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정부가 스테이지엑스에 대해 주파수 할당대상법인 선정 취소 처분을 확정했다. 이에 당초 스테이지엑스에 할당될 예정이었던 28㎓(기가헤르츠) 대역 주파수가 다시 경매에 나오게 된다.
정부의 고심은 깊다. ‘진짜 5G’로 불리는 28㎓ 대역 주파수는 업계로부터 ‘사업성이 떨어지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가 이번에 어떠한 당근책을 제시하냐가 향후 밀리미터 웨이브 시장의 성패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조만간 발표할 ‘주파수 스펙트럼 플랜’에 5G 28㎓ 대역 주파수 재할당 계획도 포함될 예정이다.
◆ 5G 주파수, 3G·LTE 때와 어떻게 다를까
과기정통부는 전날(31일) 스테이지엑스에 대한 주파수 할당대상법인 취소 청분을 확정한다고 발혔다.
스테이지엑스는 지난 1월31일 최고 납찰가인 4301억원을 제시해, 5G 28㎓ 대역 주파수를 낙찰받으면서 제4이동통신 사업자로 선정됐다.
정부가 28㎓ 대역 주파수를 5G용으로 할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당초 과기정통부는 지난 2022~2023년 이통3사로부터 5G 28㎓ 대역 주파수를 회수했다. KT와 LG유플러스는 2022년 12월, SK텔레콤은 2023년 5월에 각각 주파수 할당이 취소됐다. 망 의무 구축 분을 채우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이통3사가 망 투자에 소홀했던 가장 큰 이유로는 투자 대비 낮은 사업성이 지목된다. 28㎓ 주파수 특성상 전파의 회절성이 약해 장애물에 약하고 커버리지가 짧아 투자는 많이 요구된다. 하지만 마땅한 B2C 수익모델은 없는 상황이다.
이에 기존 통신사업자들은 28㎓ 대역을 B2C에서 제대로 활용하려면, 서비스가 먼저 받쳐줘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예컨대 3G시대에는 무선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무제한 요금제의 수요가 늘었고, 고화질 영상이 유통되면서 3G 가입자가 LTE로 자연스럽게 이동했다.
반면 28㎓ 대역의 경우 아직까지 ‘고객이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서비스’가 부재하다. 이는 국내만의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28㎓ 대역 주파수를 B2C에서 활용한 사례는 아직까지 많지 않다.
◆ 5G 28㎓ 고집하는 정부의 사정은?
하지만 정부로선 28㎓ 주파수를 그저 애물단지로 남겨둘 수 없다. 글로벌 통신시장에서 주도권을 계속 가져가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세계 최초 5G 상용화’라는 타이틀이 정부에 부담감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2019년 대한민국은 전 세계 최초로 5G(5세대이동통신)의 이정표를 세운 바 있다. 2000년 세계 최초 3G CDMA 기반 IMT-2000 서비스를 실시한 이후 19년 만에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의 면모를 보여준 성과였다.
하지만 5G 시대는 자연스럽게 서비스와 단말이 따라왔던 3G·LTE와 달랐다. 소비자가 체감하기에 통화품질은 크게 향상됐고, 인터넷의 속도는 충분히 빨라졌기 때문이다. 소비자 수요가 없다보니 관련 단말을 생산하려는 제조사의 노력도 부진했다.
GSA(Global Mobile Suppliers Association) 조사에 따르면 전체 상용 5G 단말 중 대부분(85.7%)이 6㎓ 미만 대역을 지원하고 있었다. 밀리미터파를 지원하는 단말은 10% 미만(8.9%)에 불과했다.
즉, 통신사는 "제조사가 단말을 만들지 않아서" 제조사는 "통신사가 서비스를 출시하지 않아서"라고 말하는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의 싸움이 시작된 이유다.
◆ 해외에선 5G 28㎓ 대역 주파수 이용할까?
해외 통신사업자들은 이제 막 5G 28㎓로 대표되는 밀리미터파(mmWave)에 관심을 보이고있는 상황이다. 현재 전 세계 26개국이 밀리미터파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유럽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현재까지 유럽의 14개국이 밀리미터파 라이선스를 취득했으며, 헝가리·오스트리아·영국 등 더 많은 국가가 라이선스를 취득할 계획이다.
일부 국가에선 고정형 무선접속(FWA·Fixed Wireless Access)을 통해 밀리미터파의 수익화 가능성도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GSA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글로벌 71개 국가 및 지역의 153개 사업자가 5G FWA 서비스를 시작하거나 론칭했다.
