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강소현·이나연기자] 7일 국회 과방위 국정감사를 빙자한, 제2의 이진숙 방통위원장 청문회가 열렸다. 직무가 정지된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가운데, 방통위가 1인 체재에 놓인 것에 대한 책임 소재를 두고 여야가 또 한번 격돌했다.
현안 감사는 당연 뒷전이 됐다. 여야의 공세가 집중된 현안은 부재했다. 국감 단골소재인 단통법·인앱결제·광고규제 등 산발적 질의에 더해 원론적인 답변은, 수장의 공백을 감안해도 방통위 존재 이유에 다시금 의문을 가지게 했다는 평가다.
◆ 여야, ‘이진숙 불출석’ 두고 국감 시작부터 대치
국회 과방위는 이날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국정감사를 진행한 가운데 여야는 시작부터 대치했다. 이 위원장의 국감 불출석이 그 이유였다.
이 위원장은 이날 오전 직무 정지를 이유로 국감에 불출석했다. 이 위원장에 대한 직무는 지난 8월 정지됐다.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사회민주당·새로운미래·기본소득당 등 6개 야당이 올린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김태규 부위원장이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아왔다.
야당은 이날 이 위원장의 불출석 사유를 두고 부적절하다며 항의했다. 특히,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방통위 공직자들을 동원한 부분이 지적됐다.
반면 여당은 직무가 정지된 이 위원장이 국정감사에 출석할 이유가 없다며 팽팽하게 맞섰다. 그러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을 종결하고, 방통위 정상화를 위해 야당이 협조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이 위원장을 포함한 3인에 대해 동행명령장을 발부한다고 밝히면서 국감장에선 여야 의원들 간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최 위원장은 “오늘 출석하지 않은 증인들에 대해 동행명령장을 발부해 달라고 요청이 들어왔다”라며 “업무가 중지된 이진숙 위원장이 증인으로 채택되는 것이 불법이라는 근거를 저희는 찾지 못했음을 알려드린다”고 말했다.
◆ "직무 정지된 방통위원장도 월급 받냐"…오후 국감, 이진숙 청문회로 변모
결국 이 위원장은 이날 오후 3시 늦게 국감에 참석했다. 비교적 현안에 집중하는가 싶었던 오전과 달리, 오후 국감은 김태규 부위원장이 장인상으로 이석하고 이 위원장이 그 자리를 대신하면서 흡사 이 위원장에 대한 청문회로 변모했다. 이 위원장은 국감 현안, 그 자체였다.
이날 오후 국감에선 이 위원장이 방통위 수장으로서 월급을 받아왔음에도 불구, 직무 정지를 이유로 국감 불출석 의사를 밝힌 것이 지적됐다.
이훈기 의원실(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이 위원장이 현재까지 수령한 월급 총액은 약 2712만 원이다. 월 급여의 세부내역을 살펴보면 ▲연봉월액 1211만1000원 ▲직급보조비 124만원 ▲정액급식비 14만원이다.
이 의원은 "지난 8월 한달동안 세전 1356만원을 받았고, 지난달에도 1356만원을 수령했다. (이 위원장은) 3일 일했고 이를 시급으로 계산하면 170만 원이다. 월급을 반납해야 한다“라며 방통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 위원장이 직무 정지 기간 중 유튜브에 출연해 한 발언들도 문제가 됐다. 앞서 이 위원장은 지난달 10일 보수 유튜브 채널 ‘펜앤드마이크TV’에 출연해 야당 의원들을 두고 ‘반 대한민국 세력’이라고 지칭하는가 하면, 같은달 20일 보수 유튜브 채널 ‘고성국TV’에 출연해 김건희 여사에 대한 의혹들을 두고 “조그마한 약점이 있으면 한 사람만 들고 팬다는 이야기가 있다. 제물로 삼아서 정권을 무너뜨리려는 소재로 삼지 않는가 싶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준석 의원(개혁신당)은 “이 위원장 본인이 탄핵에 동의하든 안 하든 간에 국회를 존중하지 않는 모습으로 비쳐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 위원장이 과도한 메시지를 내게 되면 방통위 조직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당 의원들께서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노력하겠다" "마련하겠다"…수장 없는 방통위, 종감은 다를까
"(스팸문자에 대한) 종합대책을 확정지으려면 위원회에 보고를 해야 되는 그런 사항인데…"(방통위 조성은 사무처장)
방통위 현안과 관련해선 ▲단통법 폐지 ▲광고편성 규제 ▲스팸문자 등이 간헐적으로 논의됐다. 다만, 방통위 수장이 공석인 만큼 답변은 원론적인 수준에 머무를 수 밖에 없었다는 평가다. 특히 관련해 방통위의 대응방안을 묻는 질의에 "노력하겠다" "마련 중이다"라고 말하면서 종합감사에선 다르겠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이 가운데 이날 국감엔 단골소재인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이 어김없이 등장했다.
