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지역균형발전, 지역소멸, 수도권 과밀화 등은 해묵은 사회 문제다. 문제의 발생 원인과 해결 방법에 대한 갖가지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지역 일자리 부족’은 대부분이 공감하는 원인이다. 수도권에 집중돼 있던 공공기관의 지역 이전이 추진되는 배경인데, 민간기업에서도 이와 같은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지역 사업에 진심인 NHN클라우드다.
NHN클라우드는 광주광역시와 경상남도 김해시를 중점으로, 지역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지난 8월에는 NHN클라우드 및 클라우드 이용 고객사의 보안관제 업무를 수행할 보안관제센터를 김해에 개소했다. 특정 고객사를 위한 파견 근무를 위한 용도가 아니라 지역에 거점을 두고 보안관제센터를 운영하는 매우 드문 사례다.
NHN클라우드 김형기 이사는 보안관제의 경우 다른 분야에 비해 지역 이전에 큰 장애가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숙련된 관제요원의 수급이 수도권에 비해 어렵다는 단점은 있지만 동시에 신입 직원 채용 측면에서는 훨씬 유리하다고도 전했다. 보안관제를 위한 보안운영센터(SOC)를 잘 설계한다면 인력에 크게 의존하는 비중도 낮출 수 있는 등 충분히 통제할 수 있는 리스크라는 설명이다.
◆광주 AI 데이터센터‧김해 보안관제센터… NHN클라우드, 지역 사업에 ‘진심’
NHN클라우드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컴퓨팅 자원을 제공하는 서비스형 인프라(IaaS)와 해당 IaaS를 통해 여러 소프트웨어(SW) 기술을 제공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CSP)이다. 네이버, KT와 함께 외국계 CSP를 대체할 국산 CSP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공공기관과 게임사를 중심으로 고객군을 늘려나가고 있다.
다른 CSP와 NHN클라우드의 가장 큰 차이점을 꼽자면 오픈소스 SW 프로젝트인 ‘오픈스택’을 기반으로 클라우드가 설계됐다는 것이다. 오픈스택은 프라이빗 클라우드 구현에 가장 흔히 사용되는 기술로, 퍼블릭 클라우드와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 일상화된 현재 통합 측면에서 특장점을 지닌다.
또 하나의 특징은 지역 사업에 특히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NHN클라우드는 오는 10월 개소하는 광주 국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구축‧운영을 맡았다.
약 1000억원이 투입된 해당 데이터센터에는 엔비디아의 최고사양 그래픽처리장치(GPU)인 H100 기반 서버가 대량으로 도입돼 정보기술(IT)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NHN클라우드는 데이터센터와 함께 AI를 위한 연구개발센터(R&D), 지역 인재 육성을 위한 아카데미도 운영한다.
호남권에 광주 AI 데이터센터가 있다면 동남권에는 김해시 보안관제센터가 있다. 김해 R&D센터 내에 개소한 보안관제센터는 정식 개소된지 1개월도 채 되지 않았다. 현재 약 25여명이 근무하는 중인데, 점차 규모를 확대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지역 거점 보안관제센터라는 독특한 실험… 왜?
데이터센터의 경우 정부,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력도 불가피한데, 최근에는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 데이터센터를 분산 설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NHN클라우드의 광주 AI 데이터센터 역시 그 일환이다. 다만 보안관제는 전문 보안관제사업을 하는 기업이 지역 기업‧기관에 파견관제를 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지역에 거점을 두는 일이 드물다.
김형기 이사는 “NHN클라우드는 공공 클라우드의 40% 이상 점유율을 확보한 사업자다. 전통적인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비롯해 클라우드까지 함께 관제를 해야 하는데, 우리 서비스에 최적화돼 있는 보안관제를 위해 자체적으로 팀을 꾸려 대응하고 있었고 김해에 거점을 둔 보안관제센터도 운영하게 됐다”고 말했다.
NHN클라우드의 김해 보안관제센터는 공공 클라우드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NHN클라우드의 사업 특징이 반영된 전략적 판단의 결과다. 다만 단순히 지역 사업을 위해서만 추진된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분명한 이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확실히 장단점이 있다. 단점이라고 한다면 문화 인프라 등으로 인해 수도권에서 근무하는 인력들을 지방으로 채용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반면 장점은 신입 직원 채용에 경쟁력이 있다. 10여년간 보안 인력을 채용하면서 검증되지 않은 신입 직원은 채용하기가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김해보안관제센터에서 채용을 해 보니 생각 외로 퍼포먼스가 잘 나온다”고 말했다.
