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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L 너마저… 엔씨소프트, 인고의 시간이 온다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

[디지털데일리 문대찬 기자] 엔씨소프트(이하 엔씨) 신작 ‘쓰론앤리버티(이하 TL)’가 기대만큼의 시장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실적 개선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짊어진 TL이 부진하면서, 엔씨가 올해를 인고의 시간 속에 보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엔씨는 지난해 시장 경쟁 심화에 따른 ‘리니지’ 시리즈의 매출 하향화로 인해 성장이 뒷걸음질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엔씨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3421억원, 1334억원으로 2022년 동기 대비 각각 33.7%, 73.9% 감소했다.

지난해 12월7일 출시된 TL은 이러한 엔씨 상황을 타개할 승부수로 여겨졌다. TL은 엔씨가 11년 만에 내놓는 PC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으로 출시 전부터 업계 주목을 받았다.

다만 출시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용자 반응이 미적지근하다. 예상보다 이용자를 끌어모으지 못하면서 흥행 동력을 상실한 모습이다. 출시 당시 21개였던 서버는 이용자 부족으로 인해 10개로 통합‧축소됐고 PC방 순위도 16일 오전 기준 10위권 밖을 맴돌고 있다.

이용자 추가 이탈 가능성도 점쳐진다. 최근 해외발(發) 계정 탈취 문제로 인해 보안이 강화되면서, 우회 경로로 게임을 즐기던 해외 이용자 접속이 차단될 수 있어서다. 확률 요소를 전면 배제한 수익모델(BM)로 인해 소수의 고과금 이용자에 수익을 기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TL 부진으로 엔씨 위기가 본격화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엔씨 주식은 TL 출시 전날인 지난해 12월6일 26만5000원에 거래됐지만, 15일엔 21만6000원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첫 거래일 당시 엔씨 주가는 43만1500원이었다. 일각에선 20만원선이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당분간 반등 모멘텀이 부재한 것도 위기감을 키운다. 엔씨는 TL의 해외 출시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배틀크러쉬’와 ‘프로젝트BSS’ 등 올해 출시가 예정된 시작도 극적인 실적 반등을 이끌긴 힘들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증권가 역시 나란히 목표 주가를 하향하면서 올 하반기까지 엔씨가 몸을 움츠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증권 오동환 연구원은 “배틀패스 중심의 BM과 서버 수를 고려하면 TL 4분기 매출액은 75억원에 그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성과를 감안하면 국내 연간 매출은 400억원을 밑돌 것”이라며 “글로벌 시장 성과 역시 눈높이 조정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블레이드앤소울2’에 이어 TL까지 흥행에 실패하며 올해 영업이익은 작년에 비해 줄어들 것”이라며 “내년 신작이 구체화할 올 하반기부터 매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짚었다.

한국투자증권 정호윤 연구원은 “2024년 실적 개선을 견인했어야 할 TL이 기대 이하의 흥행을 기록하고 있다. 아마존을 통해 글로벌 출시가 대기 중이나 많은 기대를 하기는 어렵다”면서 “출시 대기 중인 모바일 게임 또한 실적을 크게 끌어올릴 정도는 아니라 이익 모멘텀이 약화됐다. TL 흥행 실패와 함께 전반적인 개발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가 2023년 11월16일 지스타 엔씨 부스를 찾아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가 2023년 11월16일 지스타 엔씨 부스를 찾아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업계는 엔씨 반등 시점을 고강도 체질 개선 작업의 약효가 발휘될 내년 상반기로 보고 있다. 엔씨는 지난해 하반기 경영 위기를 인식하고, 경영 효율화 작업과 함께 사내 전반의 인적 쇄신에 나선 상황이다.

경쟁력 강화를 위한 변화경영위원회를 출범한 데 이어, 전문 경영인 박병무 대표를 영입하며 단독 대표 체제를 끝냈다. 올해 초엔 최고사업책임자(CBO) 3인을 중심으로 주요 개발·사업 조직을 개편하고, 윤송이 사장과 김택헌 부사장이 본사 경영에서 손을 떼는 등 ‘가족경영’과 거리두기에 들어갔다. 또 인공지능(AI)금융조직 해체, 자회사 엔트리브소프트 폐업을 결정하며 몸집 줄이기에 돌입했다.

오 연구원은 “엔씨는 그간 비판받던 가족 경영에서 탈피했다. 인공지능 금융사업을 철수하고 저수익 사업부를 정리하고 있다. 구조조정 성과에 따라 2025년부터 경영이 정상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NH투자증권 안재민 연구원도 “공동대표를 선임했고 임원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어 회사 변화가 기대된다”며 “관련 비용 절감 효과도 조금씩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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