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정부가 이동통신단말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상의 소비자 지원금 한도를 높이는 법개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국회 및 휴대폰 유통망 업계 설득이 과제로 떠오른다. 특히 국회와 업계 일각에선 단통법 폐지론에 힘을 싣고 있어서, 정부로선 폐지 대안으로 법개정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제시해야 하는 입장이다.
24일 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이르면 이달말 발표할 ‘통신시장 경쟁촉진 정책방안’ 내용 중 하나로 단통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개정 내용은 단통법상 유통망 추가지원금 한도를 기존 공시지원금의 15%에서 30%로 상향하는 것이 골자다.
이는 앞서 방통위가 2021년 동 내용으로 국회에 제출한 단통법 개정안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최근 박윤규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방통위가 제출한 30% 인상안에 대해 이견은 없다”면서 “현재 TF(통신시장 경쟁촉진 정책방안 태스크포스)에서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추가지원금 상향 부분은 협의가 된 상태”라고 밝힌 바 있다.
추가지원금은 통신사가 구매자에게 지급하는 공시지원금의 15%(현재 기준) 한도 내에서 유통망이 추가로 지급하는 지원금이다.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는 추가지원금 한도를 올려 오프라인 유통채널간 지원금 경쟁을 촉진한다는 구상이다. 이미 상호 공감을 이룬 만큼 정부 차원에서 단통법 개정 추진이 어렵지는 않을 전망이다.
문제는 추가지원금 한도 30% 상향을 담은 단통법 개정안이 이미 한번 국회 차원에서 쟁점 법안으로 분류돼 제동이 걸린 적이 있었다는 점이다. 2021년 당시 이 개정안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일부 의원들이 문제를 제기함에 따라 의결되지 못했다.
당시 문제가 됐던 것은 중소 유통망의 반발이었다. 휴대폰 판매점주들이 모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당시 개정안에 대해 “대형 유통점으로 지원금의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며 “통신사들이 오히려 한정된 마케팅 비용으로 기본 공시지원금 자체를 낮출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를 표한 바 있다.
대리점과 위탁판매 계약을 맺는 구조인 중소 판매점들의 경우 주 수익원은 통신사들이 지급해주는 판매장려금인데, 판매점에서는 일반적으로 판매장려금에서 일부를 떼어내 고객에게 추가지원금으로 지급해 오고 있다. 때문에 추가지원금 한도를 높이게 되면 경쟁 심화로 수입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에도 중소 유통망의 반발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이미 유통업계는 지원금 상향과 같은 법개정이 아닌 단통법의 폐지 자체를 원하고 있다. KMDA는 지난 14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단통법이 이동통신 유통사업을 붕괴시키고 있다”며 법안 폐지를 촉구, 통신사들에도 “장려금 차별지급을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년 총선을 앞둔 국회 안팎에서도 단통법 폐지 주장이 심심찮게 들린다. 단통법처럼 유달리 국민적 감정이 좋지 않은 법을 폐지하겠다고 나선다면 총선에서 유리한 여론을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당은 통신경쟁촉진을 통한 가계통신비 인하를 주문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과 발맞춰 단통법 폐지론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단통법을 통해 규제권한을 갖고 있는 정부로서는 법안 폐지보다 개정으로 가닥을 잡을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국회에서 또 다시 문제를 삼을 경우 입법이 상당히 어려워질 것”이라고 봤다. 또한 “추가지원금 30% 상향안만으로는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여전히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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