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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보험사 외면받는 저축성보험, 이대로 괜찮을까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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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보험산업의 근간이 흔들리는 기조 같아요."

최근 보장성보험 쏠림 현상이 심화하는 데 반해, 저축성보험 비중은 줄고 있는 것에 대한 보험업계 한 관계자의 말이다.

현재 손해보험사는 물론 생명보험사까지 보장성보험 영업에 주력하면서 '제3보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제3보험은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모두 취급할 수 있는 건강보험 등을 일컫는다.

보험사들이 제3보험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단지 제3보험이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상품이어서만은 아니다.

지난해부터 새로운 국제회계기준인 IFRS17이 도입되면서 제3보험 등의 보장성보험 판매가 보험사 실적에 더욱 유리해졌기 때문이다. 즉 IFRS17에 새롭게 등장한 주요 수익지표인 보험계약마진(CMS)을 늘리기 위해선 향후 무조건 보험금을 돌려줘야 하는 저축성보험보다는 보장성보험 판매가 도움 된다는 것이다.

실제 저축성보험 판매 비중이 높았던 일부 중소형 생명보험사들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전년 대비 큰 폭으로 감소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보험사들의 저축성보험 판매가 점점 줄어드는 것도 이해가 간다.

지난 2월(1~2월) 기준 생명보험사의 저축성보험 판매 건수는 전년 대비 12.2% 감소했으며, 손해보험사들의 경우 방카슈랑스(은행에서 보험 판매)를 아예 철수하거나 방카슈랑스에서 저축성보험을 제외시키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다.

생명보험사들이 종신보험의 환급률을 강조해 마치 저축성보험처럼 판매하는 영업방식도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진짜' 저축성보험보다 오히려 저축성보험으로 둔갑한 보장성보험이 더욱 흥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보장성보험 쏠림 현상은 보험사들의 저축성보험 개발의 니즈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이는 결국 보험산업의 발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특히 대표적인 저축성보험인 연금보험이 축소될 수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할 사항이다. 최근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커지면서 개인연금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보험사들의 처사가 정부의 3층보장체계에 역행하고 있는 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뻔하지만 해법은 정해져 있다.

이런 분위기가 극단적으로 치닫지 않게 하기 위해선 수익성 산출 등 회계기준에 대한 추가적인 금융당국의 정비가 시급하다.

보험사 역시 단지 당장의 표면적인 수익성을 위한 상품개발 보다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채워줄 수 있는 전방위적인 상품 판매에 나설 수 있도록 설립의 취지를 다시 한 번 돌아봐야 할 때다.

지난해 금융권에 '상생금융' 바람이 불어닥쳤을 당시, "보험 존재 자체가 상생금융"이라고 강조하던 보험사들의 발언이 무색하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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