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KB국민은행 알뜰폰 서비스 ‘리브엠’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사실상의 정식 승인을 받았다. 이로써 국민은행이 알뜰폰 사업을 계속 해나갈 수 있게 됨은 물론, 금융권의 알뜰폰 사업 진출이 가속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는 정례회의에서 혁신금융서비스 심사 결과 KB국민은행의 규제 개선 요청을 수용해 금융·통신 융합 서비스를 은행의 부수업무로 지정하기로 했다.
앞서 금융위는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2019년 4월 국민은행이 신청한 ‘알뜰폰 사업을 통한 금융·통신 융합’ 서비스를 제1차 혁신금융서비스 중 하나로 지정했고, 이에 따라 국민은행은 지난 4년(기본 2년+연장 2년)간 알뜰폰 사업을 영위했다.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기한이 오는 16일 만료됨에 따라 국민은행은 올초 금융위에 규제 개선을 요청했다. 현행 금융법은 금융업무를 ▲고유업무 ▲겸영업무 ▲부수업무로 구분하는데, 부수업무에 통신업을 넣게 되면 은행이 자유롭게 알뜰폰 사업을 할 수 있다.
금융위는 “혁신금융심사위원회를 통해 규제개선 필요성, 그간 운영결과, 금융시장·질서의 안정성 및 소비자 보호에 미치는 영향을 심사해 규제개선 요청을 수용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국민은행이 알뜰폰 서비스를 부수업무로 신고하면 금융위는 부수업무 공고를 통해 법령 등을 정비할 예정이다. 정비 작업이 완료될 때까지(최대 1년6개월) 알뜰폰 혁신금융서비스의 지정기간은 만료되지 않은 것으로 간주돼 서비스를 지속 제공할 수 있다.
다만 부수업무를 영위하기 위해 은행은 건전성 훼손 방지, 소비자보호, 과당경쟁 방지 및 노사간 상호 업무협의 등 조치를 마련·운영하고, 이를 금융위에 매년 보고해야 한다.
금융 알뜰폰의 시장 점유율 규제는 도입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 났다.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KMVNO)와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 등은 중소 알뜰폰 시장 보호 등을 위해 대형 자본을 가진 은행 알뜰폰은 시장 점유율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하지만 알뜰폰 시장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등 주무부처 의견이 있었고, 국민은행 측도 가입자 수를 더 늘려야 사업성이 있다고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브엠 가입자 수는 42만명으로 전체 이동통신 시장의 1% 미만이다.
강영수 금융위 은행과장은 정례회의 후 브리핑에서 “시장 점유율은 금융위가 아닌 과기정통부가 관리해야 할 사항이다. 점유율 상 문제가 있다고 하면 과기정통부에서 어떤 조치가 들어가지 않겠나”라며 “지금은 그럴 단계가 아닌 것으로 본다. 금융위 관점에선 점유율 측면이 아닌 건전성 측면에서 사업 규모를 계속 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의 알뜰폰 시장 진출을 반대하고 있는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과의 갈등은 부담이 되는 부분이다. 그동안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은 국민은행이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원가 이하 요금제로 리브엠 서비스를 운영하는 등 출혈 경쟁을 유도했다고 비판해 왔다. 중소 사업자가 많은 알뜰폰 시장 특성상 어느 정도 보호 방안이 필요하단 지적이다.
강 과장은 “국민은행에서는 중소사업자보다 높은 수준에서 가격을 책정하면서 가격 경쟁 측면에서 중소사업자보다 우위를 점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전하며 “그 내용 자체는 어떻게 되든지 매년 보고받게 돼 있다. 시행 단계에서 한 번 확인할 것”이라고 했다.
금융위가 은행의 알뜰폰 진출 길을 열어줌에 따라 국민은행뿐 아니라 다른 은행들도 알뜰폰 사업 진출을 본격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신한은행, 하나은행, 신협중앙회도 알뜰폰 제휴 요금제를 출시한 바 있다. 아직은 통신사 제휴를 통한 간접적 방식으로 시장에 발을 들였지만, 국민은행 사례를 감안해 직접 진출도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
강 과장은 “은행에서 부수업무로 신청을 하게 되면 7일 이내에 공고를 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사실상 (알뜰폰 사업이) 허용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까지 부수업무를 통해 알뜰폰 서비스에 나서겠다고 밝힌 타 은행들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국민은행 관계자는 이번 금융위 결정과 관련해 “금융과 통신의 융합을 통한 혁신 서비스로 알뜰폰 시장을 활성화 하고 소비자의 편익 제고와 선택권을 강화하는 한편, 중소 알뜰폰 사업자와의 동반 성장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