사들이 망분리 규제 완화에 따라 클라우드와 SaaS 도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지난 8월 발표된 ‘금융분야 망분리 개선 로드맵’으로 금융권엔 더 다양한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솔루션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SAP는 이미 SC제일은행, KB국민은행 등에 SaaS 기반 인사관리 솔루션 ‘석세스팩터스’를 공급하며 금융권 공략을 시작했다. SAP코리아 측은 “망분리 규제 완화로 퍼블릭 클라우드 기반 솔루션 도입이 가능해졌다”며 “ERP는 구축하는 데 큰 공사가 필요하지만, 석세스팩터스 같은 SaaS는 기업 필요에 따라 선택적 도입이 가능해 시장 진입이 보다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SAP 이 같은 행보가 향후 금융권 ERP 시장에서 SAP 입지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인사(HR) 데이터는 ERP와 긴밀하게 연결돼야 하는 핵심 정보다. 금융사가 석세스팩터스를 통해 인사 데이터를 관리하게 되면, 향후 ERP 업데이트 시점이 왔을 때 데이터 이전과 시스템 통합 측면에서 SAP ERP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비해 SAP는 최근 ‘SAP S/4HANA 클라우드 프라이빗 에디션’에 대해 금융보안원 최종 확인평가를 앞두고 있으며, 오는 11월 내로 모든 절차를 완료할 계획이다. SAP S/4HANA 클라우드 프라이빗 에디션은 클라우드 기반 ERP로, 기업 요구사항에 맞춰 ERP 소프트웨어를 조정할 수 있으며 SaaS 형태 구독 서비스로 이용할 수 있다. 이는 SAP가 단순히 SaaS 공급을 넘어 금융권 핵심 시스템까지 공략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사진=SAP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SAP 홈페이지 갈무리]

SAP 이같은 행보는 최근 국내 ERP 시장에서 입지 변화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국IDC에 따르면 국내 ERP 시장점유율은 2022년 기준 SAP가 21%, 더존비즈온이 16.8%였다. 과거 SAP 점유율은 압도적인 1위였지만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을 키우며 추격하고 있다. 여기 더해 SAP가 ECC 지원종료를 발표하고 일부 기업들 수요가 다른 곳으로 전환되면서 양사 점유율 격차는 더욱 축소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SAP가 기존 제조업 중심 시장에서 금융권, 나아가 공공 부문까지 시장 확대를 꾀하는 것은 국내 기업들과 경쟁 심화에 대한 대응으로도 볼 수 있다.

SAP 금융권 공략은 글로벌 금융시장 변화와도 맞물린다. 호주와 미국에서 글로벌 은행들은 이미 퍼블릭 클라우드를 도입해 디지털전환을 가속화하고 고객에 혁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금융권도 더는 클라우드 도입을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이다. 지난 5월 SC제일은행이 SAP 석세스팩터스를 도입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SAP 입장에서는 국내 ERP 시장에서의 입지 변화를 만회하면서도, 금융권의 높아진 디지털 전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기회다. 다만 ERP 등 핵심 시스템의 경우 금융권 특성상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만큼, SAP는 석세스팩터스 같은 SaaS 솔루션으로 시장을 먼저 공략하는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SAP코리아 측은 “ERP와 함께 석세스팩터스, 아리바(구매조달), 컨커(비용관리) 등 SaaS를 함께 활용하면 통합적 데이터 연동으로 관리 용이성이 높아지고 비즈니스 가시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금융사들이 단일기업 솔루션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SaaS의 경우 구독 해지가 용이해 온프레미스 대비 종속성이 낮다”며 “오히려 전반적인 통합 솔루션을 이용할 때 인공지능(AI)을 사용하기도, 혁신을 시도하기도 더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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