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금융위원회가 ‘금융분야 망분리 개선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국내 금융권이 대대적 디지털 전환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특히 금융 혁신 서비스 가속화를 위해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이용 범위가 대폭 확대되면서, 성장이 더뎠던 국내 SaaS 시장에 활력을 줄지 주목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금융위원회는 금융 분야 망분리 개선 로드맵에서 클라우드 기반 SaaS 이용 범위를 대폭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기존엔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일부 SaaS 활용이 가능하긴 했지만 문서·인사관리 등 비중요 업무에 대해서만 한정하고 고객 개인신용정보를 처리할 수 없는 등 엄격한 부가 조건들이 있었다.
이번 로드맵에 따르면 앞으로 금융권에선 SaaS 활용에 대한 제한이 사라진다. 보안관리, 고객관리(CRM) 등 업무까지 이용 범위를 확대하고 가명정보 처리 및 모바일 단말기에서 SaaS 이용도 허용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금융회사가 업무에 필요하다고 여기는 부분에 대해선 (SaaS 활용을) 다 신청할 수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며 “지금까진 혁신금융 서비스에서 모바일 단말기 자체가 허용이 안 됐지만 이제 허용되고, 고객 신용정보처리도 가명처리된 정보에 한해 사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적으로 금융권 SaaS 도입은 고객만족도 및 경쟁력 향상을 위한 필수 서비스로 인식되고 있다. 아시아클라우드컴퓨팅협회 ‘국내 금융권 망분리 규제 영향 개선방향’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클라우드와 SaaS를 통해 효율성 향상, 비용 절감, 보안 강화, 고객 서비스 표준 향상 등 다양한 혜택을 누리고 있다.
반면, 국내 금융권은 그동안 인공지능(AI)이나 CRM 사용 제한으로 SaaS가 제공하는 서비스 간소화, 고객경험 향상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로드맵과 함께 진행 중인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지속적인 혁신 방안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발표에 SaaS 솔루션 공급업체들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SaaS형 CRM 솔루션 업체 세일즈포스는 각 산업군별 특화 제품을 보유하고 있는데, 특히 금융 서비스 클라우드는 거의 전 세계 모든 금융기업들이 활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대형 금융사 대상으로 영업 자동화 및 마케팅 도구 등 다양한 솔루션을 공급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고객경험(CX) 및 컨택센터 전문기업 제네시스도 AI기반 고객 경험 및 고객관계 관리 솔루션 ‘CX클라우드’ 대상을 금융권으로 넓힐 수 있게 됐다. 클라우드ERP 전환에 속도를 내는 SAP 측에선 “네이버클라우드나 KT클라우드 등 국내 클라우드를 통해서도 SAP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협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금융권에서 SaaS 활용 범위가 확대된다 하더라도 갑작스럽게 솔루션 수요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한 ERP 업계 관계자는 “기술력을 갖춘 솔루션 업체라면 금융IT 계열사들과 협력 방안도 모색할 것 같다”면서도 “갑자기 ERP를 전환하기보다 솔루션 교체 주기가 왔을 때 더 많은 선택지를 고려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다른 솔루션 업계 관계자는 “금융권들이 현재 갖추고 있는 시스템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전체적 로드맵을 갖고 단계적으로 실행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현재 시스템은 커스터마이즈가 많이 돼있지만 SaaS는 그 부분을 충족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도 있어 기업의 강한 의지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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