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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CCIA도 우려하는 공정위의 플랫폼법 추진…“멈춰야 한다”

미국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 연구소장 겸 수석경제학자 트레버 와그너. [ⓒCCIA 갈무리]
미국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 연구소장 겸 수석경제학자 트레버 와그너. [ⓒCCIA 갈무리]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미국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가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의 ‘플랫폼 경쟁촉진법’(플랫폼법) 추진 배경으로, ‘해외에서는 플랫폼 규제 법안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주장은 거짓이라는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플랫폼법을 추진해온 이후 올해 2월 국내외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가 거세지자 전면 재검토를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3개월 만인 지난 5월 한기정 공정위원장이 ‘사전 지정 제도’를 포함한 플랫폼법 재추진을 공식화하며 업계는 또 다시 혼란에 빠진 모습이다.

전날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의 직매입 및 자체 브랜드(PB) 상품 부당 우대 의혹과 관련해 유통업계 사상 초유의 14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함에 따라, 국내 플랫폼법 제정 역시 탄력을 받고 연내 추진될 수도 있다는 업계 우려도 나온다.

공정위 플랫폼법은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 형식을 본떠 시장 내 ‘지배적 플랫폼의 사전 지정’ 방식의 규제를 핵심으로 한다. 소수 핵심 플랫폼을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로 지정하고, 이들 사업자에 자사 우대와 멀티호밍 제한(자사 플랫폼 이용자에 경쟁 플랫폼 이용을 금지하는 행위) 등 플랫폼 시장 반칙 행위들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EU의 DMA는 문지기 기업을 ‘게이트키퍼’로 사전 지정하는 강력한 규제 법안인데, 플랫폼법 역시 사전 규제 성격을 짙게 띠고 있어 함께 거론되는 법이기도 하다.

CCIA 연구소장 겸 수석경제학자 트레버 와그너는 6일(현지시각) 협회 홈페이지에 공개한 성명을 통해 “한국 공정위 관계자들은 미국이 DMA 방식의 법을 추진해 통과시킬 예정이므로 한국도 이를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거짓으로 멈춰야 한다”며 한국 플랫폼법 추진에 대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했다. CCIA는 구글, 아마존, 메타, 애플 등 빅테크를 회원사로 둔 글로벌 영향력이 큰 정보기술(IT) 단체다.

트레버 와그너는 “미국의 온라인 혁신과 선택법(AICOA)은 2년 전 117대 의회에서 폐기됐고, 현재 118대 의회에서도 이 법안을 부활시키려는 진지한 노력은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 제정 추진 브리핑 [ⓒ 연합뉴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 제정 추진 브리핑 [ⓒ 연합뉴스]

AICOA(American Innovation and Choice Online Act)는 EU DMA의 미국판으로 알려진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이다. 이 외에도 미국에서는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 규제 입법이 추진되었지만 과잉규제에 대한 우려로 관련 법안들은 전부 폐기된 바 있다.

이어 와그너 소장은 모든 미국 의회 임기를 살펴봐도 발의된 법안 중 불과 2~8%만이 법으로 제정됐고, 각 의회 임기마다 발의된 법안의 적어도 80%에 대해서는 어떠한 움직임도 없다고 설명했다.

즉,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주장하는 것과 달리 미국 온라인 혁신과 선택법(AICOA)은 단순히 재발의만 되어 법안이 적극적으로 추진되거나 통과되는 것은 아니라고 꼬집은 것이다.

실제로, 와그너는 AICOA가 시행될 경우 2030년대까지 미국 주요 고용주와 소비자 등에게 약 4050억달러(약 553조원)의 비용을 발생시킬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제시하며 워싱턴 DC 내에는 이미 “AICOA는 죽어 마땅한 법안이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한 게이트키퍼를 사전 지정해 규제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미국 양대 정당의 많은 반독점관련 최고 전문가들은 AICOA와 DMA에 채택된 플랫폼 규제 및 경쟁 정책에 대한 ‘게이트키퍼’ 접근방식은 신중하게 고려되지 않았으며 폐기되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고 밝혔다.

요컨대, 게이트키퍼 방식은 ‘집행에 사용되는 힘을 엉뚱한 곳에 쏟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한기정 위원장 주장에 대한 전면 반박으로 풀이된다.

앞서 한 위원장은 지난달 16일 “EU의 DMA는 사전 지정 제도이고, 영국과 독일 역시 사전 지정제”라며 “일본 법안도 사전 지정을 전제로 하는 등 대부분 입법례와 관련 법안이 사전 지정 제도를 포함해 구성됐다”며 사전 지정 방식의 플랫폼법 추진을 강조한 바 있다.

이어 미국 법률 외에도 한국정부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법무부가 테크 기업을 상대로 취한 집행 조치가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미국에서는 특히 연방거래위원회(FTC)가 미국 법원에서 벽에 부딪혔다는 견해가 널리 퍼져 있다”며 “FTC의 기존에 없던 특정 관점에 치우친 법 이론은 미국에서는 전혀 관심과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FTC의 명성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한국 국회입법조사처도 사전지정 방식의 규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한 상황에서 또 다시 미국 측의 공개 비판으로 통상 문제까지 우려된다”며 “공정위는 업계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사전 지정 방식의 규제만을 고집하고 있어 진정 소통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CCIA는 이미 지난 3월에도 한국 공정위 플랫폼법에 대한 우려를 표한 바 있다. 당시 CCIA는 “특정 기업을 ‘사전 지정’해 해당 기업에 임의적이고 차별적인 부담을 초래할 수 있는 방안을 한국 정부가 지속해서 재고할 것을 촉구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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