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미국이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규제를 한국 등 동맹국에게도 동일한 수준의 규제를 요구하고 있어, 국내 반도체 장비 기업의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장비 업체에 있어서 중국 시장은 높은 매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요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18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는 지난달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에 한국, 일본, 이스라엘 등 동맹국들도 미국과 유사하게 중국에 첨단반도체 장비 등을 수출하는 것을 규제하도록 공식 요청했다.
앞서 미국은 중국의 선단 공정 반도체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지난 2022년 10월 18나노미터(㎚) 이하 DRAM, 128단(L) 이상 낸드플래시 14나노미터 이하 로직 칩 생산 장비 수출을 규제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미국 반도체 장비 기업의 경우, 수출 통제 대상 목록에 없는 장비도 중국의 선단 공정 제조 기업에 수출할 수 없었다.
반면 한국, 일본, 이스라엘 등 동맹국 업체들은 수출 통제 목록에 없는 장비는 수출이 가능했다. SIA는 이점을 문제 삼았다. 미국에서만 존재하는 규제로 인해 공평한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며 수출 규제 기준에 대해 동맹국들을 같이 적용을 요구한 것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반도체 수요국이자 수입국으로, 반도체 장비 업체들에도 중요한 시장이다. 중국의 SMIC는 수익성을 포기하면서까지 선단 공정 칩 제조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메모리 업체인 CXMT 와 YMTC 또한 올해 설비투자(Capex)를 공격적으로 늘려나갈 예정이다.
우리나라에서 중국향 반도체 장비 수출에 집중해 왔던 기업은 주성엔지니어링, 제우스, 넥스틴 등이 꼽힌다.
주성엔지니어링은 반도체 증착장비 중 CVD(Chemical Vapor Deposition) 장비를 제조하고 있다. CVD 장비는 반도체 웨이퍼에 화학적 가스를 통해 다양한 물질을 증착하는 장비이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세계 최초로 3D NAND 플래시 메모리에 적용 가능한 CVD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인텔 등에 CVD 장비를 공급하고 있으며, 중국의 SMIC, CXMT, YMTC 등에도 CVD 장비를 납품하고 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중국향 CVD 장비의 매출액이 지난해 800억원을 넘어섰다.
넥스틴은 전 공정 내 웨이퍼 패턴 결함 검사 장비인 전자선·검사 장비를 생산·판매하고 있다. 전자선·검사 장비는 반도체 회로의 미세 패턴을 전자선으로 스캔하고, 결함을 검출하고 분석하는 장비다.
세계 최초로 7나노미터 이하 공정에 적용 가능한 전자선·검사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넥스틴은 삼성전자, TSMC, 인텔 등에 전자선·검사 장비를 공급하고 있으며, 중국의 SMIC, CXMT, YMTC 등에도 전자선·검사 장비를 납품하고 있다. 넥스틴은 중국향 전자선·검사 장비의 매출액은 지난해 500억원을 돌파했다.
제우스는 반도체 증착·식각공정 장비 중 세정 장비를 전문으로 제조하고 있다. 세정 장비는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불순물을 제거하고 표면을 정리하는 역할을 한다. 제우스는 세계 최초로 AVP(Air Vacuum Plasma) 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했다.
AVP 기술은 기존의 습식 세정 방식보다 더 깨끗하고 효율적인 세정이 가능하다. 제우스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 협업을 통해 AVP 향 세정 장비를 개발하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실적 기여가 기대된다. 제우스는 중국의 SMIC, CXMT, YMTC 등에도 세정 장비를 납품하고 있으며, 중국향 세정 장비의 매출액은 지난해 1000억원을 넘어섰다.
이들 국내 기업들이 중국향 매출 규모가 적지 않은 만큼, 요청을 넘어서 규제가 가시화된다면 실적 등 영향에 큰 타격을 미칠 수밖에 없다. 다만, 업계에선 현 상황을 종합했을 땐 미국의 규제가 직접적으로 들어올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차용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선단 공정 제조 장비에 특화된 자국 내 반도체 장비 업체들에 대한 규제를 명확히 가하고 있지 않으며, 동맹국 중에서도 반도체 제조 장비 기술력이 앞서있는 일본 업체들에 대한 규제도 존재하지 않은 상황이다"라며 "레거시 공정 위주의 생산 장비를 납품하는 한국 반도체 장비 업체들에 대한 수출 규제 가능성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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