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KB국민은행을 시작으로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됐던 금융사의 알뜰폰 부수업무 신고 절차가 늦어지고 있다. 최근 정부의 금산분리 완화 움직임에 대한 반발이 커지면서 이를 의식한 금융당국의 심사가 예상보다 까다로워졌다는 평가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금융감독원에 알뜰폰 부수업무 신고 절차를 밟고 있다. 앞선 4월 금융위원회가 금융·통신 융합서비스(알뜰폰) 사업을 은행의 부수업무로 지정함에 따라, 한시적 규제특례로 알뜰폰 서비스 ‘리브모바일(Liiv M)’ 사업을 영위해온 국민은행은 이제 알뜰폰 사업을 부수업무로 신고해 정식 사업을 할 수 있다.
국민은행이 금융감독원에 은행법상 부수업무로 통신업을 신고하면 금융위원회가 이에 대해 부수업무를 공고하고 관련 법령을 정비하는 절차다. 정비 작업이 완료될 때까지 최대 1년6개월 동안 국민은행은 알뜰폰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기간이 만료되지 않은 것으로 간주돼 리브모바일 서비스를 계속 제공할 수 있다.
당초 국민은행은 이르면 5월 중 부수업무 신고를 완료할 계획이었다. 절차상 문제가 없는 경우 금융당국은 신고 이후 7일 이내 승인을 하도록 돼 있어 신속한 마무리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금융위원회의 알뜰폰 부수업무 지정 의결이 이뤄진 4월 이후 벌써 석달이 다 되도록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배경에는 금융위원회의 지정요건 심사가 있다. 금융위원회는 국민은행의 알뜰폰 부수업무 신고 사실을 공고할 때 은행이 준수해야 할 사항으로 지정요건도 함께 공고할 예정이다. 건전성 훼손 방지, 소비자 보호, 과당경쟁 방지, 노사간 상호 업무협의 등 4가지 사항에 대해 국민은행은 적절한 조치방안을 금융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현재 국민은행은 금융 당국과 이 지정요건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금융위원회에서 국민은행이 제출한 방안을 계속 반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신고에 앞서 금융위원회와 어느 정도 논의를 하고 있다”면서 “아직 1년6개월의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서비스에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지정요건 심사가 까다로워진 데는 최근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정부의 금산분리 완화 기조에 대한 반발이 커진 영향이 크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정부가 은행의 알뜰폰 사업 진출을 허용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에 대해 “금산분리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의 우려도 적지 않다. 국민은행이 자본력을 바탕으로 원가(도매대가) 이하 요금제를 판매하면서 출혈경쟁을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는 “사업자간 공정경쟁을 위한 제도 보완이 이뤄지지 않은 현 상태에선 금융기관들의 알뜰폰 시장 진입을 불허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금융당국은 국민은행에 대한 지정요건 심사를 보다 신중하게 진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4가지 요건 중 ‘건전성 훼손 방지’의 경우 불필요한 적자를 내지 않는다는 차원에서 알뜰폰 업계가 지적하는 도매대가 이하 요금제 문제도 포함해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민은행이 최근 알뜰폰 가입자 개인정보를 위법 수집한 의혹을 받고 개인정보위원회에 조사 요청이 들어간 상황인 점도 심사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YMCA는 국민은행이 리브모바일 가입시 개인정보를 수집하면서 ‘필수 동의’와 ‘선택 동의’ 항목을 구분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알뜰폰 부수업무 지정을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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