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이동관 신임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위원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앞둔 가운데 차기 방통위 구성을 둘러싸고 여야간 셈법이 복잡하다. 이 후보자를 전력 엄호하고 있는 여당에 맞서 야당은 이동관호 방통위 출범을 무력화할 수 있는 전략을 고심하고 있는 모습이다.
2일 국회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는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이르면 16일 늦어도 18일 중 진행할 계획이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서를 국회에 송부함에 따라, 여야는 즉각 이 후보자 인사청문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논란을 방어하면서 지지를 보내고 있는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이 후보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에 나선 상황이다.
현재까지 이 후보자에 대해서는 이명박 정부 시절 언론장악에 앞장선 인물이라는 평가와 함께 자녀 학교폭력 무마 의혹, 배우자가 인사청탁을 받은 정황 등이 치명적인 약점으로 꼽힌다. 민주당은 이에 더해 이 후보자의 재산과 병역 등까지 촘촘하게 살펴보고 있다.
다만 민주당 내부에선 이 후보자를 낙마시킬 ‘한방’이 없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자녀 학폭 의혹의 경우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데다, 배우자 의혹 역시 결과적으로 청탁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타격이 크지 않다.
지난 1일 과천정부청사 인근 청문준비 사무실에 첫 출근한 이 후보자는 기자들과 만나 이러한 논란과 의혹에 대해 단호히 선을 그은 상태다. 그는 “언론은 장악할 수도 없고 장악돼서도 안된다”며 “제가 만약 언론장악 위해 어떤 지시와 실행을 내렸고 분명한 결과가 나왔다면 이 자리에 설 수 있었을까”라고 강변했다.
배우자 인사청탁 의혹에 대해서도 “집사람이 부정청탁인 줄 모르고 전달받은 돈을 제가 당장 돌려주라고 했고, 다음날 출근해서 민정수석실에도 신고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이 후보자 임명을 막을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도 청문회 통과 여부와 관계없이 대통령이 방통위원장을 임명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추가 변수가 있지 않는 한 이동관호 방통위 출범은 정해진 수순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민주당 일각에선 이동관호 방통위를 사실상 무력화시킬 방안을 찾고 있다.
현재 방통위는 김효재 상임위원(국민의힘 추천)이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고, 이상인 위원(대통령 추천)과 김현 위원(더불어민주당 추천)까지 3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김효재 위원과 김현 위원의 임기는 오는 8월23일자로 만료된다. 이 후보자는 8월말~9월초 무렵 임명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차기 방통위는 위원장과 이상인 위원 2인 체제로 시작해야 한다.
물론 현행 방통위법은 2인 이상 위원 요구가 있으면 회의를 소집할 수 있고 재적 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이 가능토록 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 방통위 운영에 큰 무리는 없다.
이에 대한 야당 묘수로 나온 것이 이른바 ‘방통위 일시정지법’이다. 과방위 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이 발의한 방통위법 개정안은 기존 ‘2인’에서 ‘3인’ 이상 출석으로 개의하고 출석 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이 통과되면 민주당이 김현 위원 후임자를 추천하지 않고 상임위원 2인 체제를 유지시키는 방법으로 차기 방통위를 ‘식물화’할 수 있게 된다. 윤 대통령이 앞서 퇴임한 김창룡 전 상임위원의 후임으로 민주당이 추천했던 최민희 전 의원 임명을 미루고 있는 것도 좋은 명분이다.
다만 민주당 측은 공식적으로 일단은 인사청문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최민희 방통위원 후보자가 조속한 임명을 원하고 있는 데다, 당 내부적으로 방통위의 조기 식물화보다는 우선 위원회를 정상화해 내부 견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이 김효재 위원 후임을 빠르게 정하고 대통령이 이를 서둘러 재가하면 야당의 구상이 무용지물이 되는 점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방위 야당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벌써 김효재 위원 후임 후보군을 압축했다는 얘기가 들리고 있다”며 “민주당에서도 대응 전략을 고심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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