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국내 물리보안 시장은 에스원과 SK쉴더스, KT텔레캅이 삼분하고 있다. 해당 기업들은 각각 삼성, SK, KT라는 대기업의 계열사다. 출동요원을 바탕으로 건물에 대한 출입보안과 관리, 폐쇄회로(CC)TV를 통한 관제 등을 핵심 사업으로 삼고 있다.
수년간 큰 변화가 없었던 물리보안 시장이었지만 코로나19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인공지능(AI)과 같은 신기술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데 더해 중대재해처벌법, 의료법과 같은 산업계에 영향을 미칠 만한 제도 변화도 이뤄졌다.
3개 기업 모두 대동소이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지만 세세하게 살펴보면 각 기업마다 특색도 있다. 에스원의 경우 중‧대형 사업장을 중심으로 한 건물관리 사업에서 특출난 경쟁력을 보이고 있고, SK쉴더스는 사이버보안 분야에서 압도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KT텔레캅은 중소상공인을 타깃으로 한 무인매장 등에 집중하는 중이다.
◆실적 초격차 이어가고 있는 에스원… AI 등 첨단 기술 이용에 힘 쏟는 중
‘초격차’를 내세우는 1위 기업 에스원은 2023년 상반기 매출액 1조2813억원으로 전년반기대비 5.3% 성장했다. 물리보안 3사 중 반기 매출액이 1조원을 넘는 것은 에스원이 유일하다.
극적인 변화 없이 꾸준히 우상향하는 것이 에스원의 특징 중 하나다. 에스원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1170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9.1% 수준이다. 많은 인력이 요하는 물리보안 특성상 영업이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으나 꾸준히 안정적인 수준의 매출‧영업이익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
상반기 직원들에 대한 처우도 가장 높은데, 반기 6877명에 대한 평균 임금은 3300만원이다. 평균근속년수 13년으로 3개사 중 가장 높은 근속률을 보인다. 회사 내 계약직 비율이 4%로 가장 낮다.
에스원은 최근 몇 년간 첨단 기술을 이용한 사업 경쟁력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코로나19 당시 AI를 통해 얼굴을 인식하는 출입보안 시스템을 출시했다. 최근에는 인식에 필요한 시간을 0.6초로 줄이는 차세대 제품을 내놓았다. 마스크를 착용했더라도 인식이 가능하다.
중대재해처벌법 이후 물리보안 기업들의 핵심 먹거리로 떠오른 산업 현장 보안에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에스원은 재난재해 및 중대재해를 예방하는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건물관리 솔루션 ‘블루스캔’을 선보인 바 있다. 에스원 측은 작년 8월 기록적 폭우가 쏟아진 서울 강남권에서 블루스캔을 설치한 빌딩은 3분 만에 침수 사실을 파악, 현장 조치해 피해를 줄였다고 전했다.
중소기업이나 공장 등을 노리는 사이버범죄가 늘어남에 따라 사이버보안 사업도 확대하는 중이다. 다만 해당 분야에서의 경쟁력은 아직 미진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일부에서는 2015년 에스원이 사이버보안 기업인 시큐아이를 삼성SDS에 매각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고도 평가했다. 물리보안 전문 기업이 되기로 한 선택과 집중이었고 이는 지금까지도 유효한 것으로 보이나 향후 발전을 위해서는 새로운 선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SK쉴더스의 앞날은?
3개사 중 최근 가장 이야깃거리가 많은 것은 물리보안 기업 ADT캡스와 사이버보안 기업 SK인포섹의 합병으로 탄생한 SK쉴더스다. SK쉴더스는 합병 이후 빠르게 매출을 높이며 에스원을 추격 중이다. 3개사 중 가장 매출 성장이 가파른 것이 특징이다. SK쉴더스는 2022년 기준 전체 사업의 22%가량이 사이버보안에서 발생했다. 이는 3개사 중 SK쉴더스만 가지고 있는 특색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최근 SK쉴더스의 최대주주였던 SK스퀘어가 스웨덴 최대 재벌인 발렌베리가의 투자회사 EQT파트너스에 지분을 매각했다는 것이다. 당초 기업공개(IPO)를 추진했으나 지나치게 고평가 됐다는 논란과 함께 당시 좋지 않던 증권 시장 분위기에 IPO를 포기한 바 있다.