특히, 정부가 단통법을 폐지하기로 가닥을 잡은 가운데, 이번 국감에서는 폐지에 앞선 부처 간 교통정리 문제가 지적됐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와 방통위 간 소관법이 서로 상충되면서 이동통신3사가 곤욕을 치루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공정위는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각 사에 판매장려금(리베이트) 담합 혐의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보내고 의견 수렴 절차에 돌입했다. 이통3사가 2015년부터 지난 10여년간 판매장려금을 통해 번호이동 시장에서 담합했다고 본 것이다.
최근에는 총 3조4000억원~5조5000억원 규모의 과징금 조치를 내부적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사는 이같은 공정위 판단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방통위 소관법인 단통법에 따라 적절한 판매장려금을 지급해왔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방통위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판매장려금의 상한선을 둔 상황이다. 판매장려금 차등지급은 유통채널 간 차별을 심화시키고, 이는 다시 이용자 차별로 이어진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현재 판매장려금을 30만원 이하로 지급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해민 의원(조국혁신당)은 “방통위 규제에 따르면 공정거래법이 위반이 되고 반대로 공정위 규제에 따르면 단통법 위반이 된다”라며 “소관부처에서 이러고 있을 것이 아니라 소비자 입장에서 접근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두 부처가 싸우는 동안 피해는 결국 국민이 입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태규 직무대행은 "의원님 말씀에 저희들도 공감하고 있고 실제 이 사안을 굉장히 중요하게 보고 있다. 서로 오해가 있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고 각 부처의 입장도 있는데, 저희들이 어떻게든 풀어야할 부분”이라고 말했고, 이 의원은 "종감 전까지 교통정리 잘하셔서 (입장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 구글코리아, 조세 회피 논란 반박…“유튜브 전용 요금제 도입 등 검토”
한편 예년과 같이 구글·넷플릭스·애플 등 빅테크 기업 증인들도 줄소환됐다. ▲망 무임승차 ▲인앱결제 정책 및 규제역차별 ▲해외플랫폼 국내대리인 지정 등과 관련해 정교화 넷플릭스 코리아 정책법무총괄,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 등 다수의 글로벌 빅테크 기업 임원들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특히, 구글코리아는 이날 국내에서 수천억원대 세금 납부를 회피하고 있다는 의혹을 일축했다. 광고를 재판매하는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구조상 인앱결제·유튜브 구독 서비스 등 이익은 반영되지 않아 본사 대비 매출이 낮게 신고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재무관리학회 등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구글코리아는 지난해 법인세액으로 6229억원을 냈어야 하지만, 실제 납부 금액은 이에 2.5%에도 못 미치는 155억원에 그친다.
최근 5년간 유튜브 프리미엄 요금 평균 인상률이 71%에 달하는 등 국내에서만 서비스 가격을 차별하고 있다는 지적 관련, “유튜브 가격은 본사 차원에서 여러 요소를 고려해 결정 중”이라며 “(기본 요금제 대비 60~70%가량 저렴한 가족요금제, 최대 40% 저렴한 학생요금제 등) 전용 요금제도 도입을 백방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은 유튜브 뮤직은 포함되지 않고 광고만 제거되는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 요금제’ 도입 여부도 “모든 것을 검토 중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방통위는 유튜브, 넷플릭스 등 OTT 업체들 요금 인상과 관련해 전기통신사업법 금지행위 위반 여부 사실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조성은 방통위 사무처장은 “(OTT 업체에서) 일부 법 위반 사항이 있어 그 내용을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 네이버 “제평위 운영 재개 미확정, LLM 활용 기사 보상 여부도 논의”
네이버는 활동이 잠정 중단된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 운영 재개를 비롯해 자사 인공지능(AI) 대형언어모델(LLM)인 ‘하이퍼클로바X’ 등에 학습 데이터로 활용한 기사 저작권 보상 문제에 ‘이해관계자들과 논의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전했다.
방통위 대상 국감 증인으로 나선 김수향 네이버 뉴스서비스 총괄전무는 “(재평위 재개를) 확정한 적이 없고 (언론사 등과) 계속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언론사들이 포털에 제공한 기사를 자체 AI가 학습할 수 있도록 한 데 따른 기사 저작권 침해 배상 문제와 ‘아웃링크 선택제’ 도입 여부 경우, “언론계와 함께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최근 중국이 한중 간 경쟁이 치열한 산업 분야를 다룬 국내 기사 등에 조직적인 댓글을 게시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것에는 “기계적 조작은 제재하고 있지만, 이용자 개인 댓글 게시를 차단할 수 있는 기술은 사실상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수향 전무는 “댓글이 어떤 특정 집단이나 이해당사자를 과대 표현하게 되는 부분은 문제”라면서도 “논문에서 중국인 의심 계정이 77개라고 한 부분이 확실하지 않아 학계와 따로 분석을 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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