FWA는 고정된 가입자의 정보기기 단말기와 망 접속점인 기지국을 무선으로 연결해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로, 광케이블이 까는 것이 비효율적인 땅덩이가 넓거나 인구 밀집도가 낮은 국가에서 수요가 높다.
즉, 광케이블이 주택이나 건물에 직접 들어오는 우리나라에선 FWA에 대한 수요가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 구멍난 정진기금, 또 신규사업자에 할당할까?
정부가 시간을 두고 이러한 글로벌 시장 상황을 지켜볼 수도 있지만, 당장 신규사업자 선정 무산으로 구멍난 기금을 추가 확보해야 하는 처지다.
정부는 주파수 할당대가를 통해 정보통신진흥기금(정진기금)을 확보해온 가운데 예정됐던 4301억원이 들어오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이는 스테이지엑스가 주파수 할당대가로 제시했던 금액이다. 더욱이 정진기금 역시 매해 줄고 있다.
이에 정부가 이번 주파수 스펙트럼 플랜 발표를 통해 28㎓ 대역 주파수 경매계획도 발표할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연구반을 통해 관련 제도 보완 이후 경매를 재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관련한 연구반은 이미 한차례 돌아간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당장은 경매를 통한 해당 대역 할당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사업자 수요가 낮은 가운데 사업자 간 유효경쟁이 발생하지 않아 최저경쟁가격에 주파수를 할당하거나, 사업자 대다수가 경매에 참여하지 않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장 이통3사만 해도 28㎓ 대역 주파수 경매에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주파수를 회수하면서 이통3사에 다시 할당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과거 이러한 판단을 번복할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밀리미터파 대역의 특수성을 고려한 새로운 주파수 경매 방식을 고려해야한다고 말한다. 최근 홍콩의 경우는 사업자들에 주파수를 무료로 할당해 주목됐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주파수는 이동통신 사업자간 경매를 통해 최고입착액을 제시한 사업자가 가져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홍콩은 26㎓ 및 28㎓ 대역에 한정해 ‘SUF(Spectrum Utilization Fee) 요금 청구 제도’를 도입했다. 대역 활용률이 일정수준을 넘어가는 순간부터 주파수 할당대가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5G 28㎓ 대역 주파수를 또 신규사업자에 할당한다면 기존 정책에 대한 수정이 먼저 이뤄져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번 신규사업자 선정에 앞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에 따라 기간통신사업 진입규제가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변경된 가운데, 신규사업자 진입을 유도하기 위해 재정적·기술적 능력에 대한 심사 면제조항은 그대로 뒀다는 의혹이 제기됐된 바 있다.
아울러 신규사업자 선정 취지가 가계통신비 인하라면 기존 알뜰폰 정책과 배치되는 가운데, 시장에서 신규사업자의 역할을 고민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통신업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정책 실패라고 보긴 어렵지만, 시장에서 기간통신사업자의 역할에 대한 정부의 이해가 선행돼야 할 것 같다”라며 "제일 중요한 건 요금 경쟁이 아닌 통신시장의 파이를 키울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신규사업자가 나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스펙트럼 플랜에 어떤 내용 담기나
한편 이번 주파수 스펙트럼 플랜에는 오는 2026년 이용기간이 종료되는 3G와 롱텀에볼루션(LTE) 용도 주파수 재할당에 대한 내용도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6G 상용화를 코앞에 두고 이뤄지는 재할당으로, 6G 서비스에서 넓은 커버리지와 실내 서비스를 위한 저대역을 활용하려면 해당 대역에서 최소 400㎒(메가헤르츠)는 확보돼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다만 구체적인 할당폭은 재할당 시기 LTE 가입자 수나 트래픽 등을 고려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SA(단독모드)에 대한 정책 방향도 포함될 예정이다. 5G 규격은 SA와 비(非)단독모드(NSA·Non-Stand Alone)로 나뉘는데, NSA는 5G 기지국을 LTE 코어망과 연동해 5G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내의 경우 현재 고객용(B2C) 서비스에서 SA를 상용화 한 곳은 KT뿐이다.
과기정통부는 풀MVNO 등 다른 주파수 관련 정책에 대한 정비도 진행한다. 과기정통부는 제도적 미비점이 있는지 살펴보고 주파수할당 제도 개선방안 및 향후 통신정책 방향 등을 종합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경제‧경영‧법률‧기술 분야 학계 전문가와 유관기관 전문가들로 연구반을 구성‧운영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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