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망치를 들면 다 못으로 보인다’는 말이 있다. 흔히 문제의 본질은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망치질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행위를 비판할 때 쓰는 말이다.
최근 TV 수신료 분리징수 이슈를 보면 이 말이 떠오른다. 오랜기간 쌓인 TV 수신료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해결하려면 그 원인을 살펴보는 것이 맞지만, ‘내기 싫으면 내지 말라’는 정부의 결정은 사실상 문제의 본질은 외면한 것이다.
TV 수신료에 대한 국민의 반감은 어디서 비롯됐는가.
여론은 공영방송의 필요성에 대해선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수신료 징수에는 우호적이지 않았다. 수신료를 재원으로 운영되는 KBS가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KBS 조직의 비효율적 운영도 수신료에 대한 대중의 반감을 키운 가장 큰 이유였다. KBS의 직원 수는 다른 지상파 방송사인 MBC·SBS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2021년 말 기준 KBS에서 억대 연봉을 받는 직원은 4629명 중 2374명으로 무려 전체의 51.3%에 달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생각해봐야 할 건 TV 수신료 분리 징수가 KBS의 방만 경영을 넘어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냐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KBS를 압박할 순 있겠지만, TV 수신료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해소할 순 없을 것이다.
KBS가 사라진 이후 발생할 문제에 대해 정부는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최근 한 전문가의 말을 인용하면, 방송사 경영진의 판단이 정권에 의해 좌지우지될 때 가변적이지 않고 고정적으로 공적가치를 구현할 최후의 보루로서 공영방송은 필요하다.
이러한 공영방송의 의미를 생각했을 때, TV 수신료로 시청자를 설득할만한 가치를 해당 방송사가 만들어내고 있는 가를 검증할 기관을 두려는 정부의 최소한의 노력이 필요하지는 않았을까.
향후 수신료 분리징수가 전체 방송시장에 미칠 영향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방송시장 재원은 결국 순환되는 구조로, 인터넷TV(IPTV)‧케이블TV등 유료방송사를 상대로 KBS가 가입자당재송신료(CPS)를 올릴 가능성은 적지 않다. 방송시장에 유입되는 재원이 줄어들면서 한정된 재원을 둘러싼 사업자 간 경쟁은 치열해지고, 상황은 더욱 열악해질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당초 TV 수신료는 사회가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재정기반을 공영방송에 마련해주고자 정부가 국민에 부과한 ‘준조세’다. 공영방송을 보지 않으면 내지 않아도 되는 사용료의 개념이 아니다. 정부 스스로 이러한 세금납무의 의무를 폄하하면서까지 KBS를 망치질한 진짜 이유를 살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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