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그간 유통 시장은 온라인 쟁탈과 오프라인 수성 싸움으로 비유되곤 했다. 그러나 엔데믹 기간을 거치면서 기업들은 소비자 특성상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고, 개인화된 고객경험을 제공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유통업계 디지털 전환 중요성이 매년 언급되는 이유다.
온오프라인 경계가 사라졌다는 점은 쿠팡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대규모 투자로 배송 인프라를 구축해 로켓배송을 만들었고, 오프라인만 갖는 ‘즉시구매’ 장점을 온라인에서 크게 보완했다. 기존 유통 대기업들도 고객에게 온·오프라인에서 일관된 경험을 제공하는 게 주요 관심사다. 고객 취향을 파악하고 최적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고객 데이터 중요도도 높아졌다.
유통 기업들이 디지털 전환에 얼마나 진심인지 확인할 수 있는 지표가 공개됐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서 제공하는 정보보호 공시를 살펴본 결과, 신세계와 롯데, 현대 등 국내 유통기업 3사는 전반적으로 지난해 정보기술(IT) 투자액이 전년대비 증가했다.
정보보호 공시는 정보보호산업법에 따라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기업에 의무가 주어진다. 매출 3000억원 이상 상장사, 하루 평균 서비스 이용자 수 100만명 이상 등으로 기업체(법인)별 등록한다.
◆ 쿠팡 9287억원vs신세계+롯데+현대 8880억원=유통 대기업 중 올해 공시를 올린 곳은 신세계그룹에선 ▲신세계(백화점)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푸드 ▲이마트 ▲호텔신라 ▲SSG닷컴 ▲지마켓, 롯데에선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웰푸드 ▲롯데하이마트 ▲호텔롯데, 현대백화점은 ▲현대백화점 ▲현대홈쇼핑 ▲현대리바트 ▲현대그린푸드다.
주목할 지점은 주요 유통 대기업과 관련 계열사들 16곳 지난해 IT투자액을 전부 합쳐도 쿠팡이 단일기업으로 집행한 IT투자액을 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지난해 쿠팡이 집행한 IT투자액은 9287억원으로 전년대비 24% 증가했다. 이중 정보보호 부문엔 639억원을 투자했는데 역시 1년 만에 19.6% 늘었다. 쿠팡 총임직원은 2만2302명인데 이중 내부 IT인력은 1248명이다. 외부인력까지 합치면 총 IT인력은 2290명이다.
공시된 곳들 기준으로 IT투자액을 전부 합치면 신세계그룹 7개 계열사는 3960억원, 롯데 5개 계열사는 4044억원, 현대백화점 계열사 2곳은 875억원이다. 유통 대기업 계열사 16곳을 합친 IT투자액은 약 8880억원으로 쿠팡보다 약 407억원 적다.
물론 처음부터 모바일·온라인 기반으로 시작한 쿠팡과 오프라인 기반에서 디지털 전환을 시도하는 유통 채널·식품사는 ‘태생’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동일선상에 두고 IT투자액을 비교하며 누가 더 적극적이었는지 살피기엔 무리가 있다는 의미다.
다만 이번 지표는 쿠팡이 혼자서 국내 유통공룡 3사보다 더 많은 IT 투자를 집행했다는 점에서 그 규모를 실감할 수 있다. 동시에 각 유통 기업들이 디지털시대 대응을 위해 얼마만큼 투자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기초 자료도 된다.
최근 시장 환경을 살펴보면 쿠팡은 온라인에 국한하지 않고 오프라인을 포함한 국내 전체 유통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려는 행보를 보인다. 지난 1분기 쿠팡 매출은 7조3990억원으로 처음 이마트(7조1354억원)를 넘어섰고, 롯데쇼핑(3조5615억원)과는 큰 격차를 보였다.
쿠팡은 지속적인 매출성장과 흑자전환 배경에 대해 ‘고객 만족’과 ‘테크 기반 혁신’을 꼽는다. 이를 견제하기 위해 유통 대기업은 각 계열사 시너지를 모은 통합 서비스를 내세우고 있다.
