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성오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김홍일)가 연간 감사 계획에 따라 시청자미디어재단(이사장 조한규)에 대한 종합감사를 진행한 결과 팩트체크 사업의 보조사업자 선정, 사업 수행 및 보조금 집행의 문제점이 다수 확인돼 관련자 문책요구 및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에 대한 엄중 경고를 진행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날 오전 방통위는 브리핑을 통해 "이번 감사에서는 재단의 기관운영에 대한 사항뿐만 아니라 그간 정치적 편향성 등에 대한 지적이 있었고 보조사업자의 자진 해산 등으로 사업 일부가 중단된 팩트체크 사업에 중점을 둬 보조사업자 선정, 사업 수행 및 보조금 집행 등 절차 전반을 체계적으로 점검했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이날 지난해 9월초부터 약 6주간 실시한 재단 감사 이후 확인된 주요 지적사항을 발표했다.
먼저, 팩트체크 사업의 보조사업자 선정 관련해 문제점이 있었다고 방통위는 지적했다. 앞서 지난 2021년 재단이 '팩트체크 플랫폼 운영 및 고도화' 사업을 방통위 변경승인 없이 '플랫폼 운영'과 '기능 고도화' 2개 사업으로 분할한 후, 공모절차 없이 기능 고도화 사업 수행 단체를 임의로 지정해 사업을 수행했다는 지적이다.
또한 방통위에 따르면, 2020년 팩트체크 사업의 보조사업자 공모 시 신청자가 필수 항목을 누락한 채 사업수행계획을 제출했음에도 재단이 그대로 접수·심사해 보조사업자로 선정했다. 201년과 2022년 공모 시에도 신청자가 필수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는데도 보조사업자로 선정했다고 방통위는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방통위는 위원회 변경승인 없이 사업을 분할하고 그 보조사업자를 임의로 지정한 관련자에 대해 문책을 요구하고, 보조사업 공모 시 신청자가 필수 항목 및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는데도 심사하는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재단에 주의를 요구했다.
팩트체크 사업 결과물에 대한 소유권 이전과 관련해서도 문제점이 나왔다. 재단이 2020년 팩트체크 사업 결과물인 팩트체크 플랫폼의 소유권이 방통위에 있다는 당초 공고와 달리 해당 소유권을 보조사업자에 귀속시키는 것으로 협약을 체결한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또한 2021년 사업 결과물인 팩트체크 모바일 앱 소유권이 재단에 있다는 당초 공고와 달리 해당 앱의 소유권을 재단이나 보조사업자가 아닌 제3의 단체에 귀속시키는 것으로 협약을 체결한 것도 지적사항으로 꼽혔다.
방통위에 따르면, 협약서 검토 과정에서 당초 공고 내용 등이 제대로 보고·검토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보조사업자의 자산 취득을 위한 예산 조정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방통위는 2020년 팩트체크 플랫폼 소유권을 부당하게 이전 결정한 관련자에게 경고(징계시효 도과)했다고 밝혔다. 2021년 팩트체크 모바일 앱의 소유권을 부당하게 이전 결정한 관련자에 대해서는 문책을 요구하는 한편, 이사장에게 앞으로 유사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엄중 경고했다고 방통위는 설명했다.
팩트체크 사업 보조금 교부, 집행 및 정산 부분에서도 문제점이 발견됐다. 현행 '보조금법'에 따르면 보조금은 보조사업에 소요되는 경비를 지원하는 것이므로 인건비에 대한 보조금은 실제 지급한 급여를 기준으로 산정·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재단은 2021년 팩트체크 사업 중 '플랫폼 고도화 사업' 등을 수행한 보조사업자가 실제 급여보다 높은 소프트웨어 기술자 등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인건비를 과다 산정해 보조금을 신청한 것을 그대로 인정함으로써 정당 인건비 약 1억8000만원보다 1억5000만원 과다한 약 3억400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2021년 12월 개발책임자 김 모씨 경우 실제 월 급여는 530만원이지만, IT 기획자 평균임금을 적용해 기준 급여를 920만원으로 산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2020년 팩트체크 사업 보조사업자가 '팩트체커 교육 사업' 예산을 목적이 다른 '팩트체크 플랫폼 운영 사업비'로 신청하자 이를 임의로 승인하고, 실제 집행하지 않은 주차료를 정산보고하거나 사업 목적과 관련 없는 도서를 구입하는 등 보조금 목적 외 사용 및 정산부실 사례들도 확인됐다고 방통위는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방통위는 보조금을 과다하게 지급 결정하고 목적 외 사용을 임의 승인한 관련자에 대해 문책을 요구하고, 이사장에게도 엄중 경고했다고 전했다. 더불어 방통위에 과다 지급된 보조금을 환수하도록 통보했고, 보조금의 목적 외 사용 혐의로 관련자 등에 대해 수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팩트체크 사업의 정치적 편향성 등 해소 대책에 대해서는 대책 이행과 사업 개선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앞서 국회는 2020년과 2021년 국정감사에서 팩트체크 사업에 참여하는 언론사(전문팩트체커 참여사: 뉴스타파, 뉴스톱, 미디어오늘, 연합뉴스, 한겨레, KBS, MBC, YTN, MBN) 구성과 관련해 정치적 편향성 해소를 위한 시정 및 처리 요구를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재단은 운영자문위원회를 통해 게시물의 적정성 심의 등을 통해 사업 객관성을 확보하겠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방통위 감사결과 재단은 운영자문위원회를 2021년에 1회만 개최하고 이듬해인 2022년에는 전혀 개최하지 않는 등 팩트체크 사업의 정치적 편향성 해소 대책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방통위는 재단이 관련 대책을 충실히 이행하도록 주의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유석균 방송통신위원회 감사담당관실 감사담당관은 "감사 결과 확인된 팩트체크 사업 등의 문제점과 관련해 방통위 팩트체크 사업 담당부서에도 관련 사업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도록 경고, 주의요구 등의 조치를 했다"며 "아울러 방통위는 팩트체크 사업의 공정성, 효율성 및 효과성 제고를 위해 재단이 팩트체크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복수의 팩트체크 기관을 선정하고 독립적 형태의 팩트체크 사업 운영위원회를 구성·운영하는 한편, 공신력 있는 기관으로부터 사업수행실적을 평가받는 등 팩트체크 사업을 체계적으로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방통위는 팩트체크 사업을 수행할 기관을 복수의 사업자로 공모할 계획이다. 팩트체크 플랫폼은 시청자미디어재단이 운영하는 한편 관련 사업의 경우 별도 기관이 수행하는 방식으로 개편해 올 하반기 재가동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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