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초된 `메기`의 꿈]① "無로 돌아갔다"…제4이통, 경매부터 취소까지 단 18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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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초된 '메기'의 꿈]① "無로 돌아갔다"…제4이통, 경매부터 취소까지 단 187일

디지털데일리 발행일 2024-08-01 15:17:40

채성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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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지난달 31일 5G 28㎓ 주파수 대역 할당법인 선정에 대해 최종 취소 처분이 내려지면서 '제4 이동통신사' 출범은 또 한 번 '무(無)'로 돌아갔다. 주파수 경매 참여 사업자를 모집한 지 약 254일, 관련 주파수 경매를 시작한 지 약 187일 만의 일이다.

◆300여일 간 여정, 시장 흔들 '메기' 찾기까지

제4 이동통신사 출현에 대한 기대감은 기존 이동통신 3사가 활용했던 5G 28㎓ 주파수 대역 할당을 취소한 때부터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2022년 11월 정부는 5G 28㎓ 기지국 수 미달로 KT와 LG유플러스의 주파수 할당을 취소하는 한편 SK텔레콤에 대해선 이용기간을 단축키로 결정했다. 같은 해 12월 KT와 LG유플러스에 대한 주파수 할당 취소가 확정됐고 SK텔레콤도 이듬해인 2023년 5월 취소 처분을 받았다.

5G 28㎓ 80㎒폭 주파수 할당대상법인 선정 및 취소 일지. [ⓒ 디지털데일리]

정부는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으로 5G 28㎓ 주파수 대역을 신규 사업자에게 할당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신규 사업자에게 해당 주파수 이용기간을 5년 간 제공하는 한편 할당대가 납부 부담을 경감시킬 정책금융 지원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경쟁활성화 정책을 통해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특히 해당 주파수 할당은 2010년 이후 약 14년 만에 제4 이동통신 사업자를 선정하는 의미 외에도 2019년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으로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뀐 규제 완화 이후 처음 진입하는 기간통신사업자를 결정한다는 의미가 있었다.

2023년 11월 20일. 마침내 5G 28㎓ 주파수 대역의 새 주인을 찾기 위한 공모가 시작됐다. 해당 주파수 대역을 가져가는 사업자가 제4 이통통신사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에 ▲세종텔레콤 ▲마이모바일(미래모바일 중심) ▲스테이지엑스(스테이지파이브 중심) 등 컨소시엄들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마이모바일컨소시엄의 경우, 마지막 날(2023년 12월 19일) 서류 접수에 혼선을 빚었으나 마감시간에 임박해 관련 서류를 마쳤다.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가운데)과 류제명 네트워크정책실장이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 e브리핑 영상 갈무리]

과기정통부는 해당 법인에 대한 적격여부를 검토한 끝에 모든 사업자에 '적격' 판정을 내렸고, 해를 넘겨 올 1월 25일 5G 28㎓ 주파수 경매를 시작하기에 이른다. 최저 경쟁가 742억원으로 시작한 경매는 첫 날 세종텔레콤이 중도 하차하면서 스테이지엑스와 마이모바일컨소시엄의 맞대결로 전환됐다. 이는 기존 이동통신 3사의 동일 주파수 낙찰가(2070억~2080억원대)의 3분의 1 수준이다.

업계에선 첫 날 경매 결과 최고입찰액이 757억원 수준으로 올라간 만큼 최종 낙찰가가 2000억원을 밑돌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 예상은 경매 3일차만에 무너지게 됐다. 최고입찰액이 1414억원까지 치솟더니 경매 4일차 들어 1955억원까지 올라가며 기존 낙찰가에 근접했다.

정부가 할당대가를 낮춰준 만큼 최종 낙찰가가 기존 수준인 2000억원선을 넘어서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쏟아졌지만 경매 5일차인 1월 31일, 4301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숫자가 최종 낙찰가로 결정됐다. 낙찰받은 법인은 스테이지엑스였다.

당시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출혈경쟁까지 가지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기존 낙찰가의 두 배에 가까운 규모로 마무리됐다"며 "낙찰대금을 분납한다고 해도 그 규모가 상당한 만큼 재정건전성이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첫 단추부터 삐끗, 단초는 주파수 낙찰대금?

경매가 종료된 이후 본격적으로 제4 이동통신 사업자 선정 작업이 진행됐다. 과기정통부는 올 2월 5일 스테이지엑스컨소시엄 법인을 주파수 할당대상법인으로 선정하고 해당 사업자에게 필요사항 이행 및 증빙서류 제출 등을 안내했다.

서상원 스테이지엑스 대표가 제4이통 사업자 선정 취소 청문을 마친 후 청문장을 빠져 나오고 있다. [ⓒ 디지털데일리]

다만, 당시 IT업계에선 4301억원이라는 과도한 주파수 낙찰대금과 맞물려 스테이지파이브를 중심으로 한 컨소시엄 법인의 재무건전성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결과적으로 과기정통부가 스테이지엑스를 적정 사업자로 보지 않은 결정적 사항에 '자본금 납입 미이행'이 포함된 것을 봤을 때 '주파수 낙찰 과정에서 4301억원을 쓴 것이 단초가 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취소 배경으로 거론된 '주주 구성 불일치'도 투자 등 자본금 형성과 연관성이 있어 사실상 대규모 낙찰대금이 제4 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의 '변수'가 된 모습이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밀봉입찰로 진행된 28㎓ 주파수 경매 특성상 사업자 간 응찰가격을 예상할 순 없었겠지만 당시 4301억원이라는 금액은 재무적인 우려를 생각해볼 수 밖에 없었던 금액"이라며 "과기정통부와 스테이지엑스가 생각하는 자본금에 대한 의견 차가 컸던 만큼,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이 있었더라면 300여일 만에 사업자 선정이 취소되진 않았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한편, 스테이지엑스 측은 지난달 31일 최종 취소 처분이 결정된 후 입장문을 통해 "과기정통부의 아쉬운 처분에 대한 가처분 신청, 손해배상 청구 등 회사 차원의 대응은 스테이지파이브를 포함한 관련 주주들과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추후 법·행정적 대응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