◆ 유통공룡 3사, 전년대비 IT투자 감소한 계열사 어디?=신세계그룹은 최근 이마트와 SSG닷컴·지마켓·백화점 등 주요 계열사 6곳을 합친 멤버십을 출시, 온오프라인 유통 시장에서 충성고객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중 공시 기업 7곳 중에서 IT투자액이 전년대비 늘어난 곳은 이마트, 신세계인터내셔날, SSG닷컴, 지마켓 4곳이다. 각각 전년대비 이마트(888억원) 21%, 신세계인터내셔날(237억원) 8.7%, SSG닷컴(637억원) 15%, 지마켓(1145억원) 13.5% 증가했다.
반면 전년대비 IT투자액이 감소한 곳은 신세계(377억원), 신세계푸드(130억원), 호텔신라(542억원)로 각각 10.7%, 13%, 14% 줄었다. 총 임직원 수는 SSG닷컴을 제외하고 전반이 감소했지만 각 사 IT인력은 모두 증가했다. 이커머스 기업 SSG닷컴(90명 증가)과 지마켓(143명 증가)는 물론, 이마트 IT인력은 2021년 254명에서 작년 343명으로, 신세계 140명에서 149명, 신세계인터내셔날 118명에서 147명 등이다.
IT투자액 중 정보보호 투자액은 지마켓을 제외하고 일제히 줄었다. 신세계 측은 IT·정보보호 투자액이 모두 감소한 이유에 대해 “올해 정보보호 공시 가이드라인이 개정되면서 전담부서 사용 비용, 전사 CCTV, 출입관리 시스템 등 정보기술·보호 비용이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롯데에선 하이마트와 호텔롯데가 IT투자액이 감소했지만, 롯데쇼핑과 롯데칠성음료, 롯데웰푸드는 전년대비 증가했다. 특히 롯데웰푸드는 2021년 IT투자액 141억원에서 지난해 288억원으로 2배 늘었다. 롯데웰푸드는 지난해 7월1일 롯데푸드를 흡수합병했다. 이에 따라 작년 7월부터 12월까지 롯데푸드 IT비용이 롯데웰푸드에 합쳐지면서 상승효과가 나타났다.
백화점·마트·수퍼·이커머스 부문이 포함된 롯데쇼핑 작년 IT투자액은 2297억원으로 전년대비 3% 증가, 같은 기간 롯데칠성음료는 263억원으로 7.6% 늘었다. 그러나 최근 적자를 기록하며 실적부진 흐름을 보이는 롯데하이마트는 IT투자액 역시 지난해 489억원으로 전년대비 6.6% 감소했고, 호텔롯데 역시 710억원으로 전년대비 11.9% 감소했다. 총 임직원 수 중 IT부문 인력이 줄어든 곳은 하이마트가 유일하다. 작년 209명에서 전년대비 24명 감소했다.
현대백화점그룹 관련 공시대상에 오른 4개 계열사 중에선 현대리바트가 유일하게 작년 IT투자액(61억원)이 전년(75억원)대비 줄었다. 현대리바트는 국내 가구 수요 축소로 지난해부터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지난 1분기엔 76억원 영업손실로 전년동기대비 적자전환했다.
현대백화점 작년 IT투자액은 483억원으로 전년대비 12.6% 증가, 현대홈쇼핑은 256억원으로 전년대비 8.7% 늘었다. 현대그린푸드는 전년(58억원)보다 25.8% 증가한 73억원을 기록했다. 단 IT관련 인력 수는 4곳 모두 증가했다. 현대백화점의 총 임직원 수는 2021년 3203명에서 지난해 2790명으로 200명 가량 줄었지만 IT관련 인력은 254명에서 334명으로 80명가량 늘었다. 현대홈쇼핑과 현대그린푸드도 2021년 117명, 34명에서 지난해 214명 42명으로 각각 늘었다. 현대리바트는 28명에서 30명으로 2명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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