이번 매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기업을 모회사로 둔 물리보안 기업들의 특성상 특수 관계자 거래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또 경영상 어려움이 발생하더라도 그룹사 차원에서 경영지원 역시 가능하다. 하지만 이번 매각으로 최대주주가 외국계 기업이 된 이상 이전과 같은 ‘한식구’ 수준의 지원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한국신용평가는 SK쉴더스 매각 이후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지난 3월 신용등급을 ‘A0/안정적’에서 ‘A0/하향검토’로 등록했고 7월에는 ‘A0/하향검토’에서 ‘A-/안정적’으로 한 단계 낮췄다. 다른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는 SK라는 브랜드를 유지하는 만큼 이전과 같은 연계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하는 등 차이를 보이고 있다.
외국계 자본이 최대주주가 됐다는 점은 SK쉴더스의 사업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사이버보안 업계 관계자는 “적어도 공공 보안관제와 같은 사업에서는 이전에 비해 불리하지 않겠나. 당장에야 큰 변화가 없겠지만 공무원들이 선택할 때 한번쯤은 더 고민하게 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상반기 기준 SK쉴더스의 직원은 6925명으로 에스원보다도 많다. 직원들의 평균근속년수는 8.1년으로 1인당 평균 임금은 3000만원이다. 계약직 근로자는 594명으로 전체의 8.5% 수준이다.
SK쉴더스는 최근 홍원표 전 삼성SDS 사장을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했다. 박성태 전 멀티캠퍼스 대표는 최고재무책임자(CFO)로 근무한다. 둘 모두 삼성그룹에서 요직을 경험한 ‘삼성맨’이다. 두 경영진의 전략에 따라 SK쉴더스가 나아길 방향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우려스러운 것은 SK쉴더스가 상반기 적자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SK쉴더스는 상반기 매출액 8926억원, 영업이익 –153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지난 2분기에만 460억원의 적자를 냈다. SK쉴더스는 적자와 관련 "2분기에 매각 추진 과정에서 일회성 비용이 발생하면서 적자로 기록됐다. 사업 악화가 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존재감 없는 KT텔레캅… ‘일감 몰아주기’ 논란도
에스원과 SK쉴더스가 각각의 청사진을 그리며 경쟁력을 키워가는 와중에 KT텔레캅은 좀처럼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상반기 기준 KT텔레캅의 매출액은 2621억원으로 에스원에 비해 5분의1 수준이다.
실적 성장폭, 영업이익률도 부진하다. KT텔레캅의 영업이익은 77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2.9% 수준이며 매출 성장률도 2.4%로 다른 기업의 절반 이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도 휩싸였다. KT텔레캅이 KT 계열사, KT 출신 퇴직자가 지분을 소유 중이거나 소유했던 기업들에게 일감을 몰아줬다는 것이다.
좋지 않은 대외 환경, 부진한 실적을 단기간 만회할 만한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다는 점도 KT텔레캅의 위기론을 부추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계기로 발 빠르게 대응해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고 있는 에스원‧SK쉴더스에 비해 KT텔레캅은 무인매장 등 중소상인을 대상으로 한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9월 시행될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의료법 개정)가 KT텔레캅에게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중소상인이나 무인매장 등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경험이 많은 KT텔레캅이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다. 그러나 KT텔레캅을 두고 논란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에스원이나 SK쉴더스를 두고 KT텔레캅을 선택하겠냐는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KT텔레캅은 전체 직원은 2442명으로 직원들의 평균근속년수는 7.2년이다. 1인당 상반기 급여액은 2400만원으로 3사 중 가장 낮다. 전체 직원 중 34.1%에 달하는 인력이 계약직 근로자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4%, 8.5%인 에스원과 SK쉴더스와 비교하면 크게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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