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나연기자] 올해 들어 정보기술(IT)업계에서 거의 매달 등장하는 세미나 주제가 있다. 바로 유럽연합이 해외 빅테크를 사전 규제하는 디지털경제시장법(DMA)과 이를 본뜬 국내 입법 동향을 비교 분석하는 것이다. 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규제는 어느 업계에서나 예의주시하는 사안이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유사한 세미나가 연달아 열린다는 건 그만큼 업계 안팎 주목도가 큰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이달만 봐도 그렇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지난 21일 미국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와 온라인플랫폼 규제동향 국제세미나를 연 지 일주일만인 오는 28일 국회에서 플랫폼경제시대 경제안보 이슈와 대응을 주제로 한 세미나가 개최된다. 다음 날인 29일에도 국회에서 여야 의원이 공동 주최하는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 특별 세미나와 고려대학교 기술법정책센터에서 주최하는 정기 세미나가 진행된다. 두 세미나 역시 플랫폼 규제 이슈와 대응 과제를 다룬다.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온라인플랫폼 기업을 겨냥한 규제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데 따른 대응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 중인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과 야당이 연달아 내놓은 온라인플랫폼법 외에도 최근 당정이 제2의 티메프 사태를 막기 위한 온라인플랫폼법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산·학계 전문가들은 티메프 사태 본질이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와 유동성 관리 실패에 있다고 입 모아 지적하지만, 정치권에서는 해당 문제가 없는 플랫폼 기업에까지 규제 칼을 겨누는 상황이다. 구글, 메타, 애플 등을 회원사로 둔 CCIA의 조나단 맥헤일 부사장조차 “그동안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와 접촉하면서 유럽연합이 제안하는 규제 형태가 한국 시장에 적합한지 명확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지속 전했다”고 밝힌 바 있다.
작년 연말부터 온라인플랫폼 규제 추진에 앞장선 공정위는 지난 4월 총선 이후 새로 꾸려진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에 플랫폼법 필요성을 피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올해가 몇 달 남지 않은 현재까지 쟁점이 되는 플랫폼법의 구체적인 지정 기준이나 대상 기업 등을 담은 초안은 안갯속이다. 공정위는 올 하반기 주요 업무 현황 내 입법과제로 플랫폼법 제정을 언급했다. 더 늦기 전에 밀실회의 대신 업계와 공개적인 논의에 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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