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삼성전자가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생태계 확장에 나선 가운데 디자인솔루션파트너(DSP)도 힘을 보태고 있다. 기존 가교역할을 넘어 직접 프로젝트를 따내는 등 존재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DSP 멤버들이 삼성전자 파운드리 고객을 수주하는 사례가 지속 늘어나고 있다.
DSP는 삼성전자가 만든 조직으로 반도체 설계(팹리스)와 파운드리 업체 간 연결다리 임무를 수행하는 디자인하우스들이 속해있다. 구체적으로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와 주문형 반도체(ASIC) 설계 서비스, 후공정(OSAT) 연계 및 운영 서비스, 공급망 관리 서비스 등을 지원한다.
파운드리 사업 특성상 다양한 고객을 상대하기 때문에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로 운영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한 파운드리 회사에서 모든 고객을 응대할 수 없어 DSP와 같은 조직이 지원사격하는 구조를 가진다.
현재 DSP에는 ▲에이디테크놀로지 ▲알파홀딩스 ▲코아시아세미 ▲가온칩스 ▲세미파이브 등 국내 업체와 ▲에이벤트 ▲패러데이 ▲베리실리콘 등 해외 기업 등이 포진하고 있다. 참고로 삼성전자는 DSP보다 하위 조직인 가상설계파트너(VDP)도 보유하고 있다. VDP는 특정 로직 설계 등 소규모 프로젝트를 담당한다.
TSMC의 경우 가치사슬협력사(VCA)라는 이름으로 관련 그룹을 운영 중이다. 글로벌유니칩(GUC), 알칩 등 세계적인 디자인하우스가 포함된다. 국내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에이직랜드가 소속 중이다. VCA는 TSMC 양산 공정 스펙에 맞춰 레시피를 만드는 등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TSMC는 파운드리 업력이 30년을 훌쩍 넘은 만큼 고객 관리가 압도적이다. 규모와 상관없이 고객을 직간접적으로 철저하게 응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530여개 팹리스 업체와 거래하면서 세계 1위를 유지하는 비결 중 하나다.
반면 삼성전자는 후발주자인 탓에 고객 상대가 비교적 미비했다. 여건상 대형 팹리스 위주로 사업이 돌아갈 수밖에 없었고 이 과정에서 중견·중소 고객 응대 및 확보가 소홀했다는 후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해나가고 있는 것이 DSP다. 삼성전자와 200건 이상 프로젝트를 수행한 가온칩스 관계자는 “삼성전자에도 DSP 역할을 하는 인력이 200여명 있으나 이들은 글로벌 고객 상대하는 데 집중하고 나머지 수십~수백개 고객을 DSP에서 대응하는 것”이라며 “최근에는 자체 설계 역량을 통해 고객과 직거래를 맺어 삼성 파운드리와 연결하는 일도 한다”고 설명했다. 가온칩스는 해외 영업 확대 차원에서 지난해 말 일본지사를 설립한 바 있다.
중화권 네트워크와 차량용 반도체 등 기술력을 갖춘 코아시아, 리스크파이브(RISC-V) 아키텍처를 활용하는 세미파이브, TSMC와 오랜 기간 협력했던 에이디테크놀로지 등도 자체 프로젝트 유치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중 코아시아는 미국 암바렐라, 일본 스쿠에아루토 등 10나노미터(nm) 이하 공정을 사용하는 고객을 TSMC에서 삼성전자로 데려오기도 했다. 대표적인 삼성전자와 DSP 간 시너지 효과로 꼽힌다.
최근 들어 DSP 내 디자인하우스는 5나노 이하 최첨단 공정 설계 역량까지 길러나가고 있다. 해당 공정에는 최소 수십명이 필요해 소속 회사들은 인재 영입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파운드리 영역을 모바일에서 고성능 컴퓨팅(HPC), 인공지능(AI), 자동차 등으로 넓히고 있어 앞으로 DSP 존재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삼성전자는 반도체 설계자산(IP) 파트너사와의 동맹도 강화하기로 했다. 시높시스, 케이던스, 알파웨이브세미 등 관련 시장점유율 80% 이상 차지하는 이들과 협력 범위를 대폭 넓히는 추세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전 응용처에 필수적인 핵심 IP 포트폴리오를 키울 것”이라며 “이번 확장에는 3나노부터 8나노 공정까지 활용할 수 있는 수십여종 IP가 포함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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