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한국 기업들은 고환율, 경기 불황, 국제 정세 불안 등 다양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디지털 전환, 특히 AI 기술을 활용한 혁신은 생존과 성장을 위한 필수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디지털데일리>는 창간 19주년 대기획을 통해 AI와 클라우드 인프라의 발전이 각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조명하고, 한국 기업들이 어떻게 이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다양한 산업별 사례를 통해 AI가 기업 혁신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올해 소비침체가 지속되며 소매 유통 시장이 성장 정체기에 접어들고 한정된 수요를 둘러싼 시장 내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계의 공세마저 거세지고 있는 만큼, 국내 주요 유통업체들은 ‘필사즉생’을 되새기며 본업 및 기본기를 다지겠다는 포부를 내걸고 무한경쟁에 돌입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각 채널별대로 수익성 중심 체질 개선을 외치며 본업 경쟁력을 키우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먼저,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미니스톱 통합 작업과 함께 내실 위주의 경영 체계 확립을 위한 체질 개선도 병행해 왔다.
세븐일레븐 운영사인 코리아세븐은 지난 2022년 4월 일본 미니스톱으로부터 한국미니스톱을 인수했고, 이 계약에 의거해 국내 미니스톱 브랜드는 올해 3월까지 사용 가능했다.
코리아세븐은 2022년 5월부터 브랜드 전환 작업에 본격 착수했고, ▲가맹본부의 온전한 비용 투자 ▲인수 후 통합(PMI) 운영 시스템 및 조직 구축 ▲기존 미니스톱 점주의 긍정적 동의 하에 통합 작업을 순조롭게 진행해왔다.
코리아세븐은 통합이 최종 마무리된 만큼 조직 안정화와 함께 고효율·고성과 창출 중심의 조직 문화로 재편한다. 이를 통해 전사 차원의 모든 자원과 에너지, 역량을 집중해 편의점 빅3 체계를 공고히 하고 중장기적 사업 경쟁력 기반 구축에 나선다.
무엇보다 코리아세븐은 ‘Life Changing Experience(삶을 변화시키는 경험)’ 슬로건과 함께 ‘고객의 마음속 첫 번째 편의점’이라는 비전을 수립하고 편의점 채널이 가진 본원적 경쟁력을 높이는데 집중하겠다는 포부다.
그런가 하면, 적자를 거듭하고 있는 이커머스 업체 11번가는 지난해 초 오픈마켓 사업에서 수익성 중심으로의 체질 개선을 선언하고 경쟁력을 키우는데 몰두해왔다.
앞서 안정은 사장은 지난달 타운홀미팅을 통해 “3월 월간 오픈마켓 영업흑자로 일회성의 수익개선이 아닌 건강한 성장의 흐름을 만들어냈다”면서, “고객을 사로잡을 다양한 신규 서비스를 론칭하는 한편,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마케팅 전략 방향을 전환하면서 비용 효율화를 이뤄내, 절감된 비용을 다시 전략적 투자로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11번가는 2024년 1분기 영업손실을 전년 동기 대비 40% 가까이 줄였다. 지난 16일 공시된 SK스퀘어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11번가 2024년 1분기 영업손실은 195억원으로 전년 동기(318억원) 대비 38.7% 개선, 4분기 연속 전년대비 손실을 축소했다.
올 1분기 당기순손실은 200억원으로 전년 동기(248억원) 대비 19.4% 개선했으며, 매출액은 1712억원을 기록했다. 11번가는 C커머스 등과의 치열한 경쟁환경 속에서 수익성 중심의 체질 개선을 적극 추진해온 결과, 영업손실 규모를 큰 폭으로 축소시키는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안 사장은 “오픈마켓 사업의 수익성 확보와 리테일 사업의 체질 개선을 통해 실적 개선이 본격화되고 있다”면서, “올해 2분기에도 핵심 경쟁력에 대한 집중 투자와 과감한 사업구조 개편으로 수익성을 강화하는데 더욱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11번가는 AI 등 최신 기술에 투자해 판매자와 고객의 편의를 높이는 동시에 수익성을 강화했다. 지난해 5월부터 가격 자동화 솔루션 ‘DP(다이내믹 프라이싱)’ 프로그램을 도입해 운영 중이며, 검색, 추천 서비스는 물론 고객 상담에도 AI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AI셀링코치’ 등 11번가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인사이트 리포트를 상품화해 수익성을 높이고 판매자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홈쇼핑 업체 SK스토아 역시 단기적인 재무 영향을 감수하면서도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통해 수익성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장기적인 성장과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TV와 모바일 두 채널의 질적 성장을 통해 시너지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TV와 모바일 앱 UI/UX를 꾸준히 개선할 계획이다.
고객 쇼핑 편의를 위한 디자인 개편은 물론, 시연 중심의 실감 나는 판매 영상 제작을 위해 특수 촬영 장비도 도입했다. 이를 통해 화면 색감을 개선하고 방송 몰입도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현재 모바일 중심 스튜디오 개선 프로젝트 등도 진행 중이며, AI 성우, AI 카피라이터 등 AI 기술을 통해 업무 프로세스를 효율화하는 데에도 주력하고 있다.
특히 SK스토아는 데이터에 기반해 신상품과 단독 상품, 효율 우수상품을 편성함으로써 탄탄하고 지속적인 수익성을 만드는데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슈퍼위크, 기적의 쇼핑 등 특집전 및 프로모션까지 연계해 실적을 극대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박정민 SK스토아 대표는 “산업간 경계가 사라진 빅블러(Big Blur)의 시대, 탈TV 만을 외치는 것이 아닌 TV와 모바일 두 마리의 토끼 모두, 견고한 성장 반열에 올리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전하며 “예견된 성장통을 잘 극복하고 데이터·AI 기술을 기반으로 상품 편성 효율을 높이며 고객들이 더욱 편리하고 최적화된 쇼핑 경험을 누릴 수 있는 ‘AI커머스’ 로 차별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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