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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이용자도, 사업자도 찜찜한 ‘확률형 아이템 시행령’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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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날이 갈수록 대·중·소를 불문한 국내 게임 사업자들이 마음 놓고 게임 서비스를 펼치는 일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지난 3월21일 개정돼 내년 3월22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지난 13일에 입법예고한 바 있다.

즉,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가 법적으로 의무화되면서 이용자가 게임 아이템 획득 확률을 더욱 알기 쉬워지게 된 것이다. 이는 이용자 권익 보호 차원이라는 명목 하에 이뤄졌지만 확률형 아이템 획득 확률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왔던 일부 업체를 정조준하겠다는 의미가 크다.

그런데 당초 이러한 의도와 달리 국내 사업자도, 심지어 국내 이용자도 현재로선 아쉽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이유는 여러 가지인데, 먼저 국내 사업자 입장에서 살펴보면 당연히 해당 개정안은 ‘규제’다. 규제가 하나 더 추가된 만큼 좋을 수가 없다. 특히, 규모가 작은 게임사일수록 이번 개정안에 대한 부담을 더욱 크게 느끼고 있다.

당시 문체부는 3년간 연평균 매출액이 1억원 이하인 중소기업이 제작·배급 또는 제공하는 게임물을 표시 의무 대상 게임물에서 제외했다. 영세게임사의 부담을 완화해주겠다는 게 그 취지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이 발간한 ‘2022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전체 게임사 중 매출액 1억원 이하인 게임사 비율은 ▲5000만원 미만 12.5% ▲5000만원~1억원 6% 등 총 18.5%다. 콘진원이 취합한 총 업체 사례 수는 556개이기에, 약 450개 업체가 규제를 준수하게 됐다.

청소년의 게임 시간을 부모와 의논해 정하는 ‘게임시간선택제’ 적용 게임사가 14곳인 것에 비하면. 이번 시행령으로 규제를 받게 되는 게임사 수는 더욱 많아지게 된 셈이다. 예견된 수순이었음에도 게임업계는 이를 놓고 사실상 국내 게임 사업자 전반을 규제 선상에 두겠다는 것이 아니겠냐며 아쉬운 평가를 내놓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 비즈니스 모델(BM)이 탑재돼 있는 게임은 무조건 ‘나쁜 게임’ ‘과도한 결제를 유도하는 게임’이라는 프레임만 씌워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국내 이용자 입장에선 어떨까. 오랜 시간이 흐르고 시행착오를 거치게 되면 거짓 확률 표시 등의 문제로부터 게임 이용자를 보호할 수단은 맞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피부로 와닿는 변화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미 국내 기준 대형 업체를 비롯한 주요 게임 사업자가 자율규제에 의해 게임 내에서 게임 아이템 획득 확률을 안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시행령 발표 이전부터 줄곧 제기돼 왔던 이용자 의견 중 큰 비중을 차지했던 건 확률 공시의 ‘투명성’이다. 각 게임사들이 자체적으로 공시하는 확률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냐는 의문이다. 게임 사업자들의 시행령 준수는 24명 규모의 게임물관리위원회 모니터링단에서 감시하는 만큼 불만이 오히려 더 늘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지속적인 확률정보 미표시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건 예나 지금이나 해외 게임사다. 중국을 포함한 중문 문화권 국가의 일부 중소 게임사들은 잊을만 하면 아이템 확률 조작 의혹과 먹튀 운영 논란을 일으켜 왔다.

한국게임자율정책기구(GSOK)가 지난 10월 한 달간 유료 확률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온라인·모바일 100위권 내 게임물 자율규제 준수 여부를 모니터링한 결과에 따르면, 확률 공시 미준수 12건은 모두 해외 게임사 사례였으며 그 중 절반이 중국이었다.

해당 시행령이 해외 게임사를 강제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 그렇기에 국내 이용자 입장에서도 해당 시행령이 권익 보호를 실현시켜줄 수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부호가 남는다. 게임업계 역시 역차별을 제기하는 이유다. K-콘텐츠 수출 비중 70%를 차지하는 게임을 정부가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국내 사업자 입장이나 이용자 입장을 보다 헤아려야 할 때다. 어떤 것이 진짜 한국 게임산업을 위하는 길인지 그 고민의 흔적을 세심하게 녹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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