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김남국 의원(무소속) 코인 투자 논란이 게임산업까지 번졌다. 게임업계는 긍정적으로 변화하던 산업 이미지가 순식간에 정쟁 도구로 전락해버렸다고 입을 모아 우려하고 있다.
김남국 의원이 위믹스를 대량 보유하고 있다는 내용이 보도된 후 한국게임학회가 ‘위믹스 이익공동체의 플레이투언(Play-to-Earn, 이하 P2E) 게임 입법 로비’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그 후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한 방송에 출연해 살해협박을 받고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김남국 코인 사태가 발발한 지난 2주 동안 그와 그를 둘러싼 게임학회, 게임업계에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게임업계에 번진 불길, 한국게임학회는 왜?=지난 10일 한국게임학회는 ‘위믹스 사태와 관련해 여야 국회의원과 보좌진에 대한 전수 조사를 요구한다’는 성명서를 내고, “(김남국 의원의 해당 코인 보유는) 위믹스라는 위험한 코인 매매를 넘어 ‘코인-P2E 게임-확률형 아이템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숨겨져 있다”고 주장했다.
위믹스 코인은 소위 ‘돈버는 게임’이라고 일컬어지는 P2E 게임과 연동돼 있어 코인 가치가 올라가면 자동적으로 게임 매출이 늘어나지만, 반대로 P2E 게임이 활성화되면 위믹스 가치가 올라간다는 이유에서다.
한국게임학회는 “현재 P2E 게임은 게이머에게 게임 재미를 추구하는 것이 아닌, 수익을 목적으로 확률형아이템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구조로 돼 있어 게임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게임산업이 사행산업’이라는 낙인이 찍힐 수 있는 위험한 구조”라며 “국회의원과 보좌진에 대한 전수 조사를 통해 위믹스와 P2E 게임에 대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이익공동체를 해체하고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게임업계 동시에 한 목소리 “폄훼 행위 중단하라”=게임사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본질적인 문제가 다뤄지기 전 사행산업 낙인, 위믹스 이익공동체 등 정확한 증거 없는 주장만으로 게임에 대한 부정적 프레임이 씌웠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학회는 수위를 높여 위메이드는 물론 게임산업 전반을 압박했다. 그 와중에 게임사 주가는 물론 상장 코인 시세가 크게 떨어졌다.
위메이드는 결국 지난 17일 위정현 학회장과 한국게임학회를 서울경찰청에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고소했다. 위믹스 투자자로 구성된 위홀더 커뮤니티도 지난 19일 위정현 학회장 및 한국게임학회를 상대로 형사소송을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국게임산업협회도 위 학회장에게 무책임한 비방과 의혹을 멈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게임산업협회에는 국내 주요 게임사부터 해외 대형 게임사까지 80여개사가 가입해 있다.
당시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개인의 추측 및 견해에 불과하거나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공개적으로 퍼트려 게임산업 위상을 실추시키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국게임학회로 돌아온 화살 “게임산업 연구 없고, 정치적 행보만 두드러져”=결국, 게임업계에선 그동안 학회에 쌓인 불만을 하나 둘 터트리기 시작했다.
P2E 및 가상자산과 무관한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학자라면 게임 산업에 대한 연구와 제언이 필요한데, 최근엔 학자로서의 활동보다는 정치적 활동에 조금 더 치중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학회의 현재는 산업이 기대하고 있는 역할 및 전문성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고 비난했다.
학회 연구 업적이 모호한 만큼, 산업계로부터 후원받은 비용을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다만, 한국게임학회가 민간 설립인 만큼 후원금 사용 내역 등을 공개할 의무는 없다.
실제 위메이드는 한국게임학회 주장에 처음으로 반박했을 당시 “지난 2020년부터 한국게임학회의 각종 학술발표대회와 설립 20주년 기념 학술대회 등과 관련해 총 5회에 걸쳐 2800만원을 후원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8일에도 한국게임학회 춘계 학술발표대회 명목으로 500만원 후원 요청을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학회가 처음 주장했던 내용은 ‘게임업체(위메이드)가 위믹스를 가지고 P2E 입법 로비를 했다’였는데, 지금은 이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위믹스가 얼마나 나쁜 코인인지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P2E 게임 온보딩 플랫폼을 준비 중인 또 다른 게임업계 관계자는 “그간 게임업계에 어떤 이슈가 생기더라도, 이슈에 해당되는 업체들만 각자도생으로 대응했을 뿐 게임업계 전체가 한 목소리로 들고 일어나진 않았었다”며 “그만큼 이번 일은 게임사들이 억울한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게임학회 성명이 학회 구성원 동의 또는 알림 없이 이뤄졌다는 의혹도 나왔다. 일부 구성원이 입법 로비를 제기하는 학회 성명서에 동의한 적이 없었음에도, 학회 명의로 성명서가 발표됐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학회는 “사실과 다르다”는 공식 입장을 냈지만, 학회 안팎 내홍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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