인력 채용은 IT 업계 전반이 고민 중인 부분이다. 특히 보안관제요원의 경우 평균근속년수가 2~3년이 채 되지 않을 정도로 이직이 잦다. 사시사철 채용 공고가 이뤄지는 업종이다. 그만큼 채용과 함께 직원들을 잡아두기 위한 복지도 기업들의 주요 고민거리인데, NHN클라우드는 지역 인재를 키우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중이다.
김 이사는 “지역에서 채용을 해 보니 정말 다양한 곳에서 이력서가 모여들더라. 지역 대학별로 한 곳씩은 다 온 거 같다”며 “아직 초기단계라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지역에서 NHN만큼 근무 조건이 좋은 곳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이직률도 타 기업에 비해 낮을 거라고 생각한다. 또 김해보안관제센터가 자리를 잡게 된다면 수도권에 근무하다가 귀향하려는 인력들도 흡수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되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우려가 되는 부분은 관제요원의 숙련도가 업무에 큰 영향을 미치는 업의 특성이다. 신입 직원을 위주로 운영되다 보니 정작 중요한 보안관제의 질이 떨어지지는 않을지에 대한 걱정도 있다.
NHN클라우드는 이를 기술로 풀고자 한다. 보안관제를 위한 핵심 시스템인 보안운영센터(SOC)를 자체 개발해 통상 1년은 돼야 숙달되는 관제 업무를 6개월가량으로 단축시켰다. 또 신입 직원의 역량이 향상되기까지 숙달된 선임자와의 사수-부사수 체제로 운영하며 부담도 줄였다.
여기에는 김해보안관제센터에 상주하며 업무를 수행하는 한기성 NHN클라우드 책임의 역할이 크다. 15년 이상 수도권에서 보안 분야에서 업무를 수행한 그는 NHN클라우드에 합류하며 처음으로 김해 땅을 밟았다.
관제센터 운영 6개월차를 맞이하는 현재 그는 “지역이라고 채용이 어렵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경력자의 경우 거주지 이전 문제가 있지만 오히려 신입 직원은 수도권에 비해 유리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김해라는 지역이 인구 100만명 이상인 창원특례시, 부산광역시와 같은 대도시와 인접해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창원‧부산에서 1시간 내에 이동할 수 있는 거리다. 한 책임은 “집값이 싸다는 점, 출퇴근 스트레스가 없다는 점도 매력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지역 IT 생태계 조성의 힌트?
지역균형발전을 명분으로 기업들의 지역 이전은 수차례 이뤄졌지만 성과를 낸 사례는 드물다. 사업에 대한 비전 없이, 그저 세금 감면 혜택을 누리기 위한 조치라는 비판도 받았다. 이런 사례와 비교했을 때 이번 NHN클라우드의 실험은 더 눈에 띈다.
NHN클라우드에서는 현재 매일 1억건에 달하는 보안 위협을 처리하고 있다. NHN클라우드의 사업이 커질수록 보안관제에 대한 수요는 커질 수밖에 없다. 김 이사는 2024년 보안관제 전문기업 인증을 받아 보다 적극적으로 관제 사업을 키워나갈 계획이다.
동남권에 위치한 만큼 지역 산업에 특화돼 있는 보안관제 서비스 제공도 계획 중이다. 조선‧제조업이 발달해 있는 동남권 기업들은 매출액 수천억, 수조원 이상 기업들이 즐비해 있다. 이들 기업 중 상당수는 보안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해 큰 투자를 하지 않고 있었는데, 최근에는 제조업을 겨냥한 랜섬웨어가 기승을 부리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NHN클라우드는 김해보안관제센터를 거점으로 이런 기업들의 보안 수요도 잡아내겠다는 전략이다.
김해보안관제센터 보안위협관제팀에서 근무 중인 신입 직원 대부분은 지역 토박이다. 부산 출신인 정관우 사원은 “관제 업무를 하면서 다양한 고객사, 사람들과 만나며 일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단점이라고 하면 365일 24시간 관제를 하다 보니 야간업무를 해야할 때도 있고, 이로 인해 패턴이 꼬여서 힘들긴 했는데 이제는 익숙해 졌다”고 말했다.
NHN에서 진행하는 개발자 교육 과정인 NHN아카데미의 출신인 김정민 사원은 “대구에서 쭉 자랐고 지금은 김해에서 거주 중이다. 대구와 그렇게까지 멀지도 않고, 딱히 김해가 타 지역에 비해 떨어지는 부분도 없다고 생각한다. 계속 근무하면서 많은 것을 경험하고, 시야를 넓혀 한단계씩 차근차근 내실을 다져나가고자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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