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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가계통신비만? 떡볶이 가격인하방안도 나올 판"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로 생성한 그림 [ⓒMicrosoft]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로 생성한 그림 [ⓒMicrosoft]

[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떡볶이 사장들도 (이통3사처럼) 다 불러 가격인하방안을 마련해라. 이게 자유시장경제인지, 차라리 모든 제품 가격을 매주 고시해라.”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압박이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관련 기사에 이 같은 ‘웃픈’ 댓글이 달렸다. 이젠 떡볶이 가격 인하 방안도 만들겠다는, 정부를 향한 비아냥이었다. 잇따른 정부의 시장 개입을 비난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가격 인하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표면적으로 자유시장경제를 강조하고 있음에도 불구, 총선을 앞두고 가계통신비부터 먹거리 물가까지 동시다발적인 가격 칼질에 나선 상황이다.

더욱이 통신비가 전체 소비지출 항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낮은 것으로 확인된 상황에서 이같은 정부의 간섭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소비지출 상승의 주범 중 하나로 가계통신비를 지목하고 있지만, 그 근거는 불분명하다.

실제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3/4분기 가계동향을 살펴보면, 소비 지출 항목 중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4.6%다. 오락·문화(7.5%), 음식·숙박(15.8%), 주거·수도·광열(10.3%), 교통(11.6%), 식료품·비주류음료(15.4%) 등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증가폭도 직전 해보다 오히려 0.3%포인트 감소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 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방통위가 최근 도입한 전환지원금 제도에서도 드러난다.

전환지원금은 단말을 구매한 번호이동 가입자를 대상으로 공시지원금(단말할인) 외 추가로 주어지는 혜택이다.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 이전이라도 이통사업자 간 마케팅 경쟁을 활성화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앞서 방통위가 단통법 시행령 고시를 제·개정함에 따라, 이통3사는 지난 16일부터 전환지원금을 지급해왔다. 하지만 전환지원금 도입에 따른 사업자 간 경쟁 촉진으로 얻는 가계통신비 경감 효과는 불분명하다. 전환지원금을 많이 받으려면 결국 고가요금제를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단말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SK텔레콤은 5GX플래티넘(월 12만5000원), KT는초이스프리미엄(월 13만원), LG유플러스는 5G 시그니처(월 13만원) 요금제를 선택해야 전환지원금을 최대치로 받을 수 있다. 게다가 일부는 통신비 할인(선택약정 할인)과 같이, 일정기간(최소 6개월) 해당 요금제 사용이 강제된다.

또 통신사마다 전환지원금을 지급하는 단말이 서로 달라, 계산은 더욱 복잡해졌다. 이는 정보 불균형 해소를 통해 전체 이용자 편익을 증대한다는 당초 단통법의 취지에도 어긋난 것이다.

게다가 사업자 간 경쟁 촉진이 일어날지도 알 수 없다. 오히려 마케팅 비용은 마케팅 비용대로 지불하고, 가입자 수엔 큰 변화가 없는 소모적 경쟁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업계에선 지배적이다. 더군다나 이해당사자인 통신사업자와는 긴밀한 논의과정 없이 긴박하게 추진한다는 비판도 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갤럭시Z플립의5의 경우 SK텔레콤과 KT 모두 똑같이 전환지원금(최대 2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갤럭시Z플립5 구매를 원하는 가입자라면 LG유플러스에서 SK텔레콤 혹은 KT로 이동하거나, KT에서 SK텔레콤, SK텔레콤에서 KT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보면 LG유플러스가 불리해 보이지만 따져보면 그렇지 않다. 아이폰15프로 모델에 대해선 LG유플러스 만이 전환지원금(최대 10만원)을 지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아이폰15프로 구매를 희망하는 KT 혹은 SK텔레콤 가입자를 흡수할 수 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방통위는 “처음에는 (이통사가) 고가요금제를 사용하는 우량 고객 확보를 두고 싸우다 점차 그 대상이 확대될 것이라 보고 있다”며 낙관적인 전망만을 내놓은 상황이다.

제도 도입이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정부는 오히려 안하무인의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방통위는 최근 기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백브리핑에서 ‘무분별한 전환지원금 경쟁으로 통신사가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어떻게 보냐’는 질의에 “각 통신사업자가 충분히 (자사 상황을) 분석해 마케팅 전략을 펼칠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라며 사업자에 책임을 넘긴 바 있다.

단순히 사업자 자율에 맡겼다면, 대통령실과 방통위가 전환지원금 도입 불과 일주일 동안 총 4차례에 거쳐 사업자에 상향을 요청한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급기야 정부는 제도의 시행을 위해 상위법까지 위배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방통위의 워딩은 이렇다.

“단통법이 살아있다는 전제 하에 이용자에 차별적인 전환지원금 지급 행위가 발생하는 경우, 정부 입장에선 위법 행위에 대해 당연히 파악을 해야한다. 하지만 고려돼야 할 부분은 정부가 현재 이 법을 폐지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런 부분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유연하게 법을 집행하려고 한다”

특히나 국민의 대표격인 국회에서 단통법 폐지안이 통과되지 않았음에도 불구, 폐지를 전제하고 정책을 집행한다는 것은 행정부가 국회 위에 군림하고 있다고 밝히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물론, 전환지원금 도입이 아예 긍정적 효과가 없었다 보긴 어렵다. 일부 단말에 한해선 분명 전환지원금을 통해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 가격의 경우 낮추면 다시 높이기가 어려운 만큼 정부 정책이 시장에 미칠 영향이 신중하게 고려돼야 할 것이다. 총선에 급급한 것이 아닌, 민생과 시장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정부의 합리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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