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건한기자] “(수면 품질 개선을 위해) 단순히 카페인 섭취를 줄이거나 TV 시청을 자제하라고 했을 때 사람들은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며 실천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수면 유형을 동물에 비유해 구체화해주면 조금 더 자신과 맞는 일이라 생각하며 실천하게 됩니다.”
혼 팍(Hone Pak) 삼성전자 MX사업부 디지털 헬스팀장 상무는 23일 서울 중구 삼성전자 기자실에서 열린 미디어 브리핑 직후 이렇게 말했다.
2012년 이래 삼성헬스 앱(건강관리 플랫폼)과 갤럭시워치(손목형 웨어러블 기기) 조합으로 웨어러블 헬스케어 산업을 공략해 온 삼성전자는 최근 특별히 수면관리 기능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1년 사이 갤럭시워치 수면 기능 사용자가 2배 가까이 증가하며 사용자들이 수면관리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 삼성헬스 사용자는 매월 6400만명에 달한다. 이 중 절반이 매주 수면 기능을 사용 중이고 40%는 최소 주 3회 이상 꾸준히 수면 기능을 사용하고 있다. 삼성전자 생태계 내에만 1280만명 이상의 ‘수면관리 마니아’가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단순히 얼마나 자고 일어났는지, 수면의 질이 어떤지 측정하는 정도로 웨어러블 시장에서 차별화를 꾀하긴 어렵다. 기본적인 수면 추적 기능은 여러 중저가형 스마트워치에서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이 택한 방법은 사용자경험의 차별화다. ‘수면에 대한 8가지 동물유형’은 그 일환이다. 수면 기능을 사용하는 갤럭시워치 사용자라면 삼성헬스 앱이 제공하는 ‘수면코칭’ 서비스를 통해 누구나 자신의 취침패턴과 유사한 동물을 추천받을 수 있다.
해당 유형은 삼성이 전문 연구기관과 각 동물의 기본적인 특성 및 수면의 3가지 요소(수면압박, 각성, 생체리듬)을 바탕으로 개발됐다. 구체적으로 ▲걱정 없는 사자 ▲민감한 고슴도치 ▲걱정 많은 펭귄 ▲햇빛을 싫어하는 두더지 ▲경계심 많은 사슴 ▲태평한 바다코끼리 ▲사냥 중인 악어 ▲지친 상어가 있다.
평소 갤럭시워치 사용자인 기자의 유형은 ‘햇빛을 싫어하는 두더지’로 분석됐다. ‘사람과 유사하게 하루 8시간 정도 잠을 자고, 주중에 억지로 일찍 일어나지만 주말에 몰아서 자는’ 유형이라고 한다. 실제로도 평소 수면 패턴에 미루어 볼 때 8개 유형 중 가장 유사하게 느껴졌다.
진단의 다음 단계는 코칭이다. 삼성헬스는 분류된 수면 유형에 따라 수면 개선을 돕는 개인 맞춤형 수면 코칭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 역시 전문 연구기관과 함께 약물 없이도 수면의 개선을 돕는 인지행동치료법(CBTI)이 바탕이다.
코칭 단계에는 총 4주 과정이 각 1주씩 4단계로 준비돼 있었다. 1주차는 수면의 주요 요소를 이론적으로 이해하는 단계다. ▲2주차는 취침 시간을 일정하게 만드는 연습 ▲3주차는 침대 위 생활습관 개선 ▲4주차는 장기적으로 규치적인 수면 패턴 만들기다.단순히 ‘일찍 잠들고 8시간 숙면을 취하세요’ 같은 피상적 조언보다는 도전 의지가 생겼다.
이처럼 수면 유형을 동물에 비유하고 맞춤형 솔루션을 제안하는 것은 일종의 ‘넛지효과(Nudge effect)’를 노린 삼성의 사용자경험 개선 전략으로 풀이된다. ‘옆구리를 쿡 찌른다’는 의미의 넛지효과는 반발을 부르는 ‘강요’ 대신 사람이 자연스럽게 옳은 결정을 하도록 유도하는 행위와 변화를 일컫는다.
삼성의 넛지는 동물이다. 각 사용자에게 ‘당신의 수면 패턴은 문제가 있습니다’고 직접 지적해 거부감을 사는 방식이 아니다. 대신 사용자와 비슷한 유형의 동물을 제시함으로써 자신과 같은 그룹에서 개선이 필요한 수면 습관을 간접적으로 인지시킨다. 그럼 혼 팍 상무의 말대로 그 제안에 조금 더 능동적으로 응하게 되는 기대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사용자들이 건강에 대한 ‘추세 데이터’를 확보하길 바라고 있다. 혼 팍 상무는 “웨어러블 기기를 통한 수면 탐지의 정확성에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평소 얼마나 잤으며 램수면과 깊은수면 비중이 얼마인지 등 추세를 파악하는 일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의사였던 시절 환자에게 궁금한 건 그들이 가정에서 어떻게 생활했는지에 대한 데이터였다”며 “평시 맥락과 추세 판단이 가능한 데이터가 임상 데이터를 보완해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혼 팍 상무 말은 웨어러블 기기를 통한 건강 데이터가 향후 사용자 개개인과 의사 양측에 중요한 진단 데이터로 활용될 수 있다는 의미다. 더불어 이 같은 환경을 조성하려면 서비스 제공자가 사용자들이 평소 더 많은 건강 데이터를 모을 수 있도록 사용자경험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신 개인정보의 철저한 관리를 약속했다. 혼 팍 상무는 “고객들은 우리가 옳은 일을 할 것이란 신뢰로 제품을 구매한다. 그 신뢰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며 동의하지 않은 데이터 공유나 사용은 핵심적인 금기”라며 “데이터의 소유권은 사용자에게 있다. 우리 정책에서 벗어나는 데이터는 결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향후에도 수면관리 기능을 중심으로 삼성헬스와 갤럭시워치의 기능을 계속 업그레이드해 나갈 계획이다. 혼 팍 상무는 이에 대해서도 “수면, 활동, 스트레스, 역량 등 4대 지표는 분리돼 있지 않고 상호의존적이다. 지금으로선 언급할 수 없는 다양한 센서들을 개발 중이며 놀라운 결과를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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