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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먹통, 철퇴 사유 아닌 자국 플랫폼 존재감 실감 계기로 봐야”

인기협 제86회 굿인터넷클럽 개최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디지털 패권 경쟁 움직임이 세계 곳곳에서 포착되는 가운데, 한국만 반대로 자국 시장 규제를 강화하는 상황에 산학계가 반발했다.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해외 규제 벤치마킹 중심 정책 대신, 플랫폼 지정학 트렌드와 한국 플랫폼 역량·처지를 복합적으로 고려한 국가전략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16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서울 서초구에서 ‘글로벌 디지털 패권 경쟁, 대한민국은 없다!’를 주제로 제86회 굿인터넷클럽을 개최했다.

이날 학계 전문가들은 최근 유럽연합(EU)이 메타 ‘스레드’ 출시를 보류하고 미국이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한 대안으로 중국 투자를 제한하는 등 플랫폼 간 세계정치는 이미 진행 중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상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디지털 분야를 넘어 글로벌 패권 경쟁 전반으로 확장되는 미·중 플랫폼 갈등 골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온라인플랫폼 경쟁은 단순한 ‘기업 간 경쟁’이 아닌 지정학적 견제를 목표로 상대국 플랫폼 기업까지 규제하는 형태라는 설명이다.

일찍이 중국은 자국 시장에 진출한 미국 플랫폼 기업들을 규제했으며, 미국 역시 중국 기업 바이트댄스가 운영하는 동영상 서비스인 틱톡에 제재를 가한 바 있다. 즉, 초국적 기반을 둔 플랫폼 기업들이 자국 국가기관 및 제도에 기대 활동하며 기업과 국가가 서로 밀접하게 의존하는 이른바 ‘플랫폼 국가 자본주의’ 양상이 나타났다는 것이 김상배 교수 분석이다.

김 교수는 “공정거래위원회와 업계는 모두 국내 시장에만 시야를 고정해 글로벌 차원에서 부상하는 ‘플랫폼 지정학’ 트렌드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면서 “국제정치학 시각에서 플랫폼 경쟁을 보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측면을 고려할 때 한국 규제 움직임은 전 세계와 반대 기조를 보인다. 미국은 플랫폼 규제법 안을 대부분 폐기했으며, 일본은 기업의 자율적인 노력을 중시하고 규제 대상을 미국 빅테크 중심으로 최소화했다.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 IT 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는 정부 부처가 경쟁적으로 만들어 내는 플랫폼 규제 법안들이 국회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며 “해외 혁신 서비스를 제한하거나 국내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는 전략보다 오히려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디지털 혁신 서비스를 창출해 시장 경쟁력을 증진하는 전략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준연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팀장도 한국이 네이버와 카카오 등 자국 플랫폼이 있는 소수 국가에 속한다는 점을 극대화해 생존을 모색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김준연 팀장은 “작년 10월 발생한 카카오 먹통 사태는 카카오가 가지고 있던 통신 인프라로서 존재감을 드러낸 사건이지, 서비스 철퇴를 추진해야 할 사건이 아니다”라며 “만약 외국 플랫폼에 서비스 의존을 했을 때 상황은 더 심각할 수 있었다는 부분을 더 심도 있게 논의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 팀장은 “현실적으로 해외 플랫폼을 규제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자국 플랫폼이 가지는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선(先) 혁신, 후(後) 규제 혹은 자율규제로 제도 적용 선후 시차나 적용 방식으로 전략적 틀을 잡아야 한다”며 “사회적 혁신 인프라론과 플랫폼 혁신 유발성을 강조하는 것이 중견 플랫폼 국가가 취할 생존 경로”라고 강조했다.

플랫폼에 관한 국가 간 갈등 예측 불가능성이 점차 심화할 수밖에 없는 시대에 국가가 취해야 할 대응 방안에 대한 조언도 나왔다.

이승주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플랫폼 경쟁 시대 국가전략은 초불확실성에 대한 대응 전략을 포함해야 한다”며 “기업과 국가 이익이 언제나 일치하는 것은 아니나, 가능한 영역에서 최대한 양자 이익을 일치시킬 수 있는 역량을 배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승주 교수는 “한국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배타적 보호주의가 대안이 아닌 것은 명확하다”며 “열린 거버넌스의 수립을 위해 노력하되, 배타적 거버넌스가 경쟁하는 상황에 